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인데 왜 이 나라 물가는 하락을 안할까?’ ‘내린 품목 뭐가 있나?’ ‘이마트 가서 장 한번 보고 기사 쓰세요’ ‘라면, 과자, 우유, 생필품 빨리 내려라.’
유가 급락으로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2% 떨어져 2010년 12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한 매체의 보도에 네티즌들은 이처럼 분노의 댓글을 달았다.
원재료, 중간재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생산자물가지수가 하락하면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도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게 되는데, 실제 피부에 체감되는 물가는 오히려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월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5%로 올랐다. 상추와 시금치도 각각 전년 동월 대비 58.0%, 52.3%나 치솟았다.
한편 지난해 실제 체감물가는 지수물가의 두 배를 나타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3%에 머물렀다. 생산자물가지수 하락 추이와 유사하게 소비자 물가도 저물가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의하면, 지난 1년간 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은 2.6%를 나타냈다. 소비자들이 지난해 물가를 2.6%로 체감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체감물가가 소비자물가지수를 웃돈 것이다.
◆ 소비자 물가지수란?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가 구입하는 각종 소비재나 서비스 가격의 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수이다. 가계가 소비하는 품목들의 지출비중을 가중평균한 것이다. 조사대상은 월 평균 소비지출금액의 1/10,000이상인 481개 품목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라스파이레스 지수 방식을 사용한다. 즉 가중치는 기준년도의 지출비중(기준연도 개별 품목 지출금액÷기준연도 총지출금액)만을 사용해서 구한다. 비교연도에는 품목별 가격지수만 다시 측정하면 된다.
기준년도는 5년 단위로 변경되며, 2010년 2015년이 기준년도이다.
◆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체감물가 상승률의 괴리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 상승률 간에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소비자의 심리적인 요인이 체감물가와 지수물가와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즉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가 괴리를 보이는 이유는 소비자물가가 481개 품목의 가격변동을 가중치로 평균한 단일 값인반면, 소비자들은 민감한 몇 개 품목의 가격변동을 전체 품목의 평균 물가로 오인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비자는 최근에 구입한 품목이나 구매빈도수가 높은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면 피부로 물가인상을 체감할 수 있다.
만약 TV가격은 떨어졌는데 돼지고기 가격이 올랐다면 전체 평균소비자 물가 변동 폭은 미미하다. 하지만 소비자는 구입 횟수가 높은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여, 물가가 올랐다고 느낄 수 있다. 이는 전자제품등 구입 빈도가 낮은 품목에 비해 생필품등 자주 구입하는 품목의 가격변동에 더 민감한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의 지출 증가를 품목의 가격변동으로 혼동한 것도 심리적 괴리의 원인이다. 이와 관련, 통신비를 예로 들 수 있다. 통신비는 물가지수가 하락한 품목이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른 LTE등의 통신서비스의 질적인 발전은 통신서비스의 가격을 인상시켰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핸드폰의 질 향상으로 인한 지출증가를 가격인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기술발전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지 못한 것도 체감물가가 지수물가를 상회하게 된 이유이다. 소비자물가는 5년 단위로 상품묶음을 조정한다. 지난해까지 2010년이 기준연도였고, 올해 2015년이 새로운 기준연도가 된다.
2010~2015년 사이에 구형제품등의 가격은 하락하였고, 동시에 고가의 신형제품이 출시되었다. 이러한 현상으로 구형제품이 물가지수의 하락을 유도하지만, 물가인상을 견인하는 신형제품은 그 기간에 소비자물가에 반영 되지 않는다.
◆ 소비자물가의 물가 대표성의 문제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간의 괴리는 소비자물가의 물가 대표성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소비자물가가 소비자가 느끼는 생계비부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평균하기 위해 품목별 가중치를 둔다. 우유와 소주의 가격변동을 평균할 경우, 이 둘의 가격을 합하여 둘로 나눌 수 없다. 우유가 소주보다 가계의 지출금액이 크기 때문에 가계에 더 큰 부담을 준다. 그러므로 평균 물가 계산 시에 우유에 가중치를 더 두어야한다.
하지만 가계들은 같은 품목을 소비하지도 않고, 소비 품목이 같아도 동일한 지출비중을 보이지 않는다. 소득수준, 소비패턴, 가계원의 구성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 가계는 돼지고기가 인상되면 체감물가에 크게 영향을 받지만, 채식중심의 가계는 체감물가와 지수물가와의 차이를 별로 느끼지 않게 된다.
이처럼 소비자물가는 각각의 가계의 생계비 부담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게 된다. 하나의 단일 물가지수로 개별 가계의 실질생활수준의 변동을 나타내기에는 무리가 있어, 소비자물가의 물가 대표성에 문제가 있게 된다.
◆ 체감 물가 지수의 개발 필요
소비자 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의 생계비부담을 나타내는 대표지수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물가 체감정도를 반영하는 물가지수 산정을 위한 노력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이점이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개선책이 나와야 하는 이유이다.
우선 소비자물가지수의 가중치에 대한 문제이다. 현재 지수물가는 기준년도 지출액비중으로 품목에 대한 가중치를 매긴다. 그러므로 가계의 체감을 반영하는 가중치의 조정이 이에 대한 대안이다.
가중치는 평균지출액 뿐만 아니라, 구매빈도수· 소득정도· 물가파급효과· 가격변동성을 고려할 수 있다. (조지성,2013)
우선 구매빈도수이다. 소비자들은 절대 지출금액보다 자주 구입하는 품목의 가격변동에 더 민감하다. 이를테면 우유, 두부, 라면등이 구매빈도수가 높아, 이들이 체감물가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위의 댓글에서 우유, 라면 값을 내리라는 네티즌의 주장도 가중치와 관련하여 해석될 수 있다.
또한 가중치로 소득정도의 차이가 반영되어야한다. 1990년 1/4분기~2011년 2/4분기의 소득분위별 물가지수에서 소득하위 10%가구의 물가상승률은 총 133.2%로서 상위 10%가구의 125%에 비해 8.2%p 더 상승하였다.
이러한 저소득층의 물가가 더욱 높게 상승한다면, 이 계층의 지출액 비중에 높은 가중치를 두어야 한다. 이를 테면 소득 2분위 이하 계층(하위 40%)의 지출액 비중에 가중치를 두는 것이다.
물가파급효과도 가중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제품이 중간재로 사용되어 완제품이 만들어 진다면, 이 중간재의 가격변동에 따라 파생적으로 완제품의 가격도 자동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파급효과를 고려하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식용유가격이 오르면 튀김가격도 자연히 인상되게 된다.
이처럼 다양한 가중치 요소를 도입하게 되면 더욱 정확한 체감가중치가 만들어지고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는 지수물가와 근접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현재 체감물가지수는 생활물가지수이다. 이 생활물가지수는 위의 구매빈도수 가중치를 고려한 방법이다. 자주 구입하는 142개 품목의 물가변동만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통계청이 계층별 체감물가를 파악해 발표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언급처럼, 저소득층의 생계비 변동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저소득층만의 독자적인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초생활수급자등 저소득층의 표준소비품목을 구성하여 그 변동을 측정하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물가지수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준엽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위원은 기준년도를 현재 5년에서 자주 변경하여 품목구성을 업데이트하고, 국내산과 과 수입품도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각각의 물가지수 발표도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이 연구위원은 “소비자의 높은 체감물가를 방치할 경우, 소비심리가 약화되면서 정부의 다양한 내수 활성화 대책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체감물가의 수준 및 추이를 계층별로 정확히 파악하고 체감물가를 낮추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