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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그리스 위기] 복지규모와 국가부채는 무관 : 국민부담율 크기가 재정적자 정도를 결정

여야, 진영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

그리스가  5일 실시한 채권단의 제안에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여 독자적인 화폐정책과 환율정책을 펼치면서 미지의 세계를 헤쳐 나갈지에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의 빚 15억 유로를 갚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놓여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리스의 재정파탄이 복지지출 확대로 비롯된 바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우리나라도 포퓰리즘적 복지지출을 늘리면 그리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복지확대를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연 그럴까?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복지지출과 국가부채의 관계>라는 논문에서 OECD국가 자료를 토대로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을 분석하였다. 

김교수는 국가부채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요인은 복지지출 규모보다 국민 부담률과 복지구성내역이라고 분석한다. 


◆ 감세→ 재정적자 → 국가부채 

김교수의 OECD자료 분석에 의하면, 복지지출규모와 국가부채사이에는 약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즉 복지지출규모와 국가부채와는 무관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복지지출규모가 증가한다고 국가부채가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해인 2007년 GDP대비 복지지출비중은 21.3%로, 스웨덴 27.3%, 프랑스 28.4%, 독일 25.2%에 비해 낮았다. 

하지만 국가부채규모 면에서, 2007년 GDP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스웨덴이  49.3%, 노르웨이 57.4%, 프랑스 73% 독일 65.6%인 반면, 그리스는 115.0%를 차지하였다. 

즉  복지지출 비중 면에서, 스웨덴은 그리스보다 높지만, 국가부채비율에서 스웨덴은 그리스의 1/2미만에 불과하였다. 

이처럼 의외로 복지지출규모가 큰 국가가 작은 국가에 비해 국가부채가 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왜일까? 

복지지출이 많으면서 국가부채가 적게 되려면, 정부지출보다 정부수입이 많아지면 된다. 조세를 많이 거두어 정부 수입이 많게 되면, 지출이 많아도 재정적자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결국 국민 부담률(조세+사회보험료)이 높으면  재정지출 중 복지지출이 많을지라도, 국가부채는 적게 된다.  정부지출 중 복지지출 비중이 높은 국가는 국민 부담률도 높아,  국민 부담률이 낮은  국가에 비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도 적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결론을 그리스에 적용해 보자.(홍경식,2012) 1994~2000년 그리스의 기초재정수지는 흑자를 나타냈다. 사회당 정부가 간접세 부과대신 직접세 부과 확대, 국영기업 민영화를 통한 재정 수입 증대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한 결과였다. 

하지만 2001년 유로존에 가입한 그리스는 2003년 기초재정수지가 명목 GDP대비 –0.7%로 적자를 나타낸 데 이어, 2004년에는 –2.6%로 확대되었다.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2004년 –7.6%를 나타내었다. 

정부재정이 적자로 전환된 배경은 2001~2004년의 광범위한 감세정책과 공무원 임금·채용 증가 때문이었다. 당시 1990년대 후반 이후 직접세 중심의 감세정책이 세계적인 추세였으나, 그리스는 그 폭이 특히 컸다. 

게다가 그리스는 유로지역 국가들에 비해 큰 폭으로 간접세를 인하하였다. 유로지역과 그리스의 간접소비세율은 각각 2004년 21.0%와15.3%, 2006년 21.4% 와 15.2%, 2008년 20.8%와 15.1%를 나타내었다. 

또한 명목 GDP대비 직·간접세 수입비율은 2001~2009년에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당시 그리스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나타내었는데도, 직·간접세 수입비율이 하락한 것은 감세정도가 매우 컸다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정도는 복지비의 지출규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복지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국민부담률 크기에 달려 있다. 사회복지비가 상대적으로 적을지라도 감세로 인해 국민 부담률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면,  재정적자가 커지게 되어 국가부채는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 연금비중 높으면, 재정적자 커져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규모는 국민부담률 뿐만 아니라 복지지출의 구성내역과도 깊은 관련성이 있다고 김교수는 분석한다. 예컨대 복지지출이 많은 스웨덴이 재정적자가 적은 이유는 재정적자를 크게 하는 복지구성항목의 비중이 적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서 복지구성항목에는 연금, 의료, 근로연령대 소득지원(실업급여, 가족수당), 사회서비스(보육등)등이 포함된다. 

복지 분야별 지출과 국가부채와의 상관관계에서, 재정적자를 크게 하는 항목은 연금이다. 복지 지출중  연금비중이 크다면 재정적자는 커지고, 국가부채는 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사회서비스와 근로연령대 소득보조가 커지면 국가부채는 적어진다. 

국가별로 사회복지비 구성항목과 국가부채의 관계를 파악해보자. 국가별로 사회 복지비 지출이 비슷할 지라도, 복지의 세부 분야별 지출규모가 다를 수 있다.  중부· 남유럽 등은 연금급여 지출이 많은 반면, 북유럽국가들은 사회서비스지출과 근로연령대 소득보조가 많다.

