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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사내유보 ] 사내유보금을 이미 투자했다고 주장하는 기업들 , 실상은 돈놀이나 다른 회사 주식 구입

#1. 기업이 곳간에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기업 내 곳간에  돈을 쌓아 두는 비율이 점점 최고로 치닫고 있다. (언론보도)

#2. 유보금을 투자하라는 주장은 이미 투자한 자금을 다시 투자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전경련) 
 
위의 사례들은 사내유보를 둘러싼  극단적인 해석 대립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저축만하고  투자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고,  기업 측에서는  이러한 비판은  회계상 유보금의 정의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며  사내유보금은 이미 투자로 사용되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유보금 운용에 대한 논쟁은  기업의 지나치게 과다한 유보율로부터 비롯된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유보율 1위인  태광산업의 올해 1분기 유보율은 4만5936%이며,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은 각각 3만7274%, 3만4852%를 기록하며 2, 3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SK텔레콤(3만4069%), 삼성화재(3만3161%), SK C&C(2만7945%), 영풍(2만5832%), 삼성생명(2만21%), 삼성전자(1만7414%) 등의 유보율도 높았다. 

기업들이 투자를 통한 고용과 소득증대라는 본연의 의무를 저버리고  지나친 저축 일변도의 보수적 경영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인식에 대해,  기업들은 회계 상의 수치인 사내유보는  여러 자산들에 대한  투자로 운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내유보의 정의와 사내유보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유보율 산식의 문제점 

사내유보금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에서 이익준비금과 배당을 차감한 이익잉여금과 자본거래에서 발생한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이다. 그리고   유보율은 ‘(이익잉여금 + 자본잉여금) ÷ 자본금’이다.

유보율 산식의 문제는 조달금액이 같아도 발행주식의 액면금액에 따라 유보율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A회사는 액면금액 5000원인 주식을 100,000원에 발행하였다. 이잉잉여금은 200,000이다. 따라서 이 회사의 자본은 자본금 5,000원, 주식발행초과금 95,000, 이익잉여금 200,000으로 구성된다.  A회사의  유보율은 (95,000+200,000) / 5,000 =5,900%이다. 

반면에 B회사는 A회사와 달리  액면금액은  100,000원이다. 자본금은 100,000이며 이익잉여금은 200,000이다. 그러므로 유보율은 200,000/100,000 = 200%이다. 

위의 사례처럼  자본조달금액이 같아도  액면금액을 얼마로 결정할 것인가에 따라 유보율은  달라진다. 그러므로 회계전문가들은 현재의 유보율 산식은 기업의 기여도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내유보금을 투자’한다는 말의 의미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합한 금액으로 설명되는 사내유보금은   자본잉여금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기준으로 정의내리기도 한다. 자본잉여금은 자본전입과 결손금의 보전으로만 사용해야하고  배당의 재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내유보금은  미처분 이익잉여금에서 이익준비금과 배당을 차감한 금액이 된다. 

이러한 이익잉여금 기준의 사내 유보금은 현금성자산, 당좌자산, 재고자산, 투자자산, 유형자산, 그리고 무형자산에 사용된다. 달리 표현하면  외부차입이 아닌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기업 내부자금으로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의 자산을 구입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제품을 팔아 현금1000원을 벌었다면 분개는 다음과 같다. 
 (차) 현금 1,000 (대) 매출1000 

그리고 이 매출은 결산 시에 집합손익 계정을 거쳐 대차대조표의 이익잉여금계정으로 대체된다. 그리고 배당이 없다면 이익잉여금의 잔액은 1000원이다. 그러므로 대차대조표 차변에는 현금 1000원이, 대변에는 이익잉여금 1000원이 동시에 기록된다. 

경영자는 이 현금을 운용하게 된다.  현금의 일부를  은행에 예금하면 그 거래는 ‘현금및 현금성자산’에, 만기 1년 미만의 채권을 구입한다면 ‘단기 금융상품’에,  기계를 구입한다면 ‘유형자산’에  각각 기록된다. 

그러므로 사내유보는  현금성자산 (현금 및 현금성자산 + 단기금융상품)과 일치하지 않고, 자산의 각 항목으로 배분되어 있다.   


△ 사내유보는 각 자산에  투자되었다?

사내유보금은 대차대조표 차변의 자산구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혹자는 ‘사내유보금이 이미 당좌자산 유형자산  재고자산 무형자산에  투자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우리가 ‘기업은  투자해야 한다’ 라고 말할 때의  ‘투자’는  신규자본재의 구입이나 감가상각분의 보전을 의미한다. 즉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등의 거시경제의 유효수요의 구성항목의 하나를 언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거시경제에 기여하는 투자는 생산을 위한 유형자산, 무형자산의 구입등으로 한정된다. 

