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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기실현적예언 및 공황] 경제뉴스의 부정보도, 경제회복과 내수진작을 지연 시킬 수 있어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기에 재무건전성이 나쁜 은행들의 도산이 이어졌다.  그런데 건실한 은행이 이유 없이 도산하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미국의 사회학자인 Robert Merton은 “상황을 그릇되게 인식하여, 잘못된 관념을 실현시키는 새로운 행동이 발생한다.”고 지적하였다. 이른바 자기충족적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적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은행의 도산 과정을 짚어보자. 

은행들은 예금등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대출을 한다. 예금으로 위험이 높고 유동성이 낮으며 만기가 긴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은행은 이러한  금융중개기능을 통해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 만큼을 이윤으로 획득한다. 

은행은 향후 고객의 인출에 대비하여 사전에 예금고객의 인출수요를 예측하게 된다. 이에 근거하여 은행은 향후 유동성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투자한 자산 중 일부를 회수하여 고객들에게  예금을 돌려준다. 

하지만 은행의 미래 유동성 예측이 빗나가면 대규모 인출사태, 즉 Merton이 언급한 자기실현적 예언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갑과 을이 동시에 2016년 1월 1일  A은행에 예금을 하였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소비 시점이 다르다. 갑은 2016년 1월1일 정기예금을 하고 1년 후 2017년 1월1일에 인출 하고자 한다. 을은 예금을 맡긴 2년 후 2018년 1월1일에 찾는다. 

은행은 이러한 고객과의 예금계약에 따라 유동성수요를 예측하고, 이 유동성 공급 계획에 따라 보유한 투자자산을 회수하거나 청산하여 예금고객의 유동성을 충족시켜준다.  

예금계약대로 갑이 예금 1년 후에 돈을 찾고 을은 2년째 까지 예금을 찾지 않는다면, 갑과 을 모두의 효용을 높이는  좋은 균형(good equilibrium)이 달성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경제에 충격을 주는 뉴스를 접한 을이 1년 만에 예금을 찾으려 한다면 은행의 유동성 공급에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을 같은 2기 소비자들이 대거 예금계약을 해지하고 1기말에 유동성을 회수하게 된다면, 은행은 모든 예금자들의 인출에 응할 수가 없다. 은행이 1기에 모든 투자자산을 유동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에 늦게 도착하는 사람은 결국 돈을 찾지 못하므로, 예금자들은 모두 은행에 급히 달려가 자금을 회수하려 한다. 즉 bank run이 발생하고 일부 예금고객은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나쁜 균형 (bad equilibrium)에 이르게 된다.  

즉 은행은 사전에 소비자들의 유동성 수요계획에 따라 장기투자자산을 단기부채인 예금으로 변환하게 되는데,  1기 2기 소비자 구분 없이 모든 예금자들이 은행으로 달려가 인출을 요구하게 되면 결국 은행은 파산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대공황기에 건전성이 높은 은행이 파산에 이르는 경우는 위의 뱅크런 과정에 덧붙여 ‘자기충족적예언’이 실현된 경우이다. 

당시 미국의 재무건전성이 낮은 은행들이 뱅크런과 파산을 당하고 있는 가운데, 예금자들 사이에 건전성이 높은 한 은행이 곧 파산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 결과 예금을 맡긴 모든 예금주들이(위의 예처럼 1기 2기 소비자 모두) 인출을 위해 몰려들자 결국 이 은행은 소문대로  파산에 이르게 되었다.  예언이 적중하게 된 것이다. 


◆ 언론의 부정보도, 경제주체 의사결정을 왜곡시킬 수 있어

대공황시기에 미국의 건전한 은행이 부정확한 소문의 실현으로 파산된 사례는 우리 현대 경제의 교훈이 될 수 있다.  

뱅크런 사례에 언급되는 ‘소문’은 언론의 부정적인 경제 보도라 할 수 있고, ‘파산은행’은 현대의 기업 혹은 국가로 해석될 수 있다. 

1992년에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은 언론이 부정적인 경제 뉴스는 강조하고, 긍정적인 뉴스에 대한 보도는 무시하거나 축소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국내에서도 참여정부시절 노무현 전대통령이 양호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의도적으로 불안감을 조장하고 상황을 왜곡한다고 말했다. 

이는 언론이 경제주체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의제 설정자의 역할을 강력히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전문가들은 언론의 경제뉴스가 경제주체의 심리와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지적한다. 경제보도가 국민의 경제인식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소비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자기충족적 예언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보도와 주가·소비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학계의 연구(이완수 2011)에 의하면, 경제뉴스가 실제 경제현실을 과도하게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다룰 때 소비자들은 실제보다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소비행위를 할 수 있다.

논문은 경기상황과 경제뉴스 논조간의 관계를 다루었다.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경제뉴스 논조는 부정적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경기상황과 경제 뉴스 간에 비대칭성이 나타났다. 경기가 더 좋아지더라도 경제뉴스가 더 긍정적으로 보도되지 않지만, 경기가 나빠질 때 경제뉴스가 더 부정적으로 보도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경기상황과 주가와의 관계에서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소 달랐다. 경기수축기에 경제뉴스의 논조가 부정적이어도 주가가 반드시 나빠지는 것은 아니었다.  경기기 좋을 때 나쁜 뉴스는 주가에 민감하게 작용하지만, 경기가 나쁠 때 좋은 뉴스는 주가에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기상황과 소비활동 간의 관계는 경제뉴스의 부정보도가 소비활동에 직접적인 위축을 초래하였다. 경제뉴스는 경기가 좋을 때에는 소비자들의 소비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나, 경기가 나쁠 때 뉴스에 부정적인 보도가 등장하면 소비자들은 소비를 크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수축기에 미디어의 경제뉴스보도가 사람들의 심리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이 연구 결과는 외국의 분석과도 일치 한다. Doms  & Moris에 의하면 경제뉴스의 부정보도는 실체가 없는 경제적 우려를 조장하여, 이로 인해 전체적인 소비가 침체되고 불경기시에는 경제회복과 내수진작을 지연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이재은 2015)

그러므로 언론이 경기침체기에 부정적인 논조로 보도하면 이 부정보도가 보도대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실현적공황(self-fulfilling panics)이 현대경제에도 적용된다는 의미가 된다.

결국 미래불확실성을 마치 확실성으로 간주하는 듯 한 경제보도가 경제주체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이 심리가 곧 주체들의 소비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대안 없는 자극적인 보도로 경제주체의 심리를 왜곡한다면 경제는 실제 언론 보도의 뜻대로 실현 될 가능성은 높아지게 된다.  

Merton의 그릇된 상황인식이 나돌면 이 판단은 현실로 실현될 수 있다는 ‘자기충족예언’은 근거 없는 이론으로 배척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이완수 노성종 (2011), ‘경기국면에 따른 경제커뮤니케이션 효과의 비대칭성’, 한국방송학보
이재은(2015), ‘미디어 경제보도가 경제주체의 기대심리에 미치는 영향분석’, 한국외국어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정운찬외 (2015), 「거시경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