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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피그말리온 효과 : 기대 이론① ] 인격이 없는 지식은 위험한 지식 -자기충족적 예언

조각가인 피그말리온은 여성은 결점이 많은 존재이므로 독신으로 살아가리라 결심한다. 재능 많은 그는 그 스스로가 완벽한 여성을 만들어보리라는 욕심으로 상아로 여인상을 만든 후, 그의 조각품인 이상적인 여인상을 사랑하게 된다. 

피그말리온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여인상을 사람으로 만들어달라고  기도했고, 여신은 그의 소원대로  여인상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아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위의 이야기는 자기충족적 예언의 예로 자주 언급되는 피그말리온 신화의 내용이다. 

기대가 현실로 실현된다는 것으로, 자신의 바람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면 결국 기대가 현실로 바뀐다는 것이다. 

피그말리온 효과가 실현된 예로 헐리우드 톱 배우 짐 캐리의 ‘천만달러 수표 약속’이 꼽힌다.

무명시절 끼니를 때우기 힘들 정도로 가난했던 그는 문구점에서 구입한 백지수표에 천만 달러를 쓰고 실직한 아버지에게 보여 준다. 꼭 이 돈을 드리겠다고 약속한 그는 힘들 때마다 지갑에 넣어 둔 가짜 천만달러를 꺼내 보고 힘을 얻는다. 

결국 그는 ‘마스크’에 이어 ‘배트맨 포에버’의 흥행 성공으로 천만 달러 배우가 된다.  ​이처럼 아버지와 약속을 지킨 짐 캐리는 현대판 피그말리온인 셈이다. 

짐 케리의 경우처럼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는 굳센 다짐은 결국 마법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  짐 케리의 ‘1000만달러 수표’ 같은 꿈의 상징을 지갑에 넣어두고 자신에게 한 약속을 거듭 확인한다면,  상징이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신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유명배우를 흠모하여 그의 사진을 지갑에 넣어 둔다고 그와 사랑이 실현되는 것은 아닐 테다. 망상(delusion)과 꿈(dream)은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 ‘넌 앞으로 더욱 잘 할 수 있어’ vs ‘너는 왜 그 모양이야, 그러니 그렇게 밖에 못하지’

자신에 대한 약속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에게 기대를 품게 된다면 이 기대는  힘이 된다고 한다. 익히 알려진 대로 이는 로젠탈 효과 혹은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 불린다. 

로젠탈의 샌프란시스코 초등학교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교사가 아동에 대한 기대를 가진다면, 그 아동은 결국 교사의 기대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험자가 교사에게 무작위로 선택한 학생들을 언급하며, 이들이 남다른 재능을 가졌다는 인상을 던져준다. 교사들은 이 아동들에 대한 기대를 품게 되고,  이 아동들은 이후 교사들의 기대대로  지능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교사가  텔레파시로 아동들에게 에너지를 불어 넣었을 리 만무하다. 

전문가들은 이는 교사가 이 아동들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결과라고 해석한다. 

예를 들어  ‘A아동은  출중해’라는 정보를 입수한 교사는 그에게 보다 많은 미소를 보내고, 더 가르치고, 더 자주 이야기하고, 더 많은 목표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A는 교사의 관심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A의 점수는 높아지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상대에게 진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존중감이 담긴 기대를 전달하게 된다면, 그는 이 기대를 전이 받아  능력을 십분 발휘할 뿐만 아니라 보유한 능력 이상의 재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넌 앞으로 더욱 잘 할 수 있어.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너 니까...’ ‘이번에잘 안된 건 운이 나빠서야. 다음은 꼭 잘 될 거야.’  ‘한번 열심히 해 봐. 너 뒤에 내가 있는 거, 알지’

이처럼 상대에게 미래에 대한 긍정적 예언을 전달하면 그는 그 방향으로 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반면에 누군가가 상대에게 부정의 예언을 한다면  ‘자기 충족적 파괴’가 일어나게 된다. 

‘넌 안 돼.’ ‘네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내가 너 한테 뭘 바래’ ‘너는 왜 그 모양이야, 그러니 그렇게 밖에 못하지’  

이럴 경우, 이 예언을 전이 받은 이에게 예언이 적중한다.  충분한 정보 없이 그릇된 방향으로 예언을 하면, 그 예언이 실현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학자들은 인격이 없는 지식은 위험한 지식이 된다고 말한다. 지식에 인격이 덧붙여져야 지식이 무기로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행동하느냐’보다 ‘어떻게 취급받느냐’

피그말리온 효과, 혹은 자기충족적 예언은 조지 버나 드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에서 극적으로 묘사된다. 
 
​런던 토박이인 거리에서 꽃 파는 처녀 일라이자 둘리틀은 우연히 음성학자 히긴스 교수를 만난다. 교수는 인도 방언을 연구하는 피커링대령과 일라이자를 두고 내기를 한다. 일라이자를 6개월 안에 우아한 발음법을 갖춘  숙녀로 만들어, 대사관 가든파티에서 공작부인으로 행세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라이자는 히긴스의 교육 덕택으로 상류층의 발음을 구사하게 되고, 연회장에서 공주로 인식될 정도로 상류층의 정체성을 획득한다. 

하지만  세련된 말투인 문화자본을 획득했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히긴스의 슬리퍼에도 미치지 못하다고 한탄한다. 

“숙녀(갈라테아)와 꽃 파는 소녀와의 차이는 행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있는 게 아니고 어떻게 취급받느냐에 있다.(the difference between a lady and a flower girl is not how she behaves, but how she’s treated)”

일라이자는 히긴스교수가 자신을 여전히 꽃파는 소녀로 취급하므로 교수 앞에서 자신은 늘 거리의 꽃 파는 소녀라는 것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상대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예언은 예언을 실현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반면 부정적인 그릇된 예언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위력을 발휘한다. 

이처럼 어떻게 취급받느냐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벌거벗은 지성은 놀랍도록 부정확한 도구이다.”라는 소설가 Madeleine L’Engle의 격언을 마음판에 새기는 2016년 1월이다. 


<참고문헌>
박희숙(1997), ‘자기충족적 예언이 학습에 미치는 효과’, 생활연구 
윤소영(2012) ‘Pygmalion에 나타난 몸의 아비투스’, 현대영미드라마, Vol.25 No.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