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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투표 행태] 유권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투표하나? : 2017 대선, 정서적 정당일체감 투표 vs 전망적 투표

행복해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미소를 짓는 행위를 함으로써 행복할 수도 있다.

 

후자는 인과관계가 역전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상을 먼저 분석하고 이에 대한 관점을 형성하기보다, 주어진 렌즈로 현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어진 렌즈는 렌즈가 바라보는 세상을 받아들이도록 한다. 파란색 색안경을 끼면 세상이 파랗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최준영외)

 

 

회고적 투표 vs 정서적 정당일체감에 근거한 투표

 

렌즈에 의한 왜곡현상은 정치의 투표영역에도 나타난다.

 

투표는 원칙적으로 국정운영의 결과를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라는 보상과 심판의 역할을 담당한다. 유권자는 이러한 회고적 투표 (retrospective voting)를 통해 현재 권력집단의 업무수행을 평가하여, 집권세력을 지지로 보상하거나 이탈로 심판한다. 또한 회고적 투표는 심판을 통해 미래의 리더를 선택하는 효용을 지니는 전망적인 특성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합리성에 근거한 회고적 투표는 정서적 회고투표에 자리를 내어놓기도 한다.

 

이는 정당에 대한 애착심이 편향적일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권자가 정당과 정서적인 일체감을 형성하면, 대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정당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애착심의 렌즈가 정보를 왜곡하여 정당에 불리한 것은 아무리 객관적 사실이라 하더라고 외면하거나 부인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처럼 정서적 정당 일체감에 빠진 유권자는 정치현상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후 관점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추동되지 않는 추동자’(unmoved mover)가 된다. (최준영외)

 

 

정서적 정당 일체감에 근거한 투표의 예들

 

합리적인 회고투표 대신 정서적인 정당일체감에 근거한 투표는 역대 선거에서 빈번히 나타났다.

 

201219대 총선이 그 예이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52석의 단독 과반을 획득하여 승리하였는데, 선거 전 정국은 회고투표 가능성을 높이고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 지지자의 43.4%가 이명박 정부에 대해 대체로 잘못했다혹은 매우 잘못했다는 등의 부정적 평가를 내렸음에도, 이들은 새누리당에게 투표를 하였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의 회고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투표에 대한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정당에 대한 정서적 태도였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가진 이들이라도 새누리당을 호의적으로 인식할수록 새누리당에 투표할 확률이 높아지고 야권연대후보에 투표할 확률은 하락하였다. (강원택)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집권정당에 대한 회고적 평가는 제한적이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야기한 국민적 분노는 집권 여당에 대한 심판이 내려질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회고적 심판을 거두고 정서적 정당 일체감에 따라 투표를 하였다. 새누리당에 대해 편향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은 회고적 평가에 관계없이 매우 높은 확률로 새누리당 후보에게 투표하였다. 이는 책임의 귀속을 혼동시키는 것으로, 긍정적인 결과는 소속 집단의 공으로, 부정적인 결과물은 집단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집단편향을 보인 것이다. (오현주)

 

 

정서적 정당일체감의 투표 vs 전망적 투표(prospective voting)

 

59일 대통령선거에서 이러한 회고적 평가보다 정서적 정당일체감에 근거한 투표가 이루어진다면, 선거 판세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자유한국당의 홍준표후보는 7일 페이스북에 막판 보수 대결집으로 4238로 제가 이긴다.”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과거 투표의 예처럼 이번 대선도 정서적인 선호편향에 의한 투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박도 없지 않다. 과거 선거에서 심판을 요구하는 회고적 투표와 전망적 투표가 공존한 선거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망적 투표란 정책공약을 평가하고 유권자의 정책 입장과 유사한 정책적 입장을 제시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근접이론(proximity theory)의 일종이다. 또한 새로운 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후보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담고 있다.

 

전망적 투표가 이루어진 선거는 15대 대통령 선거였다. 당시 대선은 IMF경제위기를 초래한 김영삼정부에 대한 경제위기 책임을 중심으로 한 평가, 즉 인지적 회고적 평가가 이루어졌다.

 

동시에 경제위기를 더 잘 극복할 수 있는 대통령에 대한 평가인 전망적 평가가 공존한 선거였다. (엄기홍) 유권자들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김대중후보의 능력에 기대를 품은 것이다.

 

게다가 이번 선거가 과거 선거들과 다른 점은 투표 환경의 차이에 있다. 과거 선거들이 양당 정치 하에서 이루어졌지만, 이번 선거는 다당제 하의 투표가 이루어진다.

 

다당제투표에서는 회고적 투표보다 전망적 투표가 우세하다. 그 이유를 소비자의 시장행위로 설명할 수 있다.

 

소비자는 기존에 사용하던 특정 제품의 질이 떨어졌다고 판단하면 퇴장 혹은 항의라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여기서 항의와 퇴장사이의 선택은 대안이 현재 사용 중인 제품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만약 새로운 대안이 현재 사용하는 제품을 대체할 수 있다면 소비자는 새로운 회사의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조성대)

 

마찬가지로 다당제 하에서 정당정치도 대안으로 판단되는 정당이 기존에 지지하던 정당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에 따라 퇴장이 이루어진다. 이 때 지지정당을 교체하는 스윙투표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는 이러한 스윙투표가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도 점증하고 있다. 이는 유권자들이 전망투표의 일종인 진성투표(sincere voter)를 행한다는 것으로, 해당 후보자의 승리와 상관없이 자신의 정책 포지션에 근접한 매력적인 대안에 대체 투표한다는 것이다.

 

 

매력적인 대안이란?

 

여기서 매력적인 대안으로서의 지도자란 누구를 의미할까?

 

헌법 제1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주권이란 특정지역을 지배하는 최고 권력이란 의미인데, 이러한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국민들이 직접 정치를 할 수 없어 정치 엘리트들에 의해 국민의 목소리가 추정 인식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의 민주주의에서 정치엘리트들이 국민의 이름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전제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러한 권력은 정경유착을 통해 국민의 효용을 빼앗는 지대창출과 지대추구행위를 초래 할 수 있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하나 실상은 정치엘리트들이 국민의 상전으로 올라서 국민위에 군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은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효용을 빼앗는 대신, 이를 지켜주는 책임 있는 종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매력적인 지도자는 시대의 추이를 간파하고 그의 행동을 바꾸는 상황의존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시대의 상황에 적합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추진하는 능력 있는 인물이다.

 

이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개인 지갑을 두둑하게 해주는 돈지갑 투표poketbook voting보다 사회경제적인 부를 창출 할 수 있는 토대에 관심을 두는 사회경제적 투표sociotropic voting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7 5.9 대선은 과거의 선거들과 달리 회고적 투표와 전망적 투표를 통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형편에 공감하는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토대가 될 지 주목되고 있다.

 

 

< 참고문헌>

엄기홍(2017), “합리적 선택 이론과 투표행태”, 투표행태의 이해

최준영(2017), “선거이슈와 투표행태”, 투표행태의 이해

최준영외(2017), “정당일체감과 투표행태”, 투표행태의 이해

조성대(2017), “투표참여와 기권”, 투표행태의 이해

오현주외 (2014), “정당호감도와 회고적 평가”, 한국정당학회보 제13권 제3

장승진(2017), “한국선거에서의 회고적 투표”, 미래정치연구 제7권 제1

박원호외(2014), “정당선호의 감정적 기반

강원택(2012), “왜 회고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한국정치학회보 제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