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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② ]삼성물산, 순자산 가치에 비해 주가 저평가 인가? :주인의 이익에 반하는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논쟁의 핵심은  순자산 기준으로 볼 때, 합병비율1: 0.35는 불공정한가에있다.

일각에서는 2015년 3월말 기준으로 삼성물산의 주당순자산은 88,760원인 반면 제일모직은 40,613원으로, 이기준으로 본다면 합병비율은 역전되어 1:2.19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물산 주주가 한 주를 포기하면 제일모직  0.35주가 아닌 2.19를 교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의결권자문기구 ISS도 위의 주장과 유사한 언급을 하였다. ISS는 “보유자산가치가 큰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다”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1:0.35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ISS가  순자산가치대비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지적은 주가순자산배율인 PBR이 저평가 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순자산가치에 기초한 합병비율은 이처럼 불공정합병인가? 삼성물산의 순자산가치대비 주가가 저평가 되어, 삼성물산의 주주들이 제일모직의 주식을 적정한 합병비율에 비해 적게 교부받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삼성물산의 PBR이 저평가되었다는 ISS의 주장을 검토해보자. 


◆ PBR

주가순자산배율인 PBR(price book-value ratio)은 주가를 주당순자산(BPS:book value per share)으로 나눈 값이다. 즉 순자산대비 주가가 몇 배 인가를 표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PBR은 순자산인 스톡 stock기준으로 주식을 바라보는 관점이며, PER는 flow기준으로 주식을 평가하는 것이다. 

분자인 주당 순자산이란 (자산-부채)/주식수로,  회사가 청산 시 받게 되는 장부가치를 의미한다. 분모인 주가는 기업가치로, 기업의 미래 잠재가치를 포함한 것이다.  

그러므로 주당순자산이 1보다 작다는 의미는 장부가치보다 미래 잠재가치가 더 낮다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기업의 미래현금흐름이 비관적이거나 혹은 자산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 PBR이 낮은 이유 

PBR = (P/주당순자산),   PBR= [ROE(1-b)(1+g)÷(R-g)]
PBR = ROE × PER,     PBR= (ROE-g)/(R-g)

ISS가 삼성물산의 PBR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PBR이 저평가 되어  1:0.35의 합병비율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순자산 장부가치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있다는 관점에서 PBR을 해석한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의 PBR이 낮은 이유를 삼성물산의 수익률이 낮은 탓으로 보기도 한다. 즉 순자산 이익률이 떨어져, 낮은 PBR이 계산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PBR의 구성항목을 살펴보면 된다. 

PBR=(P/주당순자산)이며,  PBR= [ROE(1-b)(1+g)÷(R-g)]이다. 그러므로 PBR은 ROE,(1-b),(1+g) 그리고 R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ROE는 자기자본이익률로, 자기자본으로 얼마의 이익을 얻었는가를 파악하는 지표이다.  (1-b)는 배당성향으로, 주당순이익 EPS 중 얼마의 배당을 받게 되는 가를 나타낸다.  g는 성장률로, 이는 b×ROE로 표시된다. b는 유보율로, EPS 중 얼마를 유보할 것인가이다. R은 할인율로, 할인율이 높아지면 PBR은 낮아진다. 

위의 산식에서 보듯이, 배당성향과 성장률은 상쇄관계에 있다. 배당성향이 높아지면 유보율이 낮아져 성장률이 하락하게 된다. 

그러므로 PBR의 주요결정변수는 ROE임을 알 수 있다. 혹은 PBR을 ‘PBR = ROE × PER’로 표시할 수 있다. 즉 PBR의 크기는 ROE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또는 PBR은 ROE와 할인율R과의 관계로도 설명할 수 있다. PBR= [ROE(1-b)(1+g)÷(R-g)]에서, 이는 대략 (ROE-g)/(R-g)로 정리된다. 

그러므로 ROE가 R보다 크다면, PBR은 높아진다. PBR이 1에도 미달된다면, 이는 수익률이 자본비용보다 낮다는 의미로, 자금제공자인 채권자와 주주가 요구하는 최저 필수 수익률보다도  이익률이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PBR이 낮다는 것은 기업의 ROE, 자기자본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며, PBR이 1보다 낮다는 것은 경영자가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자산의 장부가치를  잠식시켰다는 의미가 된다. 


◆ 삼성물산의 PBR이 낮은 이유

삼성물산의 경우 ROE는 2.2%며. PBR은 0.7배이다. 반면 제일모직의 ROE와 PBR은 각각 9.9%와 3.5배이다. 

이렇게 삼성물산의 PBR이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위의 산식에 따르면 ROE가 낮은 결과이다. 반면 제일모직이 상대적으로 PBR이 높은 이유는 ROE가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자산가치에 비해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까닭은 순자산으로 벌어들인 이익이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영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했거나, 혹은 건설 경기침체의 결과인 것이다. 

그러므로 삼성물산의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낮다고 의심을 하는 것은 다소 억측이 된다. 삼성물산의 PBR 저평가가 주가 조작과 관련되어있다는 것은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다. 

아무리 자산이 많다고 해도, ROE가 R보다 낮다면 PBR이 1보다 낮아져 장부가치 대비 시장가치가 낮게 된다. 회사가 청산해도 잔여재산을 장부가치보다도 적게 분배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이유, 즉 삼성물산의 PBR이 낮은 이유는  내부적으로 부실 경영의 탓과 거시경제면에서의 경기하락의 결과인 셈이다. 

따라서 순자산가치 면에서 합병비율을 따져도 불공정합병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게 된다.  


◆ 합병 논쟁의 핵심 : 삼성물산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그렇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논쟁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는 왜 하필 이 시점에 합병을 했는가가 이번 합병의 문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왜 이 시점에서 이 비율로 합병해야 되는가에 대해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의 이사들은 지금 시점이 아니라 삼성물산의 주가가 정상적으로 평가받은 다음에 합병을 해야 된다.”고 지적한다. 

이어 그는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하는 되는데 이렇지 못한 부분이 시장에서 지금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현재의 순자산이익률은 낮지만 삼성물산의 잠재가치를 고려하여. 삼성물산의 경영이 본 궤도로 복귀한 후 합병을 하게 된다면, 주주의 이익은 현재보다 더 높아질 것이란 지적이다. 삼성물산이 향후 수익률 상승으로  ROE가 높아지게 될 때 합병하게 되면, 지금의 합병비율보다 훨씬 유리한 합병비율로 제일모직과 합병하게 될 수 있다.

즉 순자산가치 면에서도 현재시점에서 합병의 교환비율은 문제를 제기 할 수 없지만, 삼성물산의 경영진은 기업의 소유주인 주주의 이익극대화라는 기업의 본연의 의무를 망각한 채,  삼성의 승계구도의 안착만을 염두에 둔  반시장적인 행위를 범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주인인 주주의 대리인인 경영자가  대다수 주주의 이익에 반하여 의사결정을 내린,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 사건으로 정리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