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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트럼프 ] 트럼프 정책의 모순들, 어떻게 볼 것인가? - 사회진화론적 자유주의에 사회도덕률을 올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들은 혼돈스럽다. 전통적으로 국가의 비개입과 개입이라는 거시경제의 이분법에 균열을 가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 진화론적 개인주의에 근거한 레이거믹스(신자유주의)의 부자감세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재정팽창의 케인즈주의를 내걸고 있다. 또한 자유주의와 충돌하는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니 생각에 멀미가 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이다.  

이러한 모순적인 정책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를 단지 고립주의라 단정할 수 있을까? 

트럼프의 정책 충돌에 대한 의문은 사회진화론, 자유주의, 그리고 사회유기체론의 사회 도덕률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접근은 영국의 사회학자 허버트 스펜서의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사회 진화론 - 생물적 적응이론 

사회진화론은  경쟁에서 適者가 생존하고 不適者는 도태한다는 자연도태이론을 말한다. 가난한 자는 자신의 결함으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며,  부자는 자신의 고통과 재능으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이 이론은 생물학의 적응이론인 라마르크 이론에서 비롯되었다.  생물체가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여 이 변화가 계속되면, 이 변이가 생물체에 영향을 미쳐 진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구과잉으로 동종 간에 생존을 위한 경쟁이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우승열패(優勝劣敗)하여, 경쟁에서 승리한 적자(適者)는 생존하고 패배한 부적자(不適者)는 멸망하게 된다. 이러한 弱肉强食으로 자연도태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사회진화론에서, 패배는 나태하고 무능한자가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대가이며, 성공은 근면하고 재능 있는 자가 사회에 적응한 전리품이 된다.  

이렇게 자연도태는 장기적으로 이상적 인간의 출현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생존조건에 적응하지 못한 개체가  솎아 내지며 사회는 진보한다는 것이다. 


 ◆ 자유주의 – 사회진화론에 의해 강화 
 
자연도태를 주장하는 사회진화론은 국가의 간섭을 제약하는 자유주의의 이론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스펜서는 사회진화론에 근거해서 자유주의를 주창하였다. 

경쟁에서 적자가 되기 위해선 경쟁에서의 갈등과 고통을 견뎌야한다. 만약 국가가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도태한 부적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생존을 돕는다면, 이는 자연도태를 통한 진보의 실현을 저해하게 된다. 국가가 배분된 자원을 이미 뒤떨어진 자에게 재분배하는 것은 적자생존을 통한 사회의 진화에 역행하는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펜서는 국가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의 여건을 마련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국가가 생존경쟁에서 승리한 자들에게 과중한 조세를 부과하면, 이는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유가 억제되어, 행복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자유가 국가에 선행하여야 한다. 

결국 국가가 부적자에게 간섭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회는 진보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사회진화론적 자유주의에 빚지고 있다. 


◆도덕적 적응 이론 – 사회유기체 이론

스펜서에게 인간의 목표는 행복이며 행복의 조건은 자유이다. 그런데 개인의 자유는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원칙에 의해 제약을 받게 된다.  행복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개인의 자유는 사회의 구조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궁극적 목표인 행복은 사회구조 내에서 실현될 수 있다.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존재는 개인 자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결정된다는 것이다. (신연재) 

스펜서가 강조하는 사회구조는 도덕적 감성에 근거한 사회 도덕률이다. 여기서의 도덕성은  거래에서 개인이 다른 사람이 주장하는 양만큼을 공정하게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거래 당사자들은  정직하고 공평한 거래에서 만족함을 얻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거래주체들이 자신의 권리를 최대한 주장하고 또한 다른 사람의 동일한 권리를 인정한다면, 사회는 이상적 사회 도덕률인 ‘동등자유의 법칙’( the law of equal freedom)을 수용하게 된다.  “모든 사람은 각자가, 다른 어떤 사람의 동일한 자유도 침해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할 자유를 누린다.”는 완전사회의 도덕률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허버트 스펜서에게, 이상적인 사회의 도덕원칙인 동등자유의 원칙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그는 남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도덕률을 이성적으로 개발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동등자유의 법칙에 도달하게 된다고 보았다. (정창인)   

