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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미국 의회와 대통령의 전쟁권한 ] 원칙과 재량의 균형.- 박성진 후보자, 역사관에 대한 추가 소명 필요

원칙(principle)과 재량(prudence)의 적절한 조화 균형. 이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는 미국 정치 외교의 오래된 숙제가 되어왔다.

    

원칙의 고수는 현실의 능률을 외면하도록 하고, 재량의 남용은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 원칙과 재량의 융통성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원칙 권력의 분리와 견제

 

미국 정치 외교의 원칙은 권력의 분리와 견제이다.

 

미국의 권력분립론의 이념적 기초를 제공한 몽테스키외는 그의 저서 <법의 정신>에서 권력을 가진 자는 그 권위를 남용하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권력상호간에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그는 입법권과 집행권이 동일인이나 집단에 집중되면 자유란 존재할 수 없다.”며 기관간의 힘의 분리를 강조한다. 의회가 정책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대통령은 정책을 집행하는 권력분립이 미국 정치외교의 원칙으로 자리하게 된 사상적 배경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미국의 권력분립은 사실상 법의 지배를 근간으로 하는 의회우월주의를 뜻한다. 미국 헌법에서 대통령은 의회가 결정한 정책을 집행하는 수동적인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예컨대 전쟁권과 관련하여, 대통령은 입법부의 두뇌지갑에 의존하여 을 휘두르는 행동대장의 성격을 지닌다. 헌법은 의회가 전쟁을 승인하는 전쟁 선포권과 전쟁 예산권을 갖고, 대통령은 전쟁을 수행하는 군통수권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대통령의 의회에 대한 순응은 식민지시대에 영국 군주의 일방적인 식민통치의 쓰라린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의 헌법은 집행부에 대한 의회의 강력한 견제를 통해 폭정을 억제하고자 한 것이다.

 

 

재량- 원칙의 고수는 정책의 능률을 떨어뜨려

 

하지만 원칙은 현실이라는 장벽에 종종 가로 막히기도 한다. 원칙고수가 결정력의 상실로 이어져, 정책의 능률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엄격한 권력분립원칙은 정치적 의사결정을 교착상태로 몰고 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통령의 전권 사항에 의회가 예산을 불허하거나 행정명령을 폐지하는 법률을 통과시키면 대통령은 정책을 실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규범)

 

특히 여소야대의 분점정부는 대통령의 정책 수행에 제동이 걸린다. 오바마 대통령도 공화당의 강경한 저항으로 정책실현에 난항을 겪었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파가 되자,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이민정책과 환경정책에 대한 법안의 심의가 진행되지 못하였다. 오히려 의회에서의 의제는 공화당이 내건 감세가 중심이 되었다.(조규범)

 

이러한 맥락에서 상황은 대통령의 재량의 필요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쟁은 의사결정의 융통성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집행을 담당하는 대통령은 자유재량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의회의 원칙과 맞선다.

 

미국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의회의 전쟁선포와 무관하게 미 육해군의 총사령관의 지위로 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하곤 하였다.

 

실제로 링컨 대통령은 남북 전쟁시에 의회와 사전 협의 없이 남북 항구를 봉쇄하였다. 링컨은 필요하다면 연방국가를 구하기 위해 헌법을 위반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의 통치권 행사방법을 입헌적 독재(constitutional dictatorship)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루만 대통령은 1950년에 의회의 동의 없이 군을 한국에 파병하여 전투에 참가시켰다.

 

의회가 대통령의 전쟁권한을 통제하기 위해 제정한 1973년의 전쟁권 결의법 (War Power Resolution)도 대통령의 군사조치에 대한 의회의 제약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의회는 미국의 베트남전쟁 개입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제약하는 전쟁권 결의법을 통과시켰다. 이법은 의회가 대통령의 전쟁권한 행사 후 60~90일 내에 사후 승인을 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사후보고를 통해 의회의 승낙을 받으면 전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은 60~90일간 일방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전쟁권결의법은 오히려 대통령의 전쟁권한을 헌법의 권한을 넘어 확대하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의회가 대통령의 전쟁권한에 협력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정치 외교에서, 대통령의 재량은 결단(decision) 활발(activity) 신속(dispatch)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통로로 인식되기도 한다.

 

 

원칙과 재량의 균형 필요

 

원칙의 고수는 현실을 방치하는 우려를 낳고, 재량에의 매몰은 자유와 권리를 제약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원칙과 재량의 대립을 상황에 조응하는 균형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가치가 위협에 직면하지 않을 경우, 정책의 융통성이 가치를 증대시킨다면 재량을 수용하는 아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성진 중소벤처 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요구를 받고 있다. 진보진영과 일부보수진영은 1948년 건국 인식, 유신과 중화학공업의 긍정 평가등 박후보자의 역사관 왜곡을 이유로 청와대의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박후보자는 이에 대해 역사를 몰라서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썩 명쾌한 해답은 아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역사의 중요성에 대한 관점은 다를 수 있다. 특히 하나의 역사적 사실이 양면성을 내포하고 있다면, 어디에 중요성을 둘지는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에 달려있다.