예를 들어 그리스의 경우 복지지출의 세부구성에서, GDP대비 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1.9%(2007년)였으나,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각각 7.2% 4.7%였다. 

하지만 사회서비스의 경우, 그리스는 1.7%를 차지하였으나, 스웨덴은 8.0%, 노르웨이는 5.0%를 나타냈다. 근로연령대 소득지원은 그리스는 2.0%에 불과하지만 스웨덴은 5.6% 노르웨이는 5.4%였다.  . 


△ 고령화 → 연금급여지출 증대 → 국가부채증가 
여기서 의문은  왜 연금급여지출이 국가부채와 양의 관계를 보이고, 근로연령대 소득지원과 사회서비스는 국가부채와 음의 관계에 있는가이다.  

우선 연금급여지출이 커지면 국가부채가 많아지는 까닭은 고령화와 관련 있다. 

연금재원은 사회 보험료이다. 연금은 자신이 낸 보험료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므로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적 성격을 가진다. 연금은 세대 간 계약의 성격이어서, 노인에 대한 급여 지출이 증가한다고 해도, 젊은층의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힘들다. 

고령화가 진척되면 노인층의 급여지출은 커지지만, 보험료를 부담하는 젊은층은 적어지게 된다. 이 경우, 기여금과 지출과의 격차가 발생하고, 연금지급에 비해 기여금이 적게 되면, 그 부족분은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보험료수입으로 급여지출을 충당하지 못하게 되면 세금으로 충당하거나 빚을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회보험료 방식으로 노령연금을 지급하는 남유럽국가들은 대체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소득 대체율이 높다. 그리스의 경우 연금소득 대체율은 97.7%에 이른다. 따라서 GDP에서 연금 급여 지출비중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그리스의 경우 1985~2007기간에 연금급여비중은 3.31%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스웨덴은 –0.44, 노르웨이는 –0.01, 독일은 0.40%포인트 높아졌다. 

이처럼 연금은 고령화가 진척되면 고령 급여는 높아지고 기여금은 적게 되어, 그 격차를 조세로 메우게 된다. 

이점은 연금지출증가분을 제외한 복지지출증가와 국가부채의 상관관계는 오히려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복지지출과 국가부채의 양의 관계는 전적으로 연금급여지출증가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근로소득 세대지원과 사회서비스의 증가 → 국가부채 감소

한편 근로소득 세대지원과 사회서비스는 국가부채와 음의 관계에 있다가 분석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연금급여지출, 근로소득세대지원과 사회서비스, 그리고 국가부채와의 상호 상관관계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연금급여지출 및 증가속도는 근로소득 세대지원 및 사회서비스와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연금급여지출이 커지면 사회서비스등은 적어진다는 의미이다.  반면 연금급여지출은 국가부채와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따라서  근로소득세대지원 및 사회서비스는 국가부채와 음의 관계를 보이게 된다. 

또한 근로세대 소득지원 및 사회서비스 지출이 증가하면 국가부채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은 인과관계분석으로도 파악될 수 있다. 

높은 수준의 보육등의 사회서비스 제공은 일·가정 양립을 가능하게 하여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게 된다. 이는 경제활동인구비율이 높아지고 실업률이 낮아져,  조세수입과 사회보험료 수입이 늘어나는 계기가 된다. 그 결과  재정적자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서비스 지출은 국가부채 감소의 원인이 된다. 


◆ 진영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있는 여야

결국 복지지출 크기 자체는 국가부채 규모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그보다 복지지출이 조세와 사회보험료등을 통해 조달될 수 있는가가 국가부채증가의  결정요인이 된다. 

또한 국가부채는 복지지출구성내역과도 깊은 관련성을 보이고 있다. 복지지출구성항목 중 연금비중이 클 경우, 노령화로 인해 조세부담이 늘게 되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늘게 된다. 
그리고 사회서비스지출이 증가하게 되면, 재정수입이 증가하여 국가부채도 감소하게 된다. 

그리스의 재정적자의 교훈은 무엇인가?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한가라는 논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리스의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증세 없이 복지를 하면 자칫하면  그리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감세로 국민 부담률이 낮은 상태에서 재정적자를 초래하는 연금등을 늘리면, 재정적자의 심화로 국가부채는 커지게 된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17.9%로, OECD평균인 25%(2011)에 비해 낮다. 국민부담률은 24.8%(2012)로 OECD회원국 중 세번째로 낮다. 

우리나라는 급격히 빠른  고령화 속도로 인해 복지지출이 필연적으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의 존망은 아랑곳 하지 않고 증세 없는 복지라는 진영 이데올로기만을 고집스럽게 내세워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제야 말로, 이러한 아집에서 벗어나 법인세인상과  소득인상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여당은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고 야당은 소득세 인상은 모른 척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진영 이데올로기에 접착한다면 우리나라도 그리스의 망령에 사로잡히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