그러므로 그는 同情心을 동등자유를 위한 요건으로 받아들인다. “우리 자신을 다른 사람의 처지에 놓아보는 일종의 치환이며, 다른 사람이 영향을 받는 데로 여러 측면에서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도덕성의 변화, 즉 인간의 성품이 조건에 적응한 결과로, 모든 악은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고 보았다. 인간이 사회 상태에 완전히 적응하게 되면 그는 곧은 인간(straight man) 혹은 최후 인간(ultimate man)이 된다. 


◆스펜서 이론과 트럼프 정책 

트럼프 미국 대통령당선자의 정책을 스펜서의 사회유기체이론을 적용하여 분석해보자. 

△사회진화론 
트럼프는  사회진화론을 옹호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는 한 특강에서 “당신은 먼저 자기 자신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 ...당신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중에도 당신의 직업, 당신의 집, 당신의 돈, 당신의 아내, 당신의 애완용 강아지를 빼앗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당신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도 이러한데 당신의 적들은 더 심하겠는가?”라고 말한다.

거래와 관련, 그에게 있어 쌍방이 이득을 취하는 거래는 좋은 거래가 아니다.  “정말로 좋은 거래는 당신이 승리하는 거래이다. 당신이 더 많은 이익을 취하고 상대방이 패하는 거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그의 이데올로기에는 우승열패하여 적자생존하는 논리가 다분히 짙게 깔려 있다 할 수 있다. 


△자유주의 
그의 정책은 또한 사회진화론이 가미된 자유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그가 내건 부자감세정책이 그 예이다. 

그는 최상위층 소득세를 현행 39.6%에서 33%로 낮추며, 법인세를 최고 35%에서 15%로 인하한다는 대선 정책을 발표하였다. 반면 클린턴 후보는 연소득 500만달러(54억원)이상 최상위층에 대해 4%의 부유세를 부과한다는 정책을 내걸었다. 

이처럼 그의 정책은 국가가 부자들의 세금을 더 거두어 경쟁에서 패배한 자를 돕는 정책은 사회 진화를 방해한다는 사회 진화론적 자유주의를 담고 있다 할 수 있다. 


△사회유기체이론 – 정책의 모순들 
하지만 그는 자유주의와 충돌되는 모순적인 정책을 내걸고 있다. 그가 발표한 보호무역강화와 케인즈주의의 재정팽창 정책은 자유주의 논리인 레이거노믹스와 명백히 모순적인 정책이다.

보호무역은 자유주의의 논리인 자유무역과 역행한다. 또한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투자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레이거노믹스와 충돌된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개입을 줄이는 감세정책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게 된다.  증세 혹은 빚을 늘려 재정을 팽창시키는 정책은 케인즈 이론에 기초한 큰 정부의 정책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보호무역 강화와 부자 감세에 덧붙여 재정을 팽창시키는 모순적인 정책을 내걸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경제에 중기적으로 실물경제에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재정수지 악화로 정책의 지속가능성의 효과가 제약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한국은행)

무디스는 공약을 완전히 실행할 경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016년 1.8%에서 2017년 3.7%로 상승하지만 2018년엔 0.6%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장기적으로 2016~2026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1.4%로, 2016년 대비 0.4%p 하락할 것으로 관측하였다. (한국은행)

개인자유의 확대와 국가역할의 축소를 강조하는 자유주의에 보호무역강조 및 재정을 팽창시키는 모순적인 이론이 덧붙여진  그의 정책은 어떠한 이론에 근거한 것일까? 

