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2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영화

영화 <베테랑>리뷰 : ‘우리는 돈은 없지만 가오는 있다’


이 영화는 형사액션 영화이다. 전형적인 장르영화의 모습을 보이지만, 마음을 좀 먹는 정크푸드 영화와 달리, 상투성에 강렬한 캐릭터 이미지를 입힌다. 

이 영화는 작은 에피소드로 시작되어, 이후  본편인 장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둘 다 형사액션 영화이지만, 도입부의 에피소드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가미된 영화인 반면 본편은 사회극이 더 진하게 묻어난다. 



도입부의 에피소드는 액션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형사 액션영화이다. 

장르영화로서 예측과 불가측성의 긴장으로 지루함을 배격한다.  

즉 이 에피소드가 상투성을 벗어난 것은  예측가능하면서도 예측의 허를 찌르는 참신한 액션의  전개 덕택이다.  

덧붙여  슬랩스틱코미디가 가미되어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융합되는 맛깔스러운 액션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 에피소드는 역동과 힘이 넘친다. 진부하지만 상투적이지 않은 장르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아마도 이 에피소드는 감독의  필모그라피에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본 영화격인 사회극 장르가 가미된 형사 액션물은 장르의 공식과 관습을 충실히 따른다. 

우선 내러티브가 형사액션 장르의 공식과 문법의 틀 내에서 전개된다.  악당(재벌 3세: 유아인분)이 존재하고, 악당에 굴욕을 당하는 선량한 시민(하청업체 직원: 정웅인)이 있다. 여기에 의로운 영웅(형사:황정민분)이 등장하여 이 악당과 선악 대결을 펼친다.  

이야기는 결국 선은 악보다 우월하다는 장르의 문법으로 종결된다.  이야기를 연결하는 플롯의 전개 과정도 관객의 예측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관객들은 특별한 지적 수고 없이 과거 장르의 기억을 떠올리며 악당과 의로운 영웅과의 대결을 속도감 있게 즐길 수 있다. 여름 날, 팝콘을 입에 털어 넣으면서 말이다. 

장르의 공식에 더하여 장면은 다소 관습적이다. 액션영화의 관습인 가정집 옥상들을 넘나들며 추격하는 신, 오토바이 자동차 추격 신, 그리고 영웅과 악당의 일대일 격투신은 약간의 창의적인 뒤틀림이 없어 다소 평면적이고 익숙한 느낌을 들게 한다. 물론 이는 물량과 자본의 부족에서 비롯될 수 도 있지만, 이 영화 도입부의 창의적인 액션에 비해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서인지 보는 이에 따라 액션의 시각적 즐거움은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의 이미지는 반복적인 관습의 약점을 덮을 만큼 뜨겁고 강렬하다. 

이 영화의 주된 캐릭터 이미지는 권력의 자리에 있는  재벌3세와 그와 대결을 벌이는 영웅 형사(혹은 팀)에 있기보다, 약자인 을들에 집중해 있을지 모른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을들은 하청업체 직원 배기사, 하청업체 사장 전소장, 그리고 재벌3세의 심복이며 주구역할을 하는 최상무등이다. 

을들이 각자를 구원하는 방식은 각각이다. 최상무와 전소장은 갑의 명령에 충실히 복종하며 자신을 구원하고자 한다. 갑의 자리에서 을들을 착취하고 지배하며 생존하다. 

반면 배기사는 갑이 안기는 굴욕과 치욕을 보듬지 않고 맞선다. 

을의 굴욕은 갑이 을을 더 이상 한 인간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할 때 폭발한다.

갑은 뒤로 물러서서 을대을 간의 주먹다짐을 조장한다. 을과을이 갑이 설치한 링에서 피 튀기고 있는 사이, 갑은 링 밖에서 말들의 경주를 즐기는 도박사처럼 을들의 싸움을 즐긴다.  갑의 눈에 이들은 먹이를 두고 싸우는 두 동물이다.  ‘달리라고 달려!’






이러한 상황에서 을은 어찌해야 할까?  비틀린 갑이 던지는 먹이를 덥석 잡아야 할까?  

감독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우리는 돈은 없지만 가오는 있다’라고 당당히 외친다. 명품 백에 가득담긴 돈다발로 우리 을들의 마음을 유혹할 때도, ‘잘 살지는 못하더라도 쪽팔리게는 살지 말자!’라고 그렁그렁한 눈물로 우리에게 호소한다.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라며,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자존과 당당함은 버리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이처럼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의  상실을 이야기 하지만, 미래에 대한 상실에는 강력히 저항한다. 현재의 박탈과 좌절이 우리의 무릎을 꿇게 할지라도,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게 되면, 내일은 해가 뜬다라고 굳게 믿는다. 

영화 <베테랑>은 그래서 비극적 텍스트지만, 이 위에는 당당함과 희망의 텍스트로 자리매김한다. 

쓴 소주 한잔 들이키며 이렇게 노래한다.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 잠을 잔데도
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
오손도손 속삭이는 밤이 있는 한
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