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영화

[신자유주의 ① ] 오디션프로그램 이면에 숨은 신자유주의 : 영화 <원챈스>

 

외모는 비호감을 살짝 벗어난 수준,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 그러나 식탁에서도 줄기차게 오페라를 듣는 오페라가수 지망생, 폴 포츠.

 

배짱이 없어 관객들을 압도하기  힘들겠다는  파바로티의 핀잔을 듣는 심약한  폴 포츠가  오페라 가수로 나아가는  도정에는 온갖 걸림돌이 나타난다.

 

그러나 그는 그의 아내의 헌신적인 격려와 섬김, 그리고 흔들림 없는  갈망으로  난관을 극복한다.

 

용광로 속의 강철처럼 그를 연단 해 온 神은 드디어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Britain's Got Talent’에서 일등을 차지한 것.  마침내   오페라 가수의 꿈을 이루고, 관객들 앞에  푸치니의 Turandot의 'Nessun  Dorma'를 부른다.

 

실화인 이 영화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꿈을 이룬다는 진부한 성공 스토리임에도, 불쑥 돌출하는 송곳 같은 난관들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를  넘어  ‘찬스’를 붙잡고자하는 그의 도전이 관객들을 감동시킨다.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불굴의 극복 스토리가 우리의 심금을 울리지만, 왠지 석연치 않는 무언가가 우리의 마음 한 켠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이면에는

 

폴 포츠가 우승한 ‘Britain's Got Talent’는 오디션형 서바이벌 포맷 프로그램이다. 우리식으로 하면 ‘슈퍼스타 K’가 이에 해당한다.

 

관객들은 ‘Got Talent’시리즈, ‘the X Factor’, ‘나가수’등의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높은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

 

관객들을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몰입시키는 힘은 무엇일까?

 

우선 이 프로그램에는 노래에 덧붙여 감동적인 스토리가 존재한다. 힘든 역경 속에서도 성장하고 성공한다는 스토리텔링이 자리하고 있다.  관객들은 그 스토리를 자신 속으로 내면화시킨다.

 

관객은 폴 포츠의 성공스토리에, 허각의 눈물나는 역전의 스토리에 대리만족을 누린다.  그리고 그들의 성공을   자신의 미래의 역전으로 치환시키는   환상에 빠져든다. 영국의 평범한 휴대폰 판매원에서 전 세계인이 칭송하는 오페라가수가 된 폴 포츠의 감동 스토리는 당신도 노력하면 폴처럼 역전홈런을 쏘아 올릴 수 있다고 속삭인다.

 

능력을 발휘하여 노력을 다하면 신분을 상승시킬 수 있는 것이다. 중졸학력의 환풍기 수리공, 허각처럼 자신의 숨은 재능을 찾아 도전한다면, 화려하게 주류의 스테이지에 오를 수 있다.

 

이러한 소근거림에 우리는 감동으로 화답하고, 동시에 이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의 예리함을 거두어 들인다. 달콤한  감정의 호소로 이 영화는 그  저변에 깔려있는 논리를 관객들로 하여금 그대로 수용하도록 하는 영리함을 발휘한다.

 

오디션프로그램의 논리는 무엇일까? 이는 승자독식구조의 용인이다. 경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그리고 그 승자의 전리품은  노력의 대가로 인정받는다.

 

왜냐면 이는 공정한 경쟁 하에서 거둔 성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논리는  담론의 차원을 넘어 우리사회의 헤게모니의 지위를 획득하게 한다.

 

경쟁은 이제 날 것의 싸움이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살아남아야한다. 그리고 그 성과를 승자가 독식한다.


 

◆ 신자유주의와 폴 포츠

 

이윤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주류는 경쟁의 장이 오픈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정치권을 압박한다.  정부는 이에  자유시장, 자유무역, 민영화, 법인화로  경쟁의 룰을 새롭게 조성해 준다.

 

규제완화, 공기업민영화, 의료민영화, 약국법인화, 국립대 법인화등을 추진한다.

 

여기서는  비탄력적인 공급 하에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며 경제지대를 누리고 있는  일부 주류들도 예외가 아니다. 의사, 변호사등,  수입의 대부분을 경제지대에 의존하는 자들도  기존의 안정된 지위가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위기감에 그들도 집단 파업에 돌입한다.

 

이러한 논리 하에서  주류는 ‘너도 열심히 너의 숨겨진 재능을 갈고 닦으면 폴 포츠가 될 수 있어’ 라는 환상을 불어넣어 준다.  메인스테이지의 장외에서 서성이는 주류 워너비들도 그들만의 리그를 펼쳐 제2의 폴포츠가 되고자한다. 주류들은 다시 제2, 제3의 폴 포츠의 등장을 허락하며 공고히 자신의 입지를 다진다. 

 

분명한 사실은 워너비들의 승자 폴 포츠등도 주류가 가공해 낸  ‘작품’을 감당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성을 담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승자도 기획사의 캐스팅과 조련의 결과로  탄생한 상품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2009년 1회 슈퍼스타 K의 오디션에 응시하러 갔다가 화장실 앞에서 박진영의 눈에 띄어 발탁된 수지는 영화배우, 가수로서 국민여동생의 반열에 올라있다. 

 

결국 정작 주류의 작품이 주류의 틀에서 가공으로 탄생되어 메인스테이지를 장악하고, 난리나 다름없는  은혜의 산물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승자는 승자독식의 환경을 합리화해주는 배경무대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을의 입장에서 짓눌려온 관객들도 이 오디션에서 갑의 위치로  기를 편다. 관객들이 심판관, 져지가 된다. 시청자들은 모바일 투표등에 참여함으로써 단순 관람자에서 프로그램의 져지의 일부 지위를 가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엄정한 공정성이 존재한다. 심판관은 자신의 심판을 어기는 행위가 발생한다면 가차없이 반격한다. 국민가수로 불렸던 김건모의 재도전 기회 부여는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로 일시적으로 프로그램이 중단되기도 하였다. 져지의 권위와  순수를 훼손한 것이다.

 

주류들은 흐뭇하게 이 광경을 즐긴다. 이전투구하는 워너비들의 시합을 감상하고 있다.

 

주류는 너도 열심히 너의 숨겨진 재능을 갈고 닦으면 폴 포츠가 될 수 있어 라는 환상을 불어넣어 준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영역으로 편입하려는 대중들 중 극소수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대중들의 상승갈증을 달래준다.

 

이러한 논리는 신자유주의다. 이 경제 구조의 배태는 규제완화, 민영화를 통해 경제상류층의 권력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자본의 축적이라는 명분과 최고 경제상류층의 권력을 유지해준다. 그리고 그들의 이익의 획득이 하위 구성원들에게 그 이익의 일부로 떨어뜨려준다. 바로 낙수효과이다.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자들은 그들의 목장에 울타리를 치고 이를 단속한다. 그 주변에 서성이는 워너비들이 다시 치열하게 주류에 편입하기 위해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제2, 제3의 폴 포츠를 만들며, 우리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