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은 지켜보기 고통스러운 영화이다.
화면을 연속적으로 채우는 핏방울, 잘려가는 다리, 총에 맞아 쓰러지며 고통스러워하는 얼굴등, 죽음과 살인의 기운이 넘쳐나는 전투신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어지러움과 조여오는 뻐근한 심장을 느낀다.
영화 마지막 시퀀스의 실제 영상이 젊은 20대 영혼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고통 속에 죽어가는 광경에 대한 상념과 오버랩 될 때는, 가슴은 먹먹해지면서 눈가에 촉촉한 물기가 맺힌다.
◆ “영화를 잘 만들기까지 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영화는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전반부와 국가의 존재 가치에 초점을 두는 후반부, 그리고 실제 다큐영상인 마지막 시퀀스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전반부는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지만, 이 소재가 성의 없이 소모된 듯한 인상을 준다. 사실주의적 다큐성 영화라고 해서, 느슨한 내러티브와 어디서 많이 접한 듯한 에피소드들의 나열 그리고 엉성한 프롯의 연결등이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후반부의 전투신은 감독의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투입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장병들의 죽음의 공포등이 사실적으로 절절히 전달해 온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분단이라는 비참한 상황에 대한 희망적 극복보다, 대립의 현실을 상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다큐적 속성을 가지는 영화들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이 고통스런 현실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두는 것처럼,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하여 다큐적 영상을 제시한 이 영화는 대립의 고통을 극대화시킨다는 목표에는 일정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후반부의 전투신의 특징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고통스러운 잔인함인데, 관객이 느끼는 이 고통에 대한 원인은 역설적으로 감독의 인위적인 기교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전투신은 자연스러운 다큐성보다, 영화의 목표를 위해 재단 된 듯한 인위적 기교를 강조한다. 쌍방 군인들의 핏방울, 고통, 죽음에만 클로즈업 하여, 이를 생명의 소중함과 대립의 현실이라는 영화의 주제와 억지로 연결시키고자 한다.
이 영화는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보편적 인간애 보다, 또한 분단의 참혹함을 극복하기 위한 건설적인 희망을 불러일으키기보다, 인간에 대한 분노·억울함이라는 뒤틀린 감성에 침잠하도록 하는 한계에 이르게 된다.
이는 분단이데올로기의 비극성과 나라를 위해 희생한 젊은 목숨들을 애도한다는 명분을 내걸면서, 궁극적으로 이를 질료로 하여 영화의 상업성을 추구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소중한 우리의 가치인 시장민주주의와 휴머니즘의 생명 존중가치는 함부로 허투로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
이동진평론가가 지적한 “(과거의 일을)영화를 통해 기억하려는 데에서 만 그치지 않고 그 영화를 잘 만들기까지 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을 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