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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추가경정예산안] 회초리만 든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2015년 추가경정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간의 견해가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총 14조 9천억 원 규모의 추경은  15년도 세입 부족분 보전으로 5조 6천 억원,  메르스 대응· SOC조기 완공지원· 서민 생활안정· 가뭄 장마 대책등으로 6조 2천 억원, 주택구입 전세자금 확대등의 기금지출액  3조 1천억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여당의  약 15조 규모의 추경 예산안에 대해, 야당은 메르스 피해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경 재원이 국채발행이므로, 이는 국가채무 증가를 유발하여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입결손 보전과 SOC조기 완공 지원등은 추경 예산안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대규모 추경 편성, 왜?

정부여당의 대규모 추경이 편성되는 이유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의 국민경제연구센터는 정부가 경제성장 전망을 낙관적으로 파악한 결과로 보고 있다. 계획치와 실제치 간에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감세로 인해 세수가 부족하게 된 것이 추경 편성의 원인이라 진단한다. 

5개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의하면, 13년에 발표한 14년 예상 재정수입은 370.7조원이었으며, 14년 발표의 해당연도 예상치는 369.3조였다. 하지만 14년도의 재정수입 실제치는 356.4조원에 그쳤다. 

국가재정운용계획상 경상GDP의 전망치와 실제치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4년의 경상GDP 전망치는 5.9%였지만, 실제치는 3.9%에 머물렀다. GDP를 낙관적으로 예측한 결과, 이에 대응하는 세수도 부풀려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세입실적이 세입예산안에 미달되어, 세출예산중 일부를 지출하지 못하는 불용액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세입결손 발생의 근본이유가 감세에 있다고 국민경제연구센터는 진단한다.  

경제성장율 1% 증가에 조세가 몇% 포인트 증가할 것인가를 측정하는 조세 탄성치와 관련,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정부의 경우 소득세는 0.69, 법인세는 0.67, 부가가치세는 0.99에 그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경우, 소득세의 탄성치는 2.34, 법인세는 2.00 부가가가치세는 0.82를 기록하였다. 감세로 인하여,  소득증가에 비해 세수입증가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29.5조원이었으며, 올해는 –33.6조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이번 추경을 위한 국채발행은 메르스피해 지원 뿐만 아니라, 정부의 경제예측의 부정확성과 감세로 비롯되었다는 분석이다.  


◆ 감세와 국채 발행,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정부가 조세를 줄이고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면,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이와 관련, 정부지출은 재정승수효과로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 국채발행과 재정적자는 이자율 구축효과로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 그리고 민간의 합리적 선택으로 인해 경제에는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등이 대립되고 있다. 

우선 감세와 국채발행을 하게 된다면, 재원조달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재정승수효과로 균형소득이 늘게 된다는 견해이다. 

재정승수의 회로에 따라, 정부지출이 증가하면 유효수요가 늘고 재고는 감소하여 생산은 늘게 된다. 생산은 곧 부가가치 증가를 의미하므로, 소득이 늘게 된다. 소득이 증가하면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고, 다시 유효수요가 늘게 되는 소득순환이 이루어진다. 결국 유효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균형소득에 이르게 된다.

반면, 일부 경제학자들은 감세와 국채발행은 경제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가처분소득이 증가한다고 해서 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주장은 소비자가 현재의 감세는 미래 증세라고 이해하는 미래지향적 소비자를 전제하고 있다. 또한 소득은 현재소득과 미래소득 현재가치의 합이라고 본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정부가 감세하고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면, 미래지향적 소비자는 감세를 미래의 증세로 파악한다. 현재의 국채는 미래세대인 자식세대의 짐이 된다는 염려가 먼저 앞선다. 

따라서 가처분소득이 증가해도 소비를 늘리지 않고, 감세분의 저축을 늘리게 된다는 것이다. 증가한 소득이 저축으로 전환되어, 소득흐름에서 누출되게 된다면, 유효수요와 소득은 증가하지 않게 된다.  

