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세계 경기침체가 금융위기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성장잠재력의 장기적 하락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추세적 침체, 즉 장기 정체 (Secular Stagnation)이론이 대두되고 있다.
장기에는 통화량을 늘리면 모든 가격이 신축적으로 변하게 되어, 물가만 인상되고 생산량 고용등의 실질변수는 불변이 된다. 즉 총공급곡선은 수직선이 된다. 수직선인 총공급곡선 하에서, 통화량을 늘리면 물가수준에만 영향을 미치고 생산량에는 어떤 변화도 없다.
하지만 단기에는 물가와 생산량의 관계를 나타내는 공급곡선이 우상향 하게 된다. 통화량이 변동되면 가격이 신축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통화량이 감소되면 물가가 하락하지만, 기업은 메뉴 비용등으로 인해 즉각 제품가격을 하락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고정은 판매량의 감소, 생산량의 감소, 고용의 감소로 연결된다. 그 결과, 생산량과 물가관계를 나타내는 공급곡선이 우상향하게 된다.
이러한 우상향의 공급 곡선 하에서, 통화 공급이 감소되면 총수요가 감소되어 균형생산량이 줄게 된다. 반대로 통화량을 늘리게 되면, 총수요가 증가하여 균형생산량으로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가설에 이의가 제기되고 있다. 총수요가 하락하여 경기침체가 되면 다시 균형생산량으로 복귀하지 않고, 오히려 그 침체 하락의 흔적이 지속적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즉 경기후퇴가 자연실업률, 잠재성장률을 하락 시킨다는 것이다. 이른바 장기 침체론, 추세적 침체론이다.
◆ 잠재성장률의 하락
이러한 주장에 대한 실증이 제시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성장잠재력 둔화와 시사점>의 보고서는 IMF의 분석을 인용,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률은 위기 이전의 전망치보다 크게 낮아졌으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선진국(한국도 포함)의 경우 신흥국에 비해 전망치 대비 실제 성장률의 하락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IMF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의 성장률이 위기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자연실업률만 있을 때의 성장률인 잠재성장률이 위기 이전부터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자본등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성장률을 의미하는 것으로, 금융위기 이전 2001년부터 2007년 까지 선진국의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2.4%에서 1.9%로 감소하였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선진10개국의 경우, 잠재성장률이 위기 이전 평균 2.2%에서 위기 후 1.3%로 크게 감소하였다. 향후 2015~20년간 잠재성장률 평균은 위기 이전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1.6%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성장률 중기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Conference Board에 의하면, 향후 10년간 세계경제 성장률이 3.3%에서 2.7%로 둔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예정처는 밝혔다. 한국을 포함한 기타 선진국(미국 유럽 일본제외)의 경우, 2015~19년의 성장률은 2.3%, 2020~2025년은 1.8%를 전망하였다.
▣ Secular Stagnation :추세적 침체론
이처럼 경기부진이 성장률 자체를 영구적으로 하락시켜 저성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과 관련,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의 하나가 이력효과이다. 경기후퇴가 실업상태인 사람을 변화시켜 영구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예컨대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실업기간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직업에 대한 개인의 태도를 변화시켜 직업을 찾겠다는 의지를 상실하게 한다. 이 경우 마찰적 실업규모를 증가시켜 자연실업률을 증가시키게 된다.
◆ secular stagnation의 정의
추세적 침체론(장기침체론)은 수요측면과 공급측면으로 구분하여 저성장 장기화의 원인을 분석한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의하면, secular stagnation은 장기정체(추세적 침체)로 수요측면에서 실제 GDP가 잠재 GDP를 하회하는 가운데 실질금리가 이론상의 균형실질금리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고, 공급측면에서 잠재 GDP가 정체되어 있는 상황으로 정리된다. 여기서 자연(균형)실질금리란 산출량 갭이 제로이고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인 상황에서의 이론적인 단기 실질금리를 말한다.
여기서 secular는 공급요인에 의해 성장잠재력이 축소되는 것으로, 이에는 인구고령화로 인한 노동증가율 축소, 혁신축소, 자본축소를 들 수 있다. stagnation은 수요요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디레버리징, 재정지출 감소, 위험회피성향의 증가로 성장회복이 지연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장기침체의 결과는 자연실질금리의 하락이다. 자연실질금리는 2000년대부터 크게 하락하여, 글로벌 위기 이후 상당기간 마이너스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 총수요 부진
장기적인 총수요 부진은 △기초경제여건의 변화 △글로벌 저축과잉 △소득불평등 심화등을 들 수 있다고 한국은행은 분석한다.
