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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개헌 ②] 지방정부의 자율은 국민행복과 국가경쟁력을 높여

야구장에서 앞사람이 일어서면, 뒷사람은 관람을 못해

# A지방정부의 주민이었던 벤처사업가 김분권씨는 최근 B지방정부로 이주하였다. 그의 이전 이유는 벤처기업가들이 선호하는 공공서비스를 B지방정부가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B지방 정부는 최근 벤처기업에 높은 연구개발비세액공제의 혜택을 제공하는 세법을 통과시켰고, 벤처 연구 단지를 저렴한 임대료로 사용할 수 있는 조례도 제정하였다.


위의 가상의 사례는 거주지 이전을 통한 투표, 발로 찍는 투표’ (voting by one’s feet)에 대한 설명이다.

 

지방정부가 조세의 세목과 세율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율적인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면, 주민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공공서비스를 찾아 이동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거주지 이전을 통한 투표는 지방정부로 하여금 지방정부간의 서비스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지방정부는 지역주민들의 선호와 수요에 신속히 반응하여, 주민의 욕구에 상응한 지방공공재와 서비스를 공급하게 된다.

 

따라서 발로 찍는 투표에 의하면 분권형 지방정부가 단일 통치의 집권형정부보다 우월한 후생을 가져올 수 있다. 단일 집권형 정부는 각 지역의 선호를 무시하고 전국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지방공공재를 제공하는 것에 반해, 분권형 지방정부는 자율과 책임으로 지역주민의 선호를 충족시키는 공공재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균철)

 

[참고]

(공공재 생산은 과소생산의 문제를 초래한다. 공공재가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생산량보다 적게 생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공공재의 무임승차(free rider)문제에서 비롯된다. 공공재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공공재를 소비하여 얻는 편익(선호)을 드러내지 않고, 생산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럴 경우, 개인의 편익이 축소되어 사회 전체의 편익도 작게 나타난다. 결국 시장 기구는 공공재를 사회적으로 최적화된 수준보다 적게 생산하거나 생산을 못 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재는 시장 기구를 거치지 않고 생산된다. 정책결정자가 자신의 선호와 판단에 의해 생산 공급되는 것이다.

 

공공재의 무임승차가 초래하는 과소공급 문제는 발로 찍는 투표에 의해 일부 해소될 수 있다. 지방정부가 세목과 세율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조세를 부과 징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지역주민들은 시장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제품을 선택하듯이, 자기 선호에 가장 부합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주민들의 공공서비스 선호에 따른 이주 의사결정은 주민들이 지방공공재에 대한 선호를 표방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책담당자들은 드러난 주민들의 선호를 파악하여, 개인의 선호의 합으로 사회적 편익을 계산하고, 사회적 편익과 공공재 생산비용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최적 생산량과 생산비를 결정할 수 있다.)

 

 

지방정부의 이전재원 의존 vs 지방정부의 자주재정

 

발로 찍는 투표이론은 논쟁적이다. 주민들이 실제로 선호하는 공공서비스를 쫓아 이주를 할지 의문시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들을 차별화하는 독점적 경쟁시장처럼, 발로 찍는 투표가 지방 정부들 간의 서비스 경쟁을 가져올지 명확하지 않다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발로 찍는 투표가 함의하는 것은 지방정부 자율의 중요성이다. 지방정부의 자율은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높여 주민의 선호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한다. 그만큼 주민의 행복은 높아진다. 또한 국가의 경쟁력도 강화된다. 왜 그럴까?

 

 

지방정부가 이전재원에 의존하면 포크배럴정치, 도덕적 해이, 재정건전성 악화 초래=

먼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이전재원에 기대게 되면, 어떠한 문제를 초래할까

 

우선 지방정부의 의존재원의 비중이 높아질 경우, 지방정부는 보조금 획득 정치라 불리는 포크배럴 정치’(pork barrel politics : 돼지고기 보관통 정치)에 몰두하게 된다.