그의 모순적 정책은 트럼프의 계층적 사고로 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논리엔 토대로서 개인자유의 원칙이 자리하지만, 그 토대 위의  상부구조로 사회의 존재가 위치한다 할 수 있다.  이는 개인에 대한 사회의 우위를 전제한다는 스펜서의 사회유기체이론과 흡사하다. 

스펜서는 사회의 도덕성으로 거래의 공정성을 강조하였다. 개인은 거래에서 다른 사람의 이득만큼을 거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스펜서의 이론을 일부 수용하여, 개인은 다른 사람이 주장하는 만큼을 ‘적어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2015년 10월 18일 폭스 뉴스에 출연하여 “우리는 한국을 사실상 공짜로 방어하고 있다”며 “2만8000명의 미군을 한국에 두고 있으며, 한국은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어 트럼프는 한국에서 TV를 4000대 주문했다면서 “한국에서 TV를 모두 사올 정도로 한국은 부자나라 인데 미군이 왜 한국방위를 책임져야 하느냐”고 말하였다. 

이처럼 그는 공평한 거래를 강조하는 사회 도덕률이 개인자유주의보다 우위에 있다는 관점에서, 자유주의와 모순되는 보호무역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할 수 있다. 

또한 부자감세라는 사회 진화론적 자유주의에  재정확대의 케인즈주의를 가미한 것도 사회 도덕률의 관점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서의 재정확대는 대선 승리의 요인이 되었던  저학력 백인 지지층의 경제적 곤경을 덜어주겠다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이 정책은  일견 사회진화론과 충돌되는 정책이 될 수 있지만, 스펜서의 ‘동정심’이론에 비추어 볼 때 사회유기체의 또 다른 논리로 해석할 수 있다.  


◆정책 평가와 한국 경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이데올로기는 전면적으로 자연도태에 근거한 사회진화론이라 치부할 수 없다. 오히려 개인주의가 국가에 선행하는 사회진화론적 자유주의를 토대로 하여, 스펜서의 사회 도덕률을 상부구조로 강조하는 계층적 사고를 보이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트럼프는 일면적으로 국가의 비개입과 개입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을 넘어,  양면이 병존하는 새로운 경제 틀을 제시하였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틀은 전통적인 정책보다 중장기적으로 우월할 것이라는 분석은 드물다. 

그럼에도 정책효과를 떠나, 사회 진화론적 개인주의(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 도덕률을 가미한 정책 의도에  일정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트럼프의 정책은 외견상 고립주의로 파악될 수 있지만, 그 실제는 신자유주의의 폐혜에 대한 미국의  저소득층 국민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볼 수 있다.(이선희)  

하지만 이러한 혼합정책도  백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에, 유색인종과 이민자등 백인 공동체 밖의 외부자를 여전히 배척하고 있으므로,  분명 한계와 갈등의 소지를 품고 있다. 

한편 트럼프의 사회 도덕률은 한국이 방위비 분담을 증액하고 한미 FTA를 수정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시도가 가시화 된다면, 한국 경제의  재정정책에 대한 비중은 더욱 커지게 된다.  방위비의 증가로 정부지출 비중은 증가한다. 또한 현재의 내수부진과 기업투자의 약화에 더해  수출까지 약화된다면, 한국 경제가 기댈 언덕은 재정지출이다. 

그러므로 정부지출을 감당하기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는가라는 과제가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필연적으로 증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어떠한 세목을 증세의 대상으로 할 것인가라는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 이 쯤 되면, 증세 논쟁은 소득세 법인세의 인상 논쟁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한국은행 국제경제부 (2016), “미국 대선 결과 및 새 행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영향”, 국제경제리뷰 
정창인(2004), “스펜서의 진화론적 자유주의”, 한국 정치학회보 38집 2호
신연재(1994), “스펜서의 사회진화론과 자유주의”, 국제정치논총 제34집 1호
강준만(2016), 도널드 트럼프 : 정치의 죽음
이선희외 (2016), “트럼프 현상으로 본 미국 고립주의의 본질과 재현 가능성 전망”, 국방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