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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올로 소렌티노의 <유스>리뷰 : Do you know what awaits you outside ? YOUTH

스위스의 고급 호텔 휴양지. 불안과 우울이 이곳을 감싸고 있다. 무력함에 익숙해진 듯한 투숙객들이 마사지를 받고 산책을 한다. 

하지만  호텔이 위치한 스위스의 자연에는 여유와 욕망 그리고 열정이 움튼다.  숲과 벌판은 고급호텔의 회색빛과 대조되는 녹색의 명암으로 싱그럽다.  

투숙객중  세계적 작곡자겸 지휘자로 ‘은퇴를 선언한’ 활기 잃은 프레드도 스위스의 황홀한 자연에서 이를 오케스트라로 삼아 자신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지속한다.  

열정과 사랑 대신 두려움에 압도된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소생의 기운은 스며들지 않는다. 



이 영화의 미덕은 단연  인물들의 잠재의식을 표현하는 파올로 소렌티노의 독특한 스타일이다. 

감독은 이들의 억눌린 심리적 내면을 판타지와 꿈, 상징적인 행동을 통해 묘사한다. 

이 영화가 잠재의식의 욕망과 두려움을  화려하고 압축적인 표현과 암시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스토리텔링이라기보다 영상중심의 아트라는 지적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대사가 낭비되거나 버려지지 않는다. 영상의 독특성에 덧붙여 시적인 대사는 영화의 내면을 가득 채워 간다. 

이러한 방식의 영상과 대사는 관객에게 생각의 공간을 선사하며, 당연히 받아들였을지 모르는 익숙해진 억눌림으로부터의 자유에 대한 희망을 품도록 한다. 

해외의 평자들은 이 영화에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의 양식이 감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한번 봐서는 내용을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한 것은 아니다. 설정 부문에 의문을 던지고, 전개를 거쳐 그리고 절정을 통해 그 의문을 해소하는 일반적인 영화의 얼개가 펼쳐진다. 페데리코보다 파올로 소렌티노가 대중적인 친근함을 보이는 이유이다. 

스토리에 걸맞는 세련된 스타일이  영화의 질감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라스트 신에서 조수미가 직접 출연하여 부르는  ‘Simple Song’은 공포에서 열정으로 뒤바뀜 되었을 때의 사랑과 자유를 안겨준다. 



(1월 7일 개봉, 123분, 주제가: ‘Simple Song’  sung by 소프라노 조수미)

★(내용 노출에 민감하신 분들은 이하의 글은 읽지 마시길..)







이 영화는 다양한 인물들의 내면을 파고든다. 어떤 연유인지 영국 여왕으로부터 그가 작곡한 ‘심플송’을 지휘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한 프레드, 억눌린 분노에 시달리는 그의 딸 레나, 속 빈 로봇 영화로 스타가 되었지만 자신의 존재에 회의하는 지미, 육중한 체구와 호흡조차 불편한 왕년의 축구 스타, 대화 없는 커플등, 이들의 삶은  활기를 잃고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듯하다.  

그들의 삶은 어둠에 관통당하고 추적당한다. 인물들은 잠재의식적으로 억눌린 불안에 호소하고 있다. 

“나는 한기를 느낀다.  이 외로운 밤을 견디며 마음은 무너진다.”(‘simple song’ 중에서)




“여기서 나가면 뭐가 기다리는지 아세요? (Do you know what awaits you outside) ? YOUTH ” 호텔의 매니저는 호텔을 떠나는 프레드에게 이렇게 말한다. 

젊음의 반대 편은 나이 들어감이 아니다. 젊음의 대척점은 두려움과 불안이다.두려움은 열정의 상실이며, 사랑의 포기를 의미한다. 

미래의 불안 속에서 열정과 자유를 포기하고 불안의 일상으로 머물며, 되려  이 불안을 사랑한다. 자유를 얻기보다 억눌린 자유에 안주한다. 

“정말 아름다운 곡이에요” 프레드가 작곡한 ‘심플 송’을 바이올린으로 연습하던 아이가 이렇게 말하자, 프레드는 응답한다. “그렇지? 사랑하고 있을 때, 만들었거든?” 

사랑이란 ‘사랑하는 이가 자신의 이름을 속삭일 때, 그 정신의 혼미함 같은 것( 심플 송 중에서)’인데, 이러한 기억은 아득하기만 하다. 

사랑이 사라지자 열정의 불씨는 꺼져가고, 미래에 대한 공포가 곰팡이처럼 피어오른다. 

자전거를 처음 배웠을 때 기억, 넘어졌을 때의 강렬한 기억 같은 진한 향수와 사랑의 회복이 짓눌림에 익숙해진 삶의 껍질을 깨뜨리고, 열망으로의 회복으로 이끈다.   

 이럴 때 우리는 자유의 ‘공중부양’을 실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