 

공공서비스 공급에 필요한 재원을 지방세등 자주재원으로부터 조달할 수 없게 되자, 지방정부는 주요 사업의 정부 지원금을 확보하기 위한 로비활동에 동분서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도 고위 공무원의 가장 주요한 업무가 중앙부처의 장차관 혹은 국회의원을 만나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안성호)

 

포크배럴 정치는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포크배럴의 편익은 특정집단에게 집중되지만, 그것에 소요되는 재원은 전국의 납세자들이 부담하게 되어, 공유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야기한다.

 

또한 지방정부가 지방의 조세자주권을 잃고 중앙정부의 지원에 기대게 되면, 지방정부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지방정부가 이전재원에 의존할 경우, 지방세를 통해 공공서비스에 필요한 재원을 주민에게 부담시킬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주민들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으므로, 주민의 선호에 대해 반응할 책임이 없게 된다. 주민들 또한 자신들이 부담하지 않은 지출에 대해 모니터링을 할 유인이 없다. 자신들이 선호하는 수요가 충족되는지 감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지방교부세등 이전재원의 확장은 정교한 감시체제를 마련하지 않게 되어 위험한 재정사업 추진과 과도한 투자등 지방정부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 할 수 있다. (최정열)

 

지방정부의 도덕적 해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중앙정부의 재정수지 악화를 가져오게 된다. 중앙정부는 재정위기에 빠진 지방정부를 구제하라는 압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구균철)

 

지방정부의 이전재원 확대는 중앙정부의 재정수지를 악화시키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지방정부의 과도한 중앙정부 의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일본의 삼위일체개혁이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2000년대,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등 이전재원의 팽창으로 중앙정부 재정의 건전성이 악화되자, 삼위일체개혁으로 대표되는 지방재정분권개혁을 추진하였다. 삼위일체는 지방교부세 감축, 국고보조금 축소, 세원의 대대적 지방이양을 뜻한다.

 

이처럼 지방정부가 조세자율권을 잃고 중앙정부의 이전재원에 의존하게 될 경우, 지방정부는 재원의 부족분을 중앙정부가 보전해 준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이는 지방정부가 재정책임성을 소홀히 하여 방만한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일 수 있다. 중앙정부의 재정의 건전성은 동시에 악화된다.

 

결국 국민의 행복수준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국가정책의 목표는 충족되지 못하게 된다.

 

 

지방정부의 자율성, 책임을 통해 주민의 후생과 국가경쟁력 높여=

이에 반해 지방정부의 이전재원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지방정부의 재정권한을 높이는 자율성을 강화시키면 주민의 후생과 국가경쟁력은 높아진다

 

우선 지방정부가 자주재원을 확충하게 되면, 자율성은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높인다.

 

지방공공재가 지방세를 재원으로 공급된다면, 지출의 재원은 주민부담과 명백하게 연결된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부담하는 비용과 편익에 대한 모니터링의 유인이 커지고, 지방정부는 납세자의 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책임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자주재원의 범위 안에서 재정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지방정부는 비생산적인 재정지출을 억제하여, 재정건전성을 추구할 수 있다. 연성예산제약(soft budget constraint)의 유혹에서 벗어나 경성예산제약을 통해 재정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구균철)

 

이는 소비자의 한계편익과 소비자가 부담하는 한계비용의 연계로, 공공서비스 재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달성되고 생산의 효율성을 높인다.


결국 지방정부의 자주재원을 확대하는 자율성이 높아질 경우, 지방정부의 책임성이 높아져 주민의 선호는 충족되고 국가의 경쟁력은 높아지게 된다. (최정열)

 

 

지방정부의 자주재정권, 어떻게 높이나?

 

그렇다면 지방정부의 자주재정권을 높이는 방안은 무엇인가?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납세의무 법률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38조와 조세법률주의를 규정한 제 59조의 수정을 지적한다. 이는 지방정부가 스스로의 권한과 책임 하에 지방세를 부과 징수할 수 있어야 하며, 세목· 과세표준· 세율등의 결정권한을 가지는 것이다.


