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다. 미국중앙정보국(CIA) ‘월드 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 의하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세계224개국 중 220위를 기록하였다. 합계출산율은 여성1명이 가임기(15~49세)동안 낳을 평균자녀수를 말한다.
◆ 만혼과 비혼, 혼인력을 떨어뜨려
합계출산율이 낮은 원인의 하나가 만혼 혹은 비혼의 경향이 높다는 점이다.
출산율은 혼인력(배우자가 있는 비율)과 결혼 후 출산력(혼인한 부부가 출산하는 비율)으로 결정된다.
2005년부터 2014년의 합계출산율의 변동 요인을 분석하면, 합계출산율이 0.13명에 증가하는데 그쳤다. 결혼 후 출산력은 출산율에 양(+)의 기여를 하는 반면 혼인력은 음(-)의 기여를 하는데, 음의 기여가 양의 기여를 상쇄하여 출산율의 증가가 소폭에 머물렀다. (이삼식)
이처럼 결혼을 너무 늦게 하거나 결혼을 하지 않는 경향이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 혼인력과 출산력을 낮추는 요인들
만혼과 비혼등의 혼인력의 문제에 출산력의 문제를 덧붙여 저출산의 종합적인 원인 분석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출산의 메커니즘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이는 출산이 어떠한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가라는 질문이다. 각각의 관계들은 긴장과 갈등을 초래하는데, 저출산문제의 해소는 갈등의 완화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저출산 대책평가Ⅰ」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의 메커니즘을 일-가족- 교육의 삼각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모형의 각각의 관계는 과거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기반이 되었으나, 현재 긴장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므로 삼각모형의 각각 관계들의 긴장을 완화한다면 저출산은 반등에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 가족- 교육의 삼각모형에서 각각의 관계는 일-가족, 가족-교육, 교육-일로 맺어진다.
일 –가족 관계는 소득으로 이어진다. 일을 통해 소득이 창출되면, 소득의 힘이 가족을 형성한다. 가족- 교육 관계에서 가족은 출산, 양육, 교육을 담당한다. 교육- 일의 관계에서, 교육을 받은 자녀는 일자리를 얻게 된다. 이처럼 출산이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은 일-가족-교육-일의 순환이다.
일-가족-교육의 삼각모형은 과거 한국경제의 성장의 기반이 되었다. 가족의 출산은 경쟁적인 교육으로 이어지고, 교육은 일자리를 얻는데 기여하였다. 일자리는 다시 소득을 매개로 하여 혼인으로 연결되었다. 이러한 관계가 한국의 성장의 파이를 키워갔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관계가 긴장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가족 관계에서, 소득 증가를 위한 맞벌이 가족의 등장은 일-가정 양립의 문제를 가져온다. 가족-교육 관계에서, 출산은 교육비 부담을 안긴다. 교육- 일 간의 갈등은 취업문제이다. 축적된 교육이 취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일-가족-교육의 삼각모형에서 교육과 취업의 연결의 실패는 혼인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일-가정관계의 일 가정 양립 문제와 가족-교육관계의 교육비부담은 출산력의 반등을 억제한다.
그러므로 저출산의 해법은 삼각모형의 원활한 순환을 위한 정책의 실행이다. 일-가족 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 정책이 필요하며, 가족-교육 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시키며, 일-교육 간의 긴장 해소를 위해 학력위주가 아닌 능력중심사회로의 진입을 위한 교육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범주별 정책의 우선순위
그렇다면 저출산 정책들중 우선적으로 접근해야 할 정책들은 무엇일까? 출산율의 반등을 위해 가장 시급하고 효과적인 정책의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실질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며,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수행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일까?
정부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 대책의 주요내용으로, 청년 일자리 주거대책 강화, 난임등 출생 사회적 책임강화, 맞춤형 돌봄 확대·교육개혁, 일가정 양립 사각지대 해소를 내세웠다.
예정처는 정부의 저출산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정책우선순위를 분석하였다. 저출산 평가지표를 4개로 설정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방안을 5개로 분류하였다. 이어 4개의 평가지표에 따라서 5개 해결방안의 중요도를 평가하였다.
4개 평가지표는 시급성, 효과성, 효율성, 적용가능성이다. 5개 해결방안은 혼인여건 개선, 출산여건 개선, 보육여건 개선, 교육여건 개선, 일가정 양립 여건 개선등이다. 예정처는 4개 평가지표에 따라 5개 해결방안의 중요도를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해 평가하였다.
먼저 ‘일가정 양립 여건 개선방안’이 4개의 평가지표의 복합우선순위를 고려할 경우 가장 우선시 되는 정책범주였다. 시급성· 효과성· 효율성면에서 가장 높은 우선 순위를 받았고, 현실적인 적용가능성에서 두 번째 순위를 얻었다.
이어 ‘보육여건 개선 범주’가 그 뒤를 이었다. 보육여건개선의 시급성· 효과성· 효율성은 일가정 양립 범주보다 낮았지만, 적용가능성은 더 높았다.
만혼 비혼 문제인 ‘혼인여건 개선’과 ‘교육여건개선 범주’는 효율성과 적용가능성 측면에서 낮은 우선순위를 나타냈다. 혼인여건 개선 범주에서 ‘노동개혁을 통한 일자리 확대’, 교육비여건개선 범주에서 ‘사교육비 부담완화’등은 시급하고 효과적이나, 이를 실행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들고 적용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출산여건 개선’은 시급성과 효과성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세부항목별 정책우선순위
저출산 정책 우선순위 설정의 범주별 순위에 덧붙여, 각 범주에 속하는 세부항목들의 정책우선 순위는 무엇일까?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얻은 세부정책은 ‘신뢰할 수 있는 보육 유아 교육’(보육여건개선 범주)이었다. 이어 ‘근로현장의 문화 및 행태 개선’(일가정양립개선 범주), ‘돌봄지원체계강화’(보육여건개선 범주), ‘일가정양립지원제도 활성화’(일가정양립개선 범주), ‘정규직 전환확대 및 임금격차 해소(’혼인여건개선 범주)의 순으로 정책 우선순위가 높았다.
지방자치단체 실무공무원에 대상으로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에 포함된 50개 영향력 조사에서도 저출산 정책우선순위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유사하였다. ‘일가정양립제도 이용권 보장’이 가장 높은 영향력 계수를 보였고, 다음으로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보육 유아 교육’이 높은 우선순위를 나타냈다.
◆구조적인 접근과 효율적이고 적용 가능한 접근을 동시에 추진
저출산 해소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적인 접근의 정책과 시급하고 효과적이며 적용가능한 정책으로 구분할 수 있다.
능력이 인정받는 사회, 사교육비 완화등 적용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능력보다 학벌이 우대받는 노동시장의 문제는 혼인력을 약화시키고, 사교육비를 부추기는 입시위주 교육등은 출산력을 낮추는 구조적 원인이다. 이들은 장기적인 안목의 해법이 강조된다.
일가정양립과 보육 교육의 내실화는 당장 추진해야할 효과적인 정책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 과제를 위한 재정의 집중적인 투입이 요구된다.
한편 결혼 후 출산력(혼인한 부부가 출산하는 비율)에 미치는 요인으로 장시간 근로문화 개선이 주목되고 있다. 기혼남녀의 희망자녀수 증가에 미치는 저출산 정책으로 장시간 근로문화 개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 이는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는 근로시간단축정책이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는 바람직한 정책임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