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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제3의 길,사회투자론 ① ] 복지는 낭비인가 투자인가? :

사회투자론의 등장과 정책

복지는 낭비되는 소비 지출인가, 미래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인가?  복지지출은 노동능력이 없는 이들에 대한 시혜적 정책인가? 아니면 노동능력을 향상시켜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하는 마중물인가? 

저출산 고령화와 지식기반성장으로 진입한 후기 산업시대에,  복지지출에 대한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반복지론자들은 정부의 복지지출은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을 이끌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재정적자를 초래하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반면 친복지론자들은 복지는 근로자의  노동능력 배양으로 노동시장의 진입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관점에서 우수한 인적자본의 축적으로 경제성장을 견인 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처럼 전자의 복지관은 주로 저소득층에 대한 현금이전등 전통적인 소득프로그램에 집중한 반면 , 후자는 기존의 복지관을 보완하여 투자론적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 투자론의 특징 

90년대 영국 신노동당에 정책이념을 제공한 기든스의 ‘제3의 길’의 한 부분으로 등장한 사회투자론은 사후적인 보호보다 생산적이고 예방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저소득층에게 현금을 지원하기보다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켜 빈곤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일자리를 향한 복지(welfare to work)론은 수요측면보다 공급측면을 강조한다. 교육 훈련등의 인적자본에 투자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이 높아진 생산으로 다시 생산을 추동하는 선순환에 주목한다. 

특히 평등개념과 관련, 사회 투자론은 결과의 평등보다 기회의 평등에 관심을 둔다. 기회를 재분배함으로써 경쟁지반을 평평하게 한다는 것이다.  (양재진 조아라,2007)

기회의 평등과 관련, 불평등의 원인으로 ①사회적차별 ②사회경제적 여건의 불평등 ③자연적 우발성에 따른 불평등 ④성실성과 삶의 방식의 차이등이 언급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첫번째인 사회적 차별에 집중하는 소극적 기회의 평등이다. 

반면 사회투자론은 사회 경제적 여건과 우발성에 따른 불평등에도 관여한다. 저소득가정의 아동과 청년, 그리고 여성의 기회의 평등을 강조하고, 우발성에 대한 불평등 완화정책으로 장애인에게 좀 더 적극적인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하지만 사회투자론은 성실성의 차이에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성실성 여부는 국가의 책임이 아니라 개인의 책임으로 본다. 이는 국가의 역할은 시민들의 능력을 배양하는데  집중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정책의 대상은 아동, 여성, 청년실업자에 맞추어 진다. 아동은 보호의 대상이라기보다, 미래의 시민노동자(Citizen- Workers of the Future)로 규정된다. 여성은 노동력공급을 원활하게 해주며, 아동의 건전한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청년실업자는 노동시장 밖에서 시장 안으로 포섭되어, 역동적인 복지국가에 기여한다.  

결국 사회투자론은 수요측면 대신 공급측면에서 인적자본을 향상시켜 이들을 노동시장 안에서 원활하게 적응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사회투자정책이 등장하게 된 배경

사회투자정책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혹자는 이를 유럽의 좌파정당들의 집권을 위한 포석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1970~1980년대, 유럽의 보수정당들은 진보당의 경제정책의 한계에 편승하여 집권을 하게 된다. 포디즘에 기초한 대량생산과 이에 조응하는 수요측면의 케인지안 정책이 오일 쇼크와 맞물려 내재적 한계로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좌파정당들은 집권을 위해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중도의 지지를 얻기 위해 복지국가를 개혁하고 동시에 좌파의 지향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국가전략을 모색하였고, 그 결과 기든스의 ‘제3의 길’이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사회투자정책의 등장이 단순히 진보당의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간주되기보다,  급변하는 경제 사회적 질서에 대응할 필요성에서 채택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위험과 경제재정적 위험에 대한 대응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였다는 것이다. 


△신사회위험에 대한 대응=
우선 신사회위험에 대한 대응으로 사회투자론이 부각되게 된다. 신사회 위험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 Taylor- Gooby는 ①가족내 성역할의 변화 ②인구고령화 ③노동시장변화를 꼽고 있다. 