단기금융상품이나 단기매매증권등의 당좌자산구입을 투자로 표현하는 것은 증권회사의 창구 용어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거시경제에서는 돈놀이를 투자라고 하지 않는다. 금융상품과 주식, 채권등의 단기매매증권은 채권자가 있다면 동시에 채무자가 존재한다. 국가경제 전체로 보면 이 둘은  상계 처리되어 0이 된다. 그러므로 국가의 재산은 0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차대조표의 자산들의 구입을  투자라고 함부로 말한다면 이는 사내유보 논쟁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 


 사내유보금을 투자하라는 의미 : 기업의 사내유보금 운용의 구성  

국민들이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기만 하고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의미는 사내유보금이 유형자산이나 무형자산에 투자되지 않고, 비생산적인 곳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에 무지하여 사내유보금을 현금과 등가로 오해한 결과, 투자하라고  기업을 다그친 것은 아니다. 

조연주회계사는 유보금에 대응되는 자산항목은 긍정적인 활동과 부정적인 활동의 혼합이라고 말한다. 긍정적 활동에는 매출증가로 매출채권증가, 공장및 설비투자등의 유형자산 증가, 연구개발등의 무형자산 증가등이 있다. 

부정적 활동에는 단기매매증권등의 비생산 주식투자, 관계회사 대여금과 특수관계자 대여금의 증가, 투기적 부동산의 취득이나 무분별한 관계회사 주식 구입등의 투자자산의 증가등이 있다. 이를 미투자 유휴자금이라고 한다.

이러한 비생산적 자산구입은 기업의 성장이나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미투자유휴자금은 기업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미래 상황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갑작스런 자금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버퍼역할로 사내유보금이 미투자유휴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한봉희교수는 이 미투자 유휴자금이 적정수준을 초과할 경우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사업영역을 개척하여 투자, 고용, 생산등의  본연의 의무를 게을리 하고, 지나치게 안정일변도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기업들이 사내유보를 생산설비등에 사용하지 않고, 돈놀이를 하거나 문어발 계열회사 확대등에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  기업들의 유보의 운용구성의 실례  

기업들은 사내 유보가 늘면 유형자산 투자보다   우선적으로 투자자산을  구입하였다.   
 
황인태, 강선민박사의 2011년 연구에 의하면, 대기업의 경우 유보금1원 증가하면,  당좌자산은 0.14증가, 재고자산은 0.02원 증가, 투자자산은 0.15증가, 유형자산은 0.12증가, 무형자산은  0.01원 증가하였다. 이는 기업이 유보금을 설비투자 증가에 사용하기보다, 관계회사 주식구입이나 단기금융상품, 단기투자자산에 사용했다는 뜻이다.  

 △ 유보 VS 유동부채 VS 비유동부채 

유보금 뿐만 아니라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도 현금성자산, 당좌자산, 재고자산, 투자자산, 유형자산, 그리고 무형자산의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자본조달의 또 다른 형태인 부채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유형자산구입 비중을 늘였다. 

황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대기업이 유동부채 1원 늘리면, 현금성자산은 0.05증가, 당좌자산은 0.40원 증가, 재고자산 0.11원증가, 투자자산 –0.99원감소, 유형자산 0.42증가, 무형자산 0.06원 증가하였다. 

또한 대기업이 비유동부채 1원 증가하면, 현금성자산 –0.03원 감소, 당좌자산은 0.1증가, 재고자산 변화없고, 투자자산은 –0.4감소, 유형자산은 1.0증가, 무형자산은 변화가 없었다. 

즉 실질적으로 제품생산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유형자산의 경우, 유형자산 증가 기여도가 비유동부채, 유동부채, 유보의 순으로서,  각각 1, 0.42 , 0.12이었다. 

반면에 투자자산의 경우,  유보, 유동부채, 비유동부채의 민감도는 각각 0.12 –0.09, -0.4였다.  대기업은  유보금이 증가하면 투자자산을 우선 늘렸고,  투자자산과  유동부채, 비유동부채는 음의 관계를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기업은 유보를 증가시키면 상대적으로 실제 생산과 관련된 투자증가보다, 부동산이나 관계회사 주식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에 기업은  비유동부채를 늘리면  기계등의 설비투자를 늘렸고, 오히려 관계회사주식은 줄였다. 


기업들의 유치한 말장난 

결국 전경련이 ‘유보금을 투자하라는 주장은 이미 투자한 자금을 다시 투자하라는 것과 같다’라는 주장은 유보를  비생산적자산에 사용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투자’의 의미를 이중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기업들은 유보를 사용하여 우선적으로  투자자산이나 금융상품, 단기매매증권에   ‘투자’(증권회사 창구용어)하였다.   기업들의 신규자본재구입의 ‘투자’(거시경제의 용어)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기업에 바라는 진정한 투자는 사내유보로 돈놀이를 하거나 다른 회사주식을 구입하는 대신, 성장동력을 개발하여 사내유보로 신규자본재를 구입하고 고용을 늘려,  기업도 성장하고 국가경제도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저투자, 저소비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유치한 말장난으로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