 

민주주의 관점에서 중화학공업육성을 바라본다면, 중화학공업정책은 박정희 독재체제 연장의 도구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성장론의 렌즈로 바라본다면, 중화학공업의 육성은 경제 성장의 발판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박후보자는 후자의 시선인 공학도의 관점에서 동전의 양면이 되는 유신과 중화학공업육성을 바라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원칙의 고수는 재량의 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므로 재량의 포용이 원칙의 가치를 높인다는 인식은 이상과 현실의 접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가 민주주의라는 원칙을 훼손하고 원칙에 대한 재량으로 능률과 성장만을 추구하는 인식을 품고 있다면, 그는 고위공직자로서 부적격한 인물이다.

 

하지만 재량과 성장에 무게중심을 좀 더 두고 있다는 것만으로 혁신성장을 이끌 인물이 아니라는 주장은 이분법적 논리에 빠지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가 원칙을 훼손하지 않았다면 국민이 그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과 현실간의 현명한 균형이 될 수 있다. 재량적인 포용과 융통성은 가치 실현의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역사관의 논란에 대한 그의 답변을 좀 더 들어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급하게 결단 내릴 필요는 없다.

 

이제는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보다 원칙과 재량의 조화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참고] 박정희대통령의 중화학공업육성 정책의 양면성

 

박정희 대통령은 19731월 연두기자회견에서 중화학공업 정책을 선언하였다. 이는 197210월 유신체제 선언의 후속 정책에 해당하였다.

 

중화학공업육성 전략은 철강· 조선· 전자· 기계(자동차비철금속· 화학공업등 여섯 개 산업을 중점 전략산업으로 설정하였다.

 

유신과 중화학공업 육성은 박정희 정부의 국내 정치질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는 민주화세력을 약화시키고 자신의 정치경제적 권력기반을 강화시키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유신과 중화학공업화를 선택한 것이다.

 

또 그는 중화학공업의 육성을 방위산업의 전제로 인식하였는데, 방위산업의 육성이 북한의 위협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전략이라고 파악하였다.

 

미국의 19707월의 주한 미군 1개사단의 철수방침을 한국 정부에 통고하였고, 1976년 카터 대통령은 추가 미군 철수를 언급하였다. 이러한 미 지상군 철수에 대한 논의의 본격화는 정부의 안보위기 의식을 높여, 박대통령의 자주국방에 대한 필요성을 강화시켰다.

 

물론 그는 북한의 위협을 자신의 레짐 이익 (regime security)으로 인식하여, 중화학공업과 방위산업을 육성하였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중화학공업육성에는 경제의 정체현상을 산업고도화로 돌파하겠다는 목표도 담겨 있었다. 소비재 중심의 수출정책이 한계에 이르게 되자, 산업구조를 고도화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또 중화학공업이 높은 생산성증가율을 가져와 소득증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중화학공업육성은 장기적으로 소득증대에 따른 국내의 내구재 소비수요에 대한 공급체계 구축의 의미도 지니고 있었다. 현재 국내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삼성· LG의 전자 IT제품과 현대가 생산하는 자동차는 박정희정부의 중화학육성의 산물로 보기도 한다.

 

또 중간재의 수입대체효과를 통해 국제수지개선효과도 기대하였다.

 

중화학공업은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으로 성장하게 된다. 국민진흥기금의 저리융자, 산업은행을 통한 특혜금융, 중화학공업에 대한 조세 감면, 중화학공업 수출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소득세 또는 법인세 감면등, 정부의 재벌 기업에 대한 특혜 지원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현재 재벌들은 지금 그들의 위치가  국민들의 희생의 대가라는 사실을 쉽게 망각하고 법인세 인상에  반대한다. 재벌들은 이익 잉여금만 쌓아두지 말고 임금 인상과 법인세 인상에 적극 참여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박정희 정부의 중화학공업육성은 박정희대통령의 독재정치의 기반이 된 반면, 경제성장과 자주국방의 토대가 되기도 하였다. 민주주의의 약화라는 부정적인 효과와 경제성장의 긍정효과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


[참고문헌]

노기호, 강승식(2002), “미국 헌법상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 관계”, 지역발전연구 제2권 제3

전웅(2000), “미국의 외교정책결정에 있어서 의회와 대통령간의 관계”, 동서문화연구 vol8

조규범(2016) “미국 헌법상 대통령제 정부형태와 정치적 양극화에 관한 소고”, 미국 헌법연구 제27권 제3

김진(1995), 미국헌법상의 대통령과 의회의 관계경희대학교 석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