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하방 리스크 확대의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재정정책은 일반적으로 유효수요를 늘려 부가가치를 늘리는 반면, 민간부분의유효수요 창출을 억제하는 구축효과와 재정건전성을 손상시키는 재정적자문제를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재정지출은 안정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재정정책의 이자율 구축효과는 미약하고, 재정적자는 장기균형 정부부채비율의 수준에서 관리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경제적 관점에서 정부의 존립 이유는?
‘정부가 없는 시장은 하나의 허상에 불과하다’
이 말은 정부의 시장 개입의 논리적 근거를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에서 찾고 있다는 뜻입니다.
시장의 실패는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경제체제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시장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 △형평성 있는 소득분배 △경제안정과 성장이라는 세 가지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시장실패가 정부의 시장개입을 요구합니다. 정부는 법과 질서 유지라는 소극적 역할을 넘어, 시장경제에 깊숙이 관여 하는 이유입니다.
근대재정학의 창시자인 머스그레이브 (Richard A. Musgrave,1910~2007)가 제시한 정부의 3대 경제기능도 시장 실패와 관련됩니다.
머스그레이브는 △자원배분 (resource allocation )△소득분배(distribution)△ 경제안정 및 성장(economic stabilization and growth)이라는 3대 목적을 실현하는데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정부의 존립 이유는, 경제 차원에서, 이 같은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케인즈학파 vs 신고전학파
경제의 3대 기능을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경제 개입을 주장하는 경제학파는 케인즈학파입니다.
이들은 정부의 시장개입을 위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옹호합니다. 이는 케인즈 학파가 경기침체의 원인을 공급의 부족이 아닌 유효수요 부족에서 찾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재정지출로 유효수요를 늘리면, 이는 승수효과를 통해 총생산을 증가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됩니다.
(참고 :합리적 기대를 신봉하는 신고전학파는 단기 및 장기에 재정정책이 아무런 경제적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재정정책의 무력성을 강조합니다.
현재의 국채를 통한 재원조달은 궁극적으로 미래의 조세 재원조달(tax financing)로 귀결 될 것이므로, 정부지출은 민간의 저축증가와 총수요 불변을 초래한다고 주장합니다. )
◆ 정부지출이 항상 민간의 투자와 소비를 구축하는가?
유효수요를 늘리는 재정정책은 두 가지 역효과, 즉 민간구축과 재정적자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우선 재정정책은 적자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이 민간의 자본축적을 구축하여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차입에 의한 정부지출증가는 이자율구축(crowding out)을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부가 정부지출을 늘리기 위해 채권 발행등으로 자금을 차입할 때 대부자금의 수요가 증가합니다. 이는 이자율을 상승시키고 이에 따른 기업의 투자를 축소시킵니다. 투자의 감소는 소득감소에 따른 소비감소로 이어집니다. 그 결과 정부지출로 인한 총수요 증가효과가 민간의 투자와 소비감소로 상쇄되는 구축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 얘기는 좀 수정되어야 한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합니다. 크루그만은 경제가 완전고용보다 낮은 수준에서 작동하고 있을 때, 정부는 이자율을 높이지 않고 차입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부지출은 소득을 증가시키고 이는 각각의 이자율수준에서 저축을 증가시킵니다. 저축의 증가는 대부자금의 공급 증가로 이어집니다. 결국 정부지출에 의한 자금 수요 증가에 자금 공급 증가가 나타날 경우, 이자율의 상승은 억제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정부는 이자율을 높이지 않고도 차입을 할 수 있게 되어 구축효과는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정부지출이 민간부문의 활력을 꺾는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또 다른 근거는 투자 함수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정부지출이 민간의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주장에는 투자가 이자율의 함수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가 이자율 변동에 영향을 받기보다, 또 다른 변수, 예컨대 설비가동률과 기업가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에 달려있다면, 재정지출에 따른 이자율구축효과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재정적자와 성장간의 상관관계 (고민창외)
정부의 재정적자는 성장에 기여합니다. 그런데 과도한 재정적자는 장기적으로 성장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여 재정지출을 늘린 결과,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증가한다면, 국민저축(=민간저축 + 정부저축)은 감소하고 유효수요는 증가합니다.
유효수요증가로 설비가동률이 높아지면, 증가한 가동률이 투자를 증가시키게 되어 자본축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는 포스트 케인지안의 관점에서 투자는 이자의 함수가 아닌 가동률의 함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과도한 재정적자는 장기적으로 오히려 성장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장기균형 정부부채비율과 연관됩니다.
여기서 장기균형이란 자본스톡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재정적자의 증가에도 자본스톡 대비 정부부채비율과 설비가동률이 일정하게 유지되며, 따라서 국민소득 대비 정부부채비율도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경제는 장기균형에 놓여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더 이상 안정적 장기균형 정부부채비율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나타납니다.
장기균형이 존재하지 않을 만큼 통합재정수지적자가 충분히 크게 되면, 자본축적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정부부채비율의 상승으로, ‘유효수요 증가→설비가동률 증가→ 투자 증가’효과보다 ‘자본가들의 이자소득 증가→ 국민저축 증가→ 유효수요 감소→설비가동률 감소 →투자감소’효과가 더 커진 탓입니다.
이와 같은 경제 상태는 과도한 정부재정적자가 야기한 ‘정부부채의 저성장함정’ 혹은 ‘정부부채함정’이라 불립니다.
결국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증가하더라도 자본축적대비 정부부채비율은 장기적으로 안정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더 이상 안정적 장기균형 정부부채비율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앞에서 언급된 것처럼, 재정적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본스톡 대비 정부부채비율과 설비가동률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경제는 장기균형으로 수렴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밀한 균형점의 발견은 경제학자들의 몫입니다.
<참고문헌>
고민창, 이상헌, “재정정책, 정부부채 및 자본축적의 거시동학 모형: 포스트 케인지언 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