기초경제여건의 변화와 관련, 우선 인구증가율의 하락으로 2000년대 중반과 같은 높은 수요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2007년 전후로 생산가능인구가 정체되거나 감소하여 신규투자의 부진이 지속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레버리지 하락도 총수요 부진의 원인이 된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주체들의 디레버리징 과정에서 금융감독의 레버리지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부채에 의한 총수요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글로벌 저축과잉은 산업특성의 변화와 관련 있다. 글로벌 선도 기업이나 애플, 구글등의 IT기업들이 제조기업과 달리 대규모 자본투자가 불필요해졌다. 이로인해 투자가 저축보다 감소하여 선진국의 성장부진의 원인이 된다.
소득불평등의 심화도 총수요부진의 원인이다. 2000년대 기업 부가가치가 증가하였음에도,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으로 소득불평등이 심화되었다. 그 결과 임금근로자들이 저축을 늘려 소비와 투자가 축소되었다.
이러한 소득불평등 확대는 단기적으로 유효수요 부족을 초래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인적자본의 형성과 발달에 지장을 초래한다.
◆총공급 : 성정잠재력 약화
장기경제침체의 근본원인을 공급측면에 찾는 분석은 △생산성 증가율의 하락 △인구구조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 감소에 주목한다.
생산성 증가율 하락은 혁신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와 같이 기술진보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아 성장을 견인하는 생산성 향상이 정체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산성 증가율이 가장 크게 둔화된 부문은 주로 IT분야이다. 예정처에 따르면, IT생산부문의 생산성증가율은 ’95~’00에 16.5%로 정점에 달한 후, 00~04년에 11.8%, 04~07년에 9.0%, 07~11년에 5.4%를 기록하여 지속적으로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구 구조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 인구 및 경제활동 참가율의 감소도 잠재성장률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OECD분석에 의하면, 미국의 향후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이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과 생산가능인구의 하락과 관련 있다. 미국의 ’15~’21년의 잠재성장률은 94~00년에 비해 0.6%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활동참가율 하락과 생산가능인구하락에 기인하고 있다.
한편 성장 고용과 금융안정의 동시 달성 가능성에 대한 회의도 커지고 있다. 신용기준의 대폭완화와 주택가격상승은 가계부채급등으로 이어져, 거품경제와 버블붕괴로 인한 금융위기를 재정으로 메꾸는 과정에서 재정적자 급증으로, 세가지 정책목표의 동시달성은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장기정체가설 부정론
추세적 침체론에 대한 부정론자들은 장기정체가설의 핵심인 자연실질금리의 하락과 관련, 그 이유를 위험프리엄 감소에서 찾는다고 한국은행은 분석한다.
자연실질금리가 1980년대부터 하락한 것은 연준의 정책목표의 명확화등 경제여건의 변화등으로 인한 위험프리미엄 축소로 실질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게다가 자연 실질금리와 GDP갭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GDP갭은 경기순환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GDP갭이 무위험실질금리의 움직임을 56%(1983~2014)를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둘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점은 자연실질금리가 구조적 변화에 따른 장기정체가 아닌, 경기순환상의 경기회복이 일시적 요인에 따라 지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장기정체론자들이 혁신의 정체가 저성장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부정론자들은 디지털시대의 기술진보의 간접적인 생산성 증대효과를 성장 통계에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의 많은 정보서비스들이 무료 앱의 영향으로, 성장추계방법에 제대로 계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추세적 침체론의 시사점
추세적 침체론이 우리경제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추세적 침체론은 장기정체의 극복을 위해 총공급측면에서 성장잠재력 배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의 둔화, 혁신의 경제적 파급효과 축소, 부채과다문제가 저성장 저물가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인구성장, 기술혁신, 노동효율성등의 구조개혁에 집중해야한다.
우선 인구성장을 위해 출산율 제고 및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촉진이라는 기본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예정처는 지적한다.
기술혁신과 관련, 우리나라의 R&D지출규모는 미국· 일본· 중국등에 이어 세계6위인 반면, 서비스업 및 중소기업의 연구개발투자는 부진한 상태이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지원과 자체적 R&D 투자 여력이 약한 사회복지 보건등의 서비스부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노동효율성은 고령화로 노동투입의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생산성제고가 성장잠재력 확충에 대한 대안이 된다. 즉 노동투입의 감소분을 총요소생산성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근로자의 교육과 훈련, 미래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잠재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예정처는 통일에 대비하여 북한의 인적 물적 인프라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를 강조한다. “저출산 고령화에 접어든 북한의 영유아 산모에 대한 지원을 통해 출산율을 제고하고, 청소년의 건강상태 개선, 인프라에 대한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실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