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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제3의 길: 사회투자론 ② ] 지능적 복지국가를 향하여 : 사회투자론 논쟁

인간의 능력을 개발하여 미래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하는 사회 투자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 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져 왔다. 

사회투자론이 신자유주의의 혼성물이 아닌가라는 의혹과 전통적인 기초복지의 대체물인가라는 논쟁이 그것이다. 


◆사회투자론의 의미와 배경

사회투자론은 사람의 능력에 대한 배양에 집중한다.  “손에 무언가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손을 움직여 일하게 하는 것”으로의 변화에 초점을 둔다. 

시장 밖에 있는 자들에게 사후적으로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에 적응하여 시장에 다시 진입하도록 한다.  

또한 예방적 차원에서 아동의 빈곤해결과 교육· 정서· 건강등을 강조하여, 아동을 미래 시민노동자로 성장시킨다. 여성을 사회에 진출시켜 빈곤에서 탈출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유능한 노동력으로 세운다. 노동시장 밖에 있는 근로자에게 근로역량을 강화시켜 노동시장으로 포섭시킨다. 

이러한  사회 투자론은 신사회적 위험과 급변하는 경제·재정에 대한 실용적인 대응으로 등장한 복지전략이다.  

신사회적 위험에 대응으로 비롯된 사회투자전략은 인구가족구조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의 감소와 노인층의 빈곤이 증가하게 된다. 가족구성의 변화, 즉 주 부양자였던 남성의 실업과 저임금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게 되자,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으로 아동에 대한 보호가 약화된다. 

또한 세계적인 경쟁 심화로 국가 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앞 다투어 실시하고 있다. 

경제재정측면의 요인으로 비롯된 사회 투자론은 낮은 수준의 실업률과 안정된 임금을 유지시켜 주는 수요측면의 케인지안 정책이 더 이상 국가의 성장과 배분에 효과적이지 못하게 됨에 따라 부상하게 되었다. 

게다가 높은 임금을 제공해 온 제조업이 생산성의 하락에 직면하게 된다. 노동자들은 지식산업사회에서 기술의 도태로 저임금과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고 있다. 그 결과 경기침체와 실업의 골이 깊어지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은 사람에 대한 복지 투자로 질 좋은 인적자본을 축적시키고자하는 공급측면으로의 경제패러다임의 불가피한 전환이다. 

재정적 부담도 사회 투자론의 강화에 기여한다. 후기 산업사회는 불평등, 고용의 악화, 재정부담의 증가등 이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없게 된다. 트라일레마(trilemma)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김윤태)

예를 들어, 정부가 공공부문의 지출을 확대하여 고용을 늘리거나 임금을 올리게 되면, 형평성을 높이고 고용의 악화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재정부담은  증가하게 된다. 

결국 신사회위험과 경제재정 측면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투자론이 등장하게 된다. 


◆ 사회투자론 논쟁

이러한 사회투자론에 대해, 전문가들 간에 첨예한 논쟁이 벌어져 왔다. 이에 대한 주요 쟁점은 사회투자정책은 전통적인 소득보장프로그램과 충돌하여 기초복지지출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투자론은 신자유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투자론은 소득보장프로그램의 대체물인가? 

사회투자정책의 대표적인 비판은 사회투자정책의 증가로 소득보장프로그램이 무력화된다는 주장이다. 기존의 소득보장에 쓰던 비용을 사회투자 프로그램에 쓰게 되어, 소득보장지출이 감소된다는 것이다. 사회지출과 사회투자의 이분법적 구분에서 후자가 전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에스핑 안데르센은 사회투자프로그램이 전통적인 소득보장프로그램의 바탕위에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투자전략이 전통적인 소득보장프로그램의 대체물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신노동당의 사회투자정책은 사회투자와 기초복지 양면에서 성과를 거두었다는 분석이다. 부양아동이 있는 저소득가구에 아동수당을, 근로무능력자인 노인층에 대해서는 기초 연금액을 인상함으로써 이들의 소득을 도왔다.  근로 유능력자에게 근로와 숙련노동을 유인하여 실업을 줄이고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키는 소득보장체제를 보장하였다. 

복지재정지출의 변화를 보면, 1979~97년 동안 보수당 정부에서 1.6%증가한 데 비해, 1997~2002년 블레어 정부에서는 1.8%증가했다. 

