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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화폐의 시간가치 ③] 유럽중앙은행, 양(+)의 이자율 대신 음(-)의 이자율 적용은 왜일까?

현재시점의 화폐가치가 미래시점의 화폐가치보다 낮게 평가되는 것은 만약 현재시점의 돈을 빌려줄 경우, 유동성선호의 포기에 대한 대가로 현재보다 미래에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이자율 혹은 금리는 일반적으로 (+)가 된다. 

즉 현재시점에 소비하거나 투자하여 얻을 수  있는 수익의 포기에 대한 대가인 기회비용이  대여자의 요구 수익률로 전환되고, 그 결과 이자율이 (+)가 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예외 없는 규칙은 없듯이, 현실에서는 이러한 포기한 금액의 대가가 음(-)이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를테면  일 년 동안 100만원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받는 대신, 역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희귀한 상황이 현실에서는 발생하고 있다. 이는  돈을 얼마  줄 테니 이 100만원을  좀 맡아달라는 현금보관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황당한 사례가 실제로 지난 6월에 유럽의 중앙은행(ECB)에서 나타났다. ECB는 상업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일시적으로 예치하는 초과준비금에 양(+)의 이자율대신 음(-)의 이자율, (-)0.10%를  적용하였다. 이는 만약 은행들이 돈을 중앙은행에 맡기는 경우 그 보관료를  내라는 말과 같다. 

이와 같이 유럽 시중은행이 유동성의 선호로 포기자금에 대한 기회비용을 받는 대신  오히려 ECB에 보관료를 지불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 유동성함정에서는 대출을 늘려도 경기회복에는  무용

우선 통화량의 증가로 소비 투자를 늘리고  국민소득을 증가시킨다는 화폐정책을 생각할 수 있다. 

돈을 중앙은행에 맡겨 보관에 대한 페널티를 지불하기보다 그 돈을 가계와 기업에 대출하라는 것이다. 가계는 대출로 늘어난 여유자금으로 자금시장에 투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돈은 다시 기업의 자금이 되고,  이 자금으로 투자증가 → 유효수요증가 → 재고감소 → 생산증대 → 소득증대라는  생산물시장의 순환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화폐를 공급해도 자금시장으로 돈이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그 돈이 다시 환류 되어 퇴장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통화량이 늘어나도 이처럼  돈이 제대로 돌지 않게 되는, 즉 통화유통속도 감소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화량의 공급은 화폐시장의 균형을 위해 화폐의 수요가 늘어나 화폐시장의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룬다.  화폐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는 이자율이 낮아져 투기적화폐 수요를 늘린다.  이자율과 투기적 화폐수요가 역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자율 하락은 투자를 늘려, 생산물시장의 순환을 이루어 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유동성함정의 경우에는 이러한 화폐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극단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면 자금의 수요가 줄고, 이자율 수준이 낮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에 이자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게 된다. 

즉 이자율과 채권가치의 역의 관계에 의해, 투자자들이 이자율상승으로 채권가치가 하락 할 것으로 전망하면, 통화량을 아무리 공급해도 이자율은 거의 하락하지 않게 되고, 투기적 화폐수요를 무한히 늘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자율이 하락하지 않아, 국민소득은 증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금시장에 자금을 투자하는 대신 수중에 돈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투기적 화폐수요가 무한히 증가하는 것으로, 투자자들이 미래 채권가치 하락에 대비하여  자금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투기적 화폐수요가 무한히 증가하고 유동성이 고갈되게 되는 상황을  케인즈는 유동성함정( Liquidity Trap)이라고 하였다. 

결국 유동성 함정의 경우, 은행이 대출을 해도 그 자금은 다시 은행으로 환류 되게 된다. 그러므로 이 경우는 투자증가의 효과는 없게 된다. 

유럽은 현재 이러한 유동성 함정에 빠져있다.  유럽은  장기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져 있지만,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유동성함정에 근접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경기 회복 시도

그렇다면 ECB가 대출을 독촉하는 실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환율경로를 통한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것이다. 

가계가 대출을 하게 되면, 장기금리가 최저인 유럽에서 유로화를 매도하여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신흥국 등으로 자금을 투자하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유로캐리트레이드가 우리나라 자금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에 의하면  2010년 이후 ECB의 통화확대정책이 실행했던 때를 보면 유럽계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를 기록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이러한 역외 자금이동을 위한 유로화의 매도는 유로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유로가치 하락은 이를테면 유럽제품의 한국에서의  원화표시가격이 하락하게 되어 유럽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진다. 또한 환율하락은 수입 물가를 높여 현재 유럽의 디플레이션 상태를  다소간 해소할 수 있다. 양적완화와 유사한 환율경로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덧붙여 독일 등의 북유럽국가의 은행들은 ECB에 자금을 맡겨 페널티를 부담하느니,  자금수요가 있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스페인, 이탈리아등 남유럽국가에 싼 금리로 자금을 빌려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ECB의 마이너스금리 정책은  채무위기에 놓여 북유럽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기 힘들었던 남유럽국가에게  자금의 숨통을 트게 할 수 있다. (계속: 재팬 프리미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