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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미라클 벨리에> 리뷰 : 꿈을 실현하고자 할 때 사람은 아름답다

동화에 나올 법한 목가적인 집이 상공에서 바라보듯이 나타나며 영화는 시작한다. 

이 집의  주인은 쾌활하고 요란한 벨리에 가족이다.  든든한 버팀목인 아빠, 밝고 유쾌한  엄마, 사랑스런 동생, 그리고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 부모가 청각장애인인 건청아동)인 여고생 폴라가  시골 목장을 운영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헌데 벨리에 가족에 난데없는 날벼락이 내려쳐 진다.  학교 합창반  ‘루저’ 음악선생이 폴라의 목소리 재능을 알아보고, 파리행 합창반 오디션을 제안한다.  합격하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야 한다. 

가족과 세상의 연결 통로인 폴라가 떠난다면, 듣지 못하는 아빠, 엄마, 동생은 어떻게 살아 갈 수 있을까? 폴라도 두렵고 아빠 엄마도 자신들만 남겨지는 것이 공포스럽다. 





영화는 청각장애가 있는 부모와 코다 이야기이지만, 어둡지 않고 즐겁고 경쾌하다. 

의존하고 받기만 하려는 이들을 책망하는 시장 후보 아빠, 힘찬 몸짓의  유머스럽고 쾌활한  엄마, 그리고 사춘기 동생은 장애의 불편함을 단지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또한 기대를 품게 하여 폴라의 재능을 살리는 ‘피그말리온’ 음악선생,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는 이웃집 여동생 같은 포근한 폴라에 이르기 까지, 긍정적인 캐릭터들이 과장되고 감상적일 수 있는 분위기를 적절히 통제하며 은근한 영화의 맛을 빚어낸다. 

웃음을 터뜨리고  미소를 짓게 하는 대사와 장면들도  요소요소에서 숨어있다 돌출한다. 심지어 유머도 인물간의 갈등의 부분으로 섞이면서  세련되게 표현된다.

음악영화를 표방하지만 음악(샹송)은 많지 않아 다소 아쉽다. 음악에 대한 열망이 영화의 소재가 되는 음악영화라는 말이 더 적절할지 모른다. 

하지만 폴라가 수화를 하면서 부르는 샹송 ‘비상’은  리듬과 멜로디 이상의 감동을 전달하며, 영화가 끝난 이후로도 여운과 잔상을 떠오르게 한다.  


◆폴라의 두려움

폴라 벨리에는 날개를 펴고 날아 오르고자 하는 어린 새와 같다. 하지만 비상을 가로막는 두려움이 날개를 접게 한다. 날개를 펴고자 하나, 다시 날개를 접게 하는 두려움이 꿈의 실현을 짓누른다. 

두려움은 안개 자욱한 앞길을 이야기한다. 한 치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갈 수 있겠냐고 속삭인다. 

이 길은 해쳐나가야 할 가시덤불로 가득 차 있을 지 모른다. 이리 찔리고 저리 찔려 몇 발자국 전진하다 무릎 꿇을 지도 모른다.  

폴라의 두려움은 현실로 피부에 와 닿는다.  ‘내가 없다면, 들리지 않고 말하지 못하는  가족은 세상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지? 목장의 치즈를 시장에서 어떻게 팔 수 있고,  아빠의 시장선거 준비에서  사람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지?’ 

‘이런 사랑하는 가족들을 내팽개치고 나 혼자 잘 살겠다고 꿈을 향해 날아올라야 할까?’


◆아빠 엄마의 두려움

폴라의 날개 짓을 아빠도 엄마도 두려워한다.

가족은 무엇일까? 서로의 온기로 힘을 주는 곳이다. 서로 보호하고 도우면서 세상의 공포를 막아주는 울타리가 되어주는 곳이다. 그래서 가족은 휴식처이며 안식처이다. 

식탁위에는 고기와 빵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가족의 기쁨과 슬픔도 올라간다. 동생의 사연이 곧 나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가족은 ‘식구’이다. 

하지만 가족은 각자가  짊어질 의무도 준다. 가족 내에는 각자가 담당할 역할이 있다. 가족 구성원들은 생산하고 서로 부족함을 채워주어야 한다. 

이렇게 가족은 생활 공동체로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가족의 한 사람인 폴라가 비상을 위해 가족의  울타리를 넘고자 한다. 가족은 두렵다. 들리지 않고 말할 수 없는데 폴라 없이 어떻게 생활할 수 있을까라는 공포가 앞선다.  자신들만  남겨질까봐 걱정한다. 저러다 그만두길 바란다.  

무엇보다 어린 아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 아이가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을 해쳐나갈 수 있을지 두렵다.  


◆ 가족이란? 

날아오르기를 막는 힘은 존재하지 않는 두려움과 공포이다. 날지 말고 이 자리에 머물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약속한 내 인생을 믿어야 한다. 어디로 어떻게 갈지 모른다. 하지만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다. 앞에 드리워진 공포와 허상과 싸워야 한다. 두려워 말고 미래의 꿈을 믿어야 한다. 

가족은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는 곳이다. 바람을 등에 업고 달리도록 뒤에서 등을 밀어주는 곳이다. 

가족은 주고 받기가 아니다. 주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곳이다. 바람이 불어올 때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곳이다. 늘 내 편이 되어주는 곳이다. 

그래서 가족은 서로의  행복을 위해 늘 기도한다. 

결국 사람은 꿈을 먹고 살아야 한다. 꿈을 실현하고자 할 때 사람은 아름답다.  폴라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다짐한다. 

「 사랑하지만 가야만 해요...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날개를 편 것뿐, 알아 주세요 비상하는 거예요 ...
날아가요 날아올라요」 ( 미셸 사르두의 ‘비상’중에서)

(27일 개봉, 105분, 드라마 코미디, 감독:에릭 라티고, 제작:프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