또한 소득은 현재소득과 미래소득의 현재가치의 합으로 이해한다. 그러므로  현재 감세로 인한 현재소득의 증가와  증세로 인한 미래소득의 감소라는 차입형 현금흐름과  현재 감세가 없고 미래에 증세가 없는 현금흐름은, 순자산 면에서 거의 유사하다(물론 현재가치를 고려하게 된다면 다소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총부의 증가가 없게 되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의 효과가 없게 되므로,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또 다른 경제학자들은  감세와 국채발행은 경제에 부담을 준다고 주장한다. 감세와 국채의 증가는 민간의 가처분소득의 증가를 가져오고, 이는 부의 증가로 소비가 늘고 저축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는 이타적 유산에 대한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현 세대는 국채부담을 미래세대로 이전시키게 되고, 조세 감소에 의한 가처분 소득의 증가를 통해 소비를 늘려 효용을 극대화 한다. 부모세대는 자식세대의 미래의 삶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축의 감소는 자금시장에서 자금 공급의 감소를 초래하여, 이자율을 상승시키게 된다. 이자율 상승은 단기에 민간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장기에 자본축적을 방해하여, 장단기 성장이 위축되게 된다. 이른바 정부지출이 민간부분을 대폭 구축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세와 국채 발행으로 인한 정부재원조달은 경제성장에 바람직한 재정정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 회초리만 든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이번 추경은 메르스 확산 방지와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국민을 돕겠다는 취지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세입결손 부족분을 메우는 추경은 정부의 예측 실패와  감세정책으로 비롯된 바가 크므로, 이 문제를 만회하기 위한 추경은 정부의 책임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9조 5천억원의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재정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야당은 추가 경정안 중 세입경정의 5조 6천억원 전체 삭감과 SOC 분야의 1조 5천억도 삭감할 뜻을 밝히고 있다. 

현재 감세를 하고 재정지출을 늘리게 된다면, 일반적으로 감세로 인한 가처분 소득증가로 지출 증가율 대비 소득증가율이 1보다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소비증가와 저축이 감소하여 비록 이자율 구축효과가 있긴 하지만, 재정 승수효과가 1보다 크다는 것이다. 

또한 미래 빚을 갚기 위해 감세 분을 저축 한다는 미래지향적 소비는 후세대까지 고려하는 이타적인 소비까지 전제되어야 성립된다. 근시안적인 소비에서 벗어나려면, 평균소비성향이 낮아야 한다. 

그러므로 감세로 인한 채권발행으로 재정지출을 늘리게 된다면, 재정승수효과가 나타나, 균형소득이 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추경은 침체한 경제를 살리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올해 성장률이 2.8%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데, 추경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면 3%대로 턱걸이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세계 경제는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어 추세적침체가 예상된다고 진단한다. 경기후퇴가 자연 실업률을 높이고 잠재성장률을 하락시킨다는 장기 침체론, 추세적 침체론(secular stagnation)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 경기가 침체되면, 다시 균형생산량으로 복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그 침체 하락의 흔적이 지속적으로 남게 된다는 이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IMF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의 성장률이 위기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자연실업률만 있을 때의 성장률인 잠재성장률이 위기 이전보다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기부진이 성장률 자체를 영구적으로 하락시켜 저상장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이력효과와 관련이 깊다. 경기후퇴가 실업상태인 사람을 변화시켜 영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직업을 찾겠다는 의지를 상실하여  자연실업률이 증가하게 된다.

우리나라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금리인상예상과 엔저, 수출부진으로 경제를 낙관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진 후, 추세적으로 하락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이력효과로 인해 잠재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한 우리경제가 디플레이션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진단되는 가운데, 성장률 2%로의 하락은 경제주체로 하여금 비관적인 전망을 품게 한다. 경제주체들이  디플레이션을 예상한다면, 물가하락을 기대하여 소비를 줄일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여 허리띠를 더욱 졸라 맬 수도 있다. 

그러므로 비록 이번 추경의 규모는 정부의 예측실패와 감세로 커지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 잘못을 수정하지 않고 방치하게 된다면, 그 화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수 있다. 

일단은 우선적으로 경기 침체를 저지하는 방안이 나와야 하고, 그 이후 정부의 낙관적인 과대 예측, 감세부분을 따져야 할 것이다. 

또한 근본적으로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총수요 부진의 원인이 되는 소득불평등,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하락, IT를 중심으로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생산성증가율의 하락등 잠재성장률을 감소시키는 요인에 대한 선제적인 대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통일에 대비한 투자등도 사전에 고려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잘못했으니 회초리부터  맞아야 한다는 논리보다, 닥친 문제를 차분하게 함께 극복하고, 이후에 원인에 대해 철저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