헌법 38조에 따라 지방정부는 지방세의 부과 및 징수에 대한 직접적인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헌법 59조의 조세법률주의(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과세제한으로, 헌법이 지방정부의 세목 및 세율의 설정 권한을 제한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세입분권 강화를 가로막는 조세법률주의는 지방정부의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 의존을 높인다. 이른바 지방정부의 재정자율성 결여를 냉소적으로 표현한 2할 자치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세 대 지방정부의 자주재원인 지방세의 비율은 82(7921)이다.

 

실제로 지방정부의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의존도는 높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 52.5%이다.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83.04%인데 반해 광주광역시는 45.77%에 지나지 않는다. 도의 자립도의 경우, 경기도는 55.2%, 전남은 18.35%를 기록하고 있다. 자치구 자립도의 경우, 서울중구는 65.17%, 부산 영도구는 12.48%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조세법률주의는 어떻게 수정해야할까? 이는 재산세등 자치세의 결정권한을 조례에 두는 것이다. (이기우외)

 

구체적으로 관세등의 국세, 재산세등의 자치세, 그리고 공동세의 국세를 명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공동세는 법인소득세· 개인소득세·부가가치세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공동세의 세수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게 일정비율로 배분된다. 실례가 독일의 공동세이다. 독일은 부가가치세를 연방정부· 주정부· 기초지방정부· EU에 각각 43.1%, 43.4%, 2.0%, 11.55%로 배분하고 있다.

 

이처럼 세원을 국세· 자치세· 공동세로 구분한 후, 국세 및 공동세의 종목· 세율· 징수방법은 법률로 정하고, 자치세의 세율· 세목· 징수방법은 조례로 정한다는 조항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이다.

 

또한 헌법에 재정건전성의 명시도 필요하다. 정부와 지방정부는 재정건전성의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재정을 운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운영의 패러다임은 통치에서 분권으로

 

호남홀대라는 말은 선거 때마다 회자되었다. 지역 간 분열과 대립의 상징인 호남홀대는 중앙정부가 권력과 자원의 배분을 쥐고 있는 현재의 통치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중앙 집권형 정부는 최대로 과반정도의 지역에서 지지를 받으면 된다. 따라서 집권한 중앙정부는 자신을 지지한 지역에는 현저히 높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그 이외의 지역에 대해 관심을 소홀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분권으로 지방의 재정권이 높아져 자주적인 재원으로 자치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면, 중앙정부의 간섭은 줄어들어 지역 간의 분열과 대립은 완화될 수 있다.

 

지방분권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권한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지방정부가 자율성을 부여받아, 정책을 자유롭게 결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가 주민에 대한 선호에 반응하여 국민의 행복을 높이고, 자원의 배분과 생산의 효율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 기여하게 된다.

 

야구장에서 앞사람이 경기를 잘 보기 위해 일어선다면, 뒷사람들은 경기를 제대로 관람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국가 운영의 패러다임이 통치에서 분권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의도적으로 회피한다면, 회피자들의 이익은 극대화 될지라도, 국민 전체의 행복은 줄어들 수 있다.

 

적어도 일부의 이익을 증가시키면 전체의 이익도 증가 할 수 있는 자원배분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최정열(2013), 재정분권과 경제성장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구균철(2015), 한국형재정분권론 정립을 위한 기초연구, 한국지방세 연구원

윤영진(2016), 새지방재정론

이기우외(2016),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의 원칙과 범위 지방분권개헌 대국민 토론회, 전국시장군수 구청장 협의회

안성호(2011), “지방분권의 논거와 과제”, 지방분권과 한국 시민사회

김성호(2009), “지방분권형 국가운영체에 구축을 위한 정책과제”, 전국시도지사협회,

하혜영(2017), “지방분권의 개헌방향토론문, 헌법개정의 쟁점과 방향국회입법조사처 세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