이에 대한 구성으로 보건· 교육예산과 관련하여,  보수당은 보건에서 3.1% 교육에서 1.5% 증가한 반면,  노동당 정부는 보건지출 4.7%, 교육지출은 3.8%증가하였다. 사회보장지출은 증가율이 둔화되었지만, 사회보장지출의 총액이 축소된 것은 아니었다. (김윤태)

이처럼 전문가들은 대체로 고전적인 사회보장프로그램과 사회투자프로그램은 대체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보고 있다. 


△ 사회투자론은 신자유주의의 변형? 

사회투자론에 대한 또 하나의 비판은  이 정책이 신자유주의의 변형 혹은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복지의 혼성품이라는 것이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사회투자전략은 고전적 복지국가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변화된 경제 사회 구조에 적응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아야한다고 지적한다. 

김교수는  IMF의 요구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친 김대중 정부의 국민연금 확대· 의료보험 통합등의 실시가 신자유주의 폐해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격하되면, 이러한 복지 제도자체의 본질적 특성을 인식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국민의 정부의 ‘생산적 복지’를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일환으로 비판하는 접근은 사회 투자론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특히 사회 투자론은 기회의 평등에도 불구하고 경쟁에서 패배하여 밀려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문제를 도외시한다는 것이다.(김영순) 기술 습득등은 중년 이후 저숙련 노동자들에겐 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인지적 능력을 적절히 개발하지 못한 저학력 노동자들에게도 사회투자론은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므로 따라올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소득보장이 유일한 대책이며, 결국 기회의 평등에도 결과의 평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지능적 복지국가

유럽의 케인지언 완전고용 복지국가의 균열로 등장한 사회투자론은 우리나라의 실정에 적용이 용이한 복지 전략인가?  기초적 사회안전망이 선진국과 달리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사회투자론을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투자론과 기초복지의 동시 강화라는  이중전략을 강조한다. 물론 전문가들 간에도 이 양자의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견해는 다르다. 사회투자론과 소득보장 프로그램을 동등한 비중으로 증가시켜야 한다는 주장(김영순교수)과 소득보장프로그램의 강조보다 사회 투자론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견해(양재진교수)가 대립되고 있다.

양재진 교수도 기회평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무능력자의 빈곤의 문제를 방치하는 신자유주의적 접근에는 비판을 가한다. 경쟁에 나설 수 없는 장애인과 노인등의 근로 무능력자들, 그리고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에 대한 기초소득보장은 여전히 강조된다. 

김연명교수도 사회투자론과 한국적 상황에서는 사회투자론이 전통적인 복지프로그램에 대처하기 어려운 신사회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므로, 전통적인 복지프로그램의 유지를 강조한다.  

김윤태교수는 복지국가의 토대가 매우 취약한 한국에서 보편적 복지국가와 사회투자론을 동시에 강화하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교수는 선진 산업국가에서도 국가가 모든 복지를 제공해줄 수 없으므로 전통적 재분배의  수정은 불가피하지만,  개인의 능력을 강화하는 사회투자론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견해는 사회지출과 사회투자를 병행하는 적극적이고 예방적인 ‘지능적 복지국가’(intelligent welfare state)에 안착하고 있다. 

전통적인 복지와 신사회 위험에 대한 대응으로의 사회투자 모두, 한국의 새로운 복지국가 모델을 설정하는데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시장에서  배제되거나 불리한 위치에 있는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보호체제를 강화하려는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과도하게 힘들이지 않고도 최소한의 적절한 소득을 확보하는 방법들에 대한 보편적인 권리가 제공되는 ‘문지방 분배 수준’이 가능해져야 한다. 

동시에 아동을 위한 예방적 복지, 여성의 노동시장의 주체로서의 역할 강화, 그리고 근로유능력자들에 대한 근로능력 배양을 통한 일자리로의 복지등의 인적자본강화 전략은 새로운 경제 사회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사회투자론은 신자유주의의 극복대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복지에 대한 저항이 지배적인 정치문화가 남아 있는 토양에 사회투자론이 강조하는 복지-성장의 보완적 이데올로기가 안착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영국의 자유주의의 사회투자론에서 출발하여, 장기적으로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형 사회투자국가로 발전하는 복지 로드맵을 강조한다.   

결국 신사회위험에 대한 사회경제적인 대응으로서의 사회 투자론을 일방적으로 신자유주의의 잔재로 폄훼해서도 안 되며, 또한 기회의 평등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접근도 동시에 경계 할 때, 한국형 복지형태가 착근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