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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만델라정부의 경제정책 : GEAR의 빛과 그림자

 

1990년 2월 아파르트헤이트가 공식 폐지되고,  만델라는 27년간의 수감생활을 끝내고 석방된다. 1994년 4월 남아공 최초의 다인종 선거가 실시되고, 5월 만델라 정부가 공식출범하게 된다.

 

만델라 정부의 경제정책 입안의 논쟁은 ‘분배를 통한 성장’인가, ‘성장을 통한 분배’인가 라는  전통적인  경제이론의 다툼이었다. ‘분배를 통한 성장’은 정부 지출을 통한 복지증대에 우선순위를 둔 것에 반해, ‘성장 중심’은 시장의 기능을 강화하여 민간의 역할을 극대화 하는 것이었다.

 

만델라정부는  남아공 과거 흑인과 백인간의 소득분배 불균형을 해소하기위해  정부출범 초기에  분배중심 경제정책을 채택한다. 하지만 정권 중반기에 성장중심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한다. 그리고 그 성장 중심의 경제 정책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만델라정부의 성장중심 경제정책의 공과를 짚어본다. 


 

▣RDP정책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남아프리카공산당 (SACP), 남아프리카노동조합회의 (COSATU)의 삼자동맹으로 구성된  ANC연합인 만델라정부는 1994년 출범과 함께, 분배중심에 기초한 재건개발계획 (Reconstruction Development Programme :RDP) 경제정책을 채택한다.

 

RDP는 정부 개입의 수요확대를 통한 성장추구전략(Demand-led Growth Strategy)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지출을 통해 국내수요를 확대시킨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사회간접자본 및 주택등에 대규모 공공사업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이를 경제성장에 연계시킨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만델라정부는 분배를 통한 성장이라는 정부출범 초기의 정책이념에서 상당히 후퇴하기 시작한다.

 

우선 정책이념간의 충돌이 발생하였다. 생산성장의 가속화와 재정적자의 축소,조세부담완화와 사회복지혜택의 확대등, 목표들간에 상호 모순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결국 만델라정부는 1994년과 1995년의 대략 3%정도의 경제성장률로는 실업률을 줄일 수 없다고 판단하고, 1996년 RDP종결을 선언한다.


 

▣ GEAR란?

1996년 6월 만델라 정부는 경제정책을 RDP에서 GEAR(The Growth, Employment and Redistribution)로 전환한다. 수요확대를 통한 성장추구전략(Demand-led Growth Strategy)을 폐기하고,   공급확대를 통한 성장추구전략 (Supply-led Growth Strategy)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공급중시경제학은 수요를 변화시키는 케인즈 처방 대신에 공급 능력을  증대시키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기술 수준등을 높이거나 인적 자본등의  요소생산성을 높여 생산량을 증대시키고자한다.

 

그러므로 자본축적을 위해  법인세를 감면시켜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키고, 정부지출을 줄여 이자율을 하락시켜 투자의 유인을 제공한다.  재정적자감소와 정부지출삭감은 정부저축을 증가시켜 자금의 공급곡선을 우측 이동시킨다. 이를 통해  대부시장에서 이자율이 낮아진다. 이자율의 하락은 투자를 증가시키게 된다.

 

동시에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기업의 투자의욕을 자극한다. 

 

또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여 기업의 이윤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준다.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이렇게 대기업의 소득이 쌓이면 이는 트리클다운효과 (낙수효과)로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GEAR는 이러한 공급중시경제학에 기초하여 정부지출삭감, 공기업민영화, 재정적자에 대한 엄격한 통제, 정부규제완화, 연금지급액 삭감, 법인세인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추진한다.

 

이러한 정책수단으로 연6%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여 매년 40만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하고자 한다. 외국인 직,간접 투자를 활성화한다.
 

▣ GEAR정책의 효과

선성장,후분배 GEAR정책은 우선 GDP성장률의 상승을 가져왔다. 1993년의 성장률은 1.2%였으나, 2008년의 성장률은 3.7%로 상승하였다.

 

인종별 가구당 소득점유율도 인종차별적인 1993년에 비해 2000년에 긍정적으로 변화하였다. 1991년에 흑인가구의 소득점유율은 30%에서 2000년에 40%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GEAR정책은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자리를 축소시켰다. ANC정부가 수립되기 직전이었던 1993년말, 실업률은 13.6%였으나, 2012년는 25.2%로 증가하였다. 흑인노동자들의 실업률은 17%에서 28.5%로 높아졌다.