우선 가족 내 성역할은 여성의 지위에 대한 변화를 강조한다. 과거 남성이 생계를 부양하는 모델에서, 이제 남성과 여성이 동시에 생계부양자로 나서고 있다. 이는 저출산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로, 노인부양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가족이 없거나 자체적인 부양능력이 없는 취약한 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이 변화되고 있다. 전문교육과 훈련 그리고 기술의 부족으로 적절한 수준의 임금과 안정적인 직업을 얻을 수 없는 저소득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다.  쓸모없게 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있지 못하는 근로자도 노동시장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 경제 재정적 배경=
경제 재정적 배경도 사회투자정책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된다. 

과거 대량생산과 케인지안의 수요측면의 성장으로 완전고용이 가능하였던 시절과 달리, 현재는 제조업분야의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여서, 고용 흡수력은 나날이 하락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의 부가가치는 상승하고 있지만,  자본비율의 증가로 노동에 대한 부가가치 배분은 낮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경쟁심화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후기 산업시대에 지식기반경제의 진전으로, 단순 노동력은 일자리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노동시장 내 임금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식과 기술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근로자의 도태를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실업의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 

이처럼 제조업의 위축과 지식기반 경제의 확대로 고용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저임금과 고실업을 탈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공부문 고용이 증대된다. 하지만 문제는 생산성 증가 없이 고용이 증가하여 국가재정의 지나친 확대를 가져와 정부의 재정위기로 치달을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결국 국가가 모든 복지를 제공해 줄 수 없고,  저출산 고령화와 제조업의 생산성 하락으로 인한 고용의 한계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능력을 강화하는 인적자본의 배양으로 노동시장 밖의 사람들을 노동시장 안으로 포섭하는 정책이 등장하게 된다.  


◆사회투자 정책 

사회투자정책은 신사회 위험의 환경에서, 경제성장과 사회복지간의 선순환구조를 형성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케인지안의 수요측면의 국가개입으로 인한 수요측면의 성장에 한계에 직면하게 되자, 이제 공급측면으로의 성장을 도모하게 된다. 

사회투자정책의 주요목표는 인적자본을 향상시켜 양질의 노동력을 공급하여 고용률 향상과 성장을 이루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적자본은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가?  어떠한 정책이 결합되어야 우수한 인적자본이 축적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인적자본의 향상은 네 가지 능력, 즉 인지능력· 정서능력·신체능력· 기술능력이 결합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연명, 2007)

우선 인지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보육과 교육이 강조된다. 

보육은 영유아기의 공공보육으로 보편적 보육이 적용된다. 교육은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공공교육 강화와 방과 후 교육에 집중한다. 또한 고등교육은 직업교육과 고급인력양성교육으로의 구분을 강조한다. 

둘째로 정서교육은 문화 복지 정책과 관련된다. 이를 위해 부모와 자녀 간의 정서 관계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부모훈련서비스가 강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실천 사례로 일부 종교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아버지 학교’등을 들 수 있다.  

셋째로, 신체능력 배양을 위해 공공보건과 생활체육정책 강화가 필요하다.     아동과 청소년에게 충분한 영양이 공급되어야 학습과 정서적 발달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므로 무상급식은 낭비적 소비가 아니라 투자가 된다. 

아동과 청소년이 입시에만 매달려 건전한 레저활동과  건강을 위한 체육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넷째로 기술교육이다. 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일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즉 인적자본 향상과 고용가능성을 높이는데 목표를 둔다. 이는 장기실업, 잠재 실업, 실망 실업등 노동시장으로부터 소외된 계층에 대한 현금지급을 통한 사회 보호보다 근로 활성화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장기실업자를 위해서는 맞춤식 교육 훈련을 강화하여, 잠재능력을 배양한다.  

청년 실업을 위해서는 직장순환제, 임금피크제등이 강조된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되는 신 사회 위험에서,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포섭하는 것이다. 여성이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일과 양육의 양립이 가능하여 하고, 이를 위한 공보육의 강화가 필요하다.  이는 인지능력과도 상통하는 정책이다. 

한편, 인적자본 배양과 관련하여 고려할 사항이 저소득층에 대한 공공일자리 확보이다. 향후 저출산이 심화되면 노동수요가 노동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학력수준이 취약한 가구는 일자리를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이들을 노동시장 안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처럼 인적자본은 교육과 직업훈련만으로 축적될 수 없고,  인지능력· 정서능력·신체능력· 기술능력의 결합으로만 가능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비로소 기회의 재분배가 이루어지게 된다. 

(계속: 사회투자론 논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