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사내유보 과세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이 비생산적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 제도도입을 통해 기업들이 현금성자산등을 생산적 투자와 고용증대를 위해 사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제도도입검토는 기업의 본연의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로부터 비롯된다. 불확실성에서도 혁신을 통해 투자기회를 발굴하고, 고용과 생산을 늘리는 것이 기업의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지나친 보수적 경영과 유보금을 사업과 관련 없는 금융상품, 투기적 부동산, 계열사확장에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례로 삼성전자는 2013년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그리고 단기투자자산의 합이 이익잉여금중 36.67%를 차지하였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한 금액이 이익잉여금중 45%를 차지하였다.
그러므로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생산적인 용도로 전환시켜 우리경제의 침체된 소비와 투자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환으로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과거 시행된 적이 있는 ‘적정유보초과소득세’와 유사한 제도가 검토되고 있다.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의 해외사례를 정리해보고, 과세 효과등을 점검해 본다.
▣ 해외 도입 사례
미국의 Accmulated Earning Tax는 소득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주주에 대한 높은 배당세를 피하기 위해 배당대신 이익을 유보시켰다고 보고,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유보과세소득에 과세하게 된다.
미국은 과세를 위해 입증책임전환논리가 적용된다. 기업이 이익유보 목적이 조세회피에 있지 않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여 과세하게 된다. 그리고 기업이 입증자료를 제출하면 IRS가 탈세라는 사실을 입증하게 된다. 그러므로 미국은 합리적인 증거만 있다면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본은 동족회사에 대한 초과유보금 과세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주주 3인 이하가 소유한 주식의 수가 50%이상으로 구성된 동족회사가 일정 한도액을 초과하여 각 사업연도 소득등의 금액을 유보한 경우 과세된다.
일본의 이 제도는 개인사업자와의 형평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누진세율인 소득세가 과세되지만, 이에 반해 동족회사의 주주들은 누진세율에 의한 소득세 부담이 법인세 부담을 상회하게 될 경우 소득을 배당이나 사내 유보 등의 방법을 통해 세금부담을 의도적으로 회피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개인사업자와 동족회사의 주주와의 세금부담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제도가 도입되었다.
▣ 사내유보 과세 시 효과
법인의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가 초래할 수 있는 효과를 수요측면과 공급측면, 그리고 기업의 재무구조 측면에서 분석 할 수 있다.
◆ 수요측면
수요측면에서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는 단기에 소비와 투자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장기에는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는 개인소득세 과세와 동일한 효과를 가져옴에 따라, 투자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단기는 투자증가
단기는 투자 증대를 예상할 수 있다. 이는 가속도원리에 의한 투자결정 과정을 통해 이해될 수 있다.
가속도원리에 의하면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증가하고, 소비는 생산증가를 초래한다. 그리고 생산증가는 다시 투자수요의 증가를 가져온다. 소비의 증가는 소비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계를 추가적으로 더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비가 투자를 유도한다하여 이를 유발투자라고 부른다.
상록회계법인의 이창훈회계사는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도 이러한 유발투자를 이끌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내유보의 감소와 함께 기업은 배당을 늘리고, 배당은 소득증가와 소비를 유도하게 되며, 이 소비는 결국 유발투자를 야기 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거는 2001년을 기점으로 적정유보초과소득세가 폐지되자, 사내유보가 크게 확대된 사실과 연관이 있다. 서울대 김상헌교수는 적정유보초과소득세의 폐지가 사내유보를 늘린 것처럼, 이와 반대의 효과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유보금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배당의 증가는 소득의 증가를 의미하며, 결국 최종적으로 소비증가와 투자수요의 증가를 가져온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 경기가 활성화되게 된다.
△ 장기는 투자 감소
김교수는 장기적으로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는 배당금에 대한 개인소득세와 동일한 역할을 하게 되고, 이는 자본비용의 증가를 초래하여 투자의 감소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투자의사결정의 신고전모형에 의하면 자본의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일치할 때까지 투자하게 된다. 즉 MPκ = Pκ/P (r + δ)이다. 여기서 MPκ는 자본의 한계생산물, Pκ/P는 자본재의 실질가격, r은 실질이자율, δ은 감가상각률이다.
여기서 한계생산물에 법인세율과 개인소득세율을 고려하면, 최적 투자균형점은 (1- 세율)MPκ = Pκ/P (r + δ)이다. 이를 다시 표현하면 MPκ = Pκ/P [(r + δ)/(1-세율)]이 된다.
그러므로 개인소득세율이 증가하면 자본의 한계비용, 즉 자본의 사용자비용은 증가하게 되고, 결국 투자는 줄게 된다. 김교수는 이처럼 장기적으로 사내유보과세는 투자수요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공급측면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는 기업이 사내유보를 줄이기 위해 임금을 늘리고, 연구개발비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적정유보초과소득세를 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인영의원실측에서는 사내유보과세가 이러한 공급측면의 효과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의원실측은 기업이 사내유보를 줄이기 위해 현금성자산을 임금확대나 인적자원 확충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효율임금의 증가는 결국 노동의 한계생산성 증대를 가져오게 되고, 결국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또한 사내유보를 연구개발비에 사용할 수 있고, 이러한 연구개발비의 증가는 기술개발로 한계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되어 제품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 재무구조 악화
경제전문가들은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는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권봉상교수는 전기의 사내유보과세는 당기 부채를 늘리게 된다고 분석한다. 이것은 전기의 과세로 인하여 당기에 납부하여야 할 적정유보초과소득세액이 존재할 경우 현금의 유출로 당기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유보의 감소로 내부자금 대신 외부자금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즉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자본조달방법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내유보금에 대해 조세가 부과된다면, 사내유보를 통한 내부자금비용이 채권과 같은 외부자금 비용에 비해 커지게 됨에 따라 투자재원으로 외부자금을 동원하려는 유인이 높아진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부채의 증대와 유보의 감소로 기업의 재무구조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 적정유보초과소득과세제도의 준비와 개선
전문가들은 수요측면과 공급측면에서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는 단기간 거시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투자 감소와 재무구조악화등을 초래할 수 있어 이 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한다.
또한 만약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과세 제도를 신설할 경우 이를 회피할 수 없도록 방어적인 제도장치가 마련되어야한다.
과거 실제 시행된 적정유보소득금액은 당해 사업연도 소득으로부터 법인세 등과 함께 이익준비금, 의무적인 적립금, 기업발전적립금을 차감한 후 그 차감잔액의 50%와 자기자본총액의 10%중 큰 금액으로 결정되었다. 여기서 50%차감은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소득의 유보를 인정한 것이다.
양대석박사는 기업은 위의 산식에서 기업발전적립금을 증가시켜 추가법인세를 회피하려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과세공제적립금을 인정하지 않는 적정유보소득금액 산식이 마련되어야한다. 이인영의원의 법안에도 기업합리화적립금은 산식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다.
또한 기업들은 사내유보인 이익잉여금을 줄이기 위해 잉여금을 자본전입하는 무상증자로 과세를 회피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도 추가과세제도 실시와 함께 동시에 설계되어야한다.
무엇보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임시 미봉책보다 근본적이 개선방안이 나와야한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사내유보들이 과도하게 비생산적인 용도에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사내유보금을 적정하게 유지할 근본적인 제도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OECD회원국들에 비해 낮은 법인세율을 인상시켜 사내유보를 적정하게 통제하도록 유도하고, 이 재정증가분을 정부지출로 전환시켜 유효수요를 늘리는 방안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