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2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정치

[ 개헌① ] 민주적 분권개헌을 향하여 - 개헌 로드맵을 법제화하는 개헌 필요

아프리카 초원에서 치타가 작은 영양을 잡기 위해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다. 그런데 치타 주변에 더 크고 맛있어 보이는 영양이 나타났다. 하지만 치타는 더 좋은 먹잇감 대신 이미 눈독 들인 작은 영양을 계속 쫓아간다.

 

이처럼 치타는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새롭고 더 나은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이미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도 과거의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역사가 중요하다’(History matters)는 신념하에, 현재 및 미래의 행동과 결정은 과거의 그것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박용수)

 

QWERTY키보드의 표준화가 과거 의존성의 대표적인 예이다. 1873년 타자기의 오동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이 키보드는 이후 발명된 더 효율적인 키보드로 대체되지 못하였다. QWERTY키보드가 전 세계에 널리 보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완고함과 변경불능을 고집하는 이러한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이론은 제도 변화의 어려움도 설명한다.

 

외부의 충격이 기존의 제도에 가해지면, 정책사고의 틀의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책담당자들은 고착화된 과거의 방향에 휩쓸리는 관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제도패러다임은 과거의 경로에 이탈하지 않고 역사적 고착화(historical lock-in)를 보인다는 것이다.

 

제도가 기존 경로로부터 이탈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기존 제도로부터 이익을 얻는 행위자들이 경로이탈을 막기 때문이다. 제도의 한계가 노출되어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채택과 확산이 비토플레이어의 이익을 침해하게 될 경우, 경로의존의 관성은 강해지게 된다.

 

결국 이전의 패러다임은 새로운 방향을 제약하고 모순이 폭발할 때를 기다리게 된다.

 

 

수평적 분권과 수직적 분권

 

경로의존성과 관성의 그림자는 우리 제도의 틀에도 어른거리고 있다. 국가 권력체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지금, 과거의 제도 유산을 고정화하자는 새로운 비토 플레이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권력체제의 패러다임은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할까?

 

우리나라는 강력한 대통령제하에서 왕도적 집권을 권력패러다임으로 제도화하였다. 왕도적 집권은 국민이 선한 권력자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제도를 말한다. 이 시스템에서 모든 국민은 최고 권력자의 의사결정과 처분을 기다리게 된다. (이기우a)

 

하지만 이러한 체제는 권력자의 측근들이 불공정한 자원을 배분받는 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 그러므로 권력자의 권한이 수평적으로 배분된다면, 권력자와 호혜적인 관계에 놓여 있는 측근들 간의 부정한 비공식적 네트워크는 투명한 공식적 네트워크로 변화될 수 있다.

 

또한 왕도적 집권은 국가편의주의가 만연한 체제이다. 지방은 최고권력자의 지배하에 있는 중앙정부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부속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중앙 집권의 통치는 과부하 현상을 초래한다. 최고 권력자가 모든 것을 처리하려 하다 보니 어느 것도 제대로 처리할 수 없게 된다. (이기우)

 

세월호 참사등 국가적 재난은 대통령이 담당하는 업무의 과부하와 비효율에 기인하였다는 지적이다. 이는 중앙집권적 국가의 기능이 마비와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반증이다.

 

만약 대통령이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중앙집권 대신 수직적 분권의 체제가 권력구조로 자리하였다면, 이러한 비극은 미연에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직적 분권으로 중앙의 권력이 지방에 배분되어, 지방정부가 행정권, 입법권, 재정권, 그리고 자치권등을 행사할 수 있었다면, 지역의 재난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는 현장가까이에 있는 지방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자치권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래는 수직적 분권의 중요성을 적절히 표현한 언급이다. “광대한 지역에 하나의 정부만 존재하면, 그 정부가 외부 위협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 체제 전반에 치명적 재난이 될 수 있다. 반면, 복수의 거버넌스 단위들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외부 위협에 대한 일부 단위의 실패가 작은 재난으로 끝나고 만다. 이런 실패는 다른 단위들의 성공적 대응으로 상쇄된다”(안성호)

 

 

민주적 분권사상

 

더 나아가 분권은 민주적 분권사상을 포함해야 한다. (윤석상)

 

민주적 분권은 보충성이다.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개인에게 우선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에, 사회(가족, 지역사회)에서 해결하도록 하고, 이것으로 해결이 어려운 경우 지방정부가 관여한다. 그리고 국가는 지방에 대한 관여를 제한하고, 지방에서 수행될 수 없는 일에만 참가한다.

 

이처럼 보충성은 개인의 존엄에서 출발한다. 개인이 다른 사람들을 해치지 않는 한 자유를 가진다는 원리 하에, 개인- 가족- 지역사회 지방정부- 국가의 관계에서 가장 낮은 층인 개인을 존중하는 것이다.

 

결국 민주적 분권은 개인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제일의 가치를 둔다.

 

 

개헌 로드맵을 위한 개헌

 

단임제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책임정치를 훼손합니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이 다음 선거를 통해 평가받지 못하고, 또한 국가적 전략과제나 미래과제들이 일관성과 연속성을 갖고 추진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임기 후반기에는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심하면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

2007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이렇게 제안하였다. 하지만 야당과 언론은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개헌제안을 비난하였다.

 

패러다임 전환은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개헌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경로의존성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경로의존으로 이득을 얻는 비토세력이 패러다임전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향후 민주적 분권으로의 개헌도 불확실하다. 한번 만들어진 제도는 사회적 환경이 변하고 새로운 요구가 제기된다 해도 관성의 법칙에 놓여 질 수 있어서이다. 제도를 바꾸겠다는 구두선은 결국 말로 끝난다는 것은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그러므로 향후 잠재적 비토 플레이어들의 변심을 막기 위해선, 사전에 변심을 제어하는 법제화가 이루어져야한다.

 

즉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하고 있는 개헌 로드맵을 제도화하는 개헌이 필요한 것이다. “개헌이 확실하도록 헌법의 부칙만이라도 개헌해서 언제까지 개헌을 하겠다는 확실한 조항을 이번 대선 투표할 때 해야 한다.”는 한 정치인의 지적은 설득력을 얻는다.

 

노전대통령은 개헌 제안 후,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하였다. “나는 우리 정치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 정략적 계산, 숫자놀음, 여기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뻔하더라도 그것이 가치 있는 일이고 옳은 일이면 우리가 모두 힘을 모아서 추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윤석상(2011), “일본의 지방분권”, 국제지역연구 제15권 제3

이기우a(2003), 지방분권과 시민참여

이기우b(2017), “지방분권의 개헌방향”, 국회입법조사처 세미나

안성호(2011), “지방분권의 논거와 과제”, 지방분권과 한국 시민사회

김석태(2016), “지방분권 사상과 한국의 지방자치 지방정부연구”, 19권 제4

박용수(2012), 김대중 노무현정부의 복지정책에서 나타난 이론적 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