 

COSATU는  이러한 현상을 “실업위기는 탈아파르트헤이트 체제 하에서 그 경제 모순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하에 자본의 성장계획을 추진한 결과라 할 수 있다.”라고 평했다. 투자에 의한 자본의 축적으로 GDP 성장률은 증가하였으나,  오히려 노동의 증가는 감소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불안정 고용의 증대

GEAR정책의 또 다른 그림자는  실업자는 아닐 지라도 불안정 고용상태에 처해 있는 노동자가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시간계약직, 임시직에 종사하고 있다. ANC정부가 수립되기 직전인 1993년 시간계약직등의 비율은 14.5%였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8년은 30.8%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상도 ANC정부가 채택한 GEAR전략의 결과이다.  공식부분의 정규직일자리를 줄이는 대신, 비공식부문등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확대하는 정책 때문이다.

 

1993년말에는 1200만 명의 노동자 중에서 약 800만 여명이 고용되었고, 2012년 말에는 약 1800만 명의 노동자 중에서 약 1400만 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약 600만 명이 탈아파르트테이트 체제 후 실업에서 탈출하였다.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일자리의 50%는 시간계약직 및 임시직이었고, 25%는 정규직으로 구분되나, 실질적으로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틈새 직종이었다. 결국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의 25%정도만이 공식부문에 해당되었다.

 

그리고 그 비공식부문에는  흑인노동자들이 많이 종사하고 있었다. 1997년 흑인들의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의 비율은 26.1%에서 2008년 33.4%로 증가하였다. 반면에 백인들은 동일 기간에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의 비율이 7.2%에서 5%로 감소하였다.

 

공식부문노동자들은 비공식노동자들에 비해 약 3.5배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 할 때, 흑인 노동자들이 여전히 가난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 흑인 노동자간의 계급 분화

 남아공의 계급은 국가권력부문, 관리전문직, 공공부문의 상층계급, 핵심노동자층의 중간계급, 농장 등에 고용되어 있는 주변노동자등의 하층계급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상층계급의 노동자들과 주변노동자계급 노동자들 간의 소득격차가 약 10.5배 이상이고, 핵심노동계급의 노동자들과 주변 노동 계급노동자들 간의 소득격차는 1.92배 이상이다.

 

상층계급의 가구비율은 2008년에 1993년에 비해 12%에서 14%로 상승하였다. 이는 국가권력부문, 공공부문, 전문분야에 흑인노동자들의 진입이 증가한 결과이다.

 

핵심 노동자계급에 해당하는 흑인노동자와 백인 노동자간의 임금격차는 축소되었다. 1993년 흑인과 백인간의 임금격차가 최소 5배에서 최대 14배의 격차가 있었으나, 2006년에는 3.36배에서 5.66배로 대폭 감소하였다.

 

하지만 중간계급의 가구비율은 대폭 하락하였다. 1993년에 48%의 중간 계급비율이 2008년에는 38%로 감소하였고, 소득비율도 45%에서 34%로 감소하였다. 이는 중간계급노동자들이 하층계급의 노동자로 전락하였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하층계급의 가구비율은 1993년의 40%에서 2008년의 48%로 증가하였다. 소득비율은 10%에서 20%로 상승하였으나 가구비율 증가에 비추어 볼 때, 소득비율 증가는 1993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남아공의 민주화 이행은 상층계급의 다인종적 구성비율을 약간 증가 시킨 반면 중간계급이나 하층계급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흑인 노동자계급 내부가 계층별로 급속히 분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만델라정부와 이후 ANC정부는  정치적 민주화를 추진하고 자본축적을 통해 성장률을 증가시켰으나, 반면에 실업률의 증가를 가져왔다. 또한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불안정고용의 비율이 상승하였다.  인종간의 임금, 지위의 격차등은 아파르트헤이트 시기에 비해 다소 완화되고 있으나, 흑인노동자간의 계급차별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할 수 있다.


 

▣ BEE

 ANC정부는 흑인경제육성법( Broad-Based Black Economic Empowrment)프로그램을 내세워 시장주의 정책에 대한 보완정책을 펼치고 있다.

 

 BB-BEE법은 흑인의 경제권 및 경제력강화를 통해 흑인의 빈곤, 고실업, 흑백, 흑흑간의 빈부격차를 해소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남아공정부로부터 광산면허를 발급받거나 공공부문 발주사업의 입찰에 참가하기위해서는 기업은  BB-BEE4등급 이상을 획득해야한다. 평가항목은 흑인지분율, 기업 공급자 개발, 흑인의 교육훈련비중등의 기술개발, 흑인의 경영권 확보, 기업의 사회적투자등이다.

 

이 정책의 결과로 흑인자본가의 증가를 가져왔다는 평가이다. BEE정책은 무엇보다 인종차별로 얼룩진 남아공 사회를 새롭게 창조하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동시에  백인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BEE정책은 남아공 흑인들의 가난과 실업을 해결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