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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전세가격 폭등 ② ] 전월세 상한제의 도입으로 주거복지 실현

전세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저소득층에서  중산층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의 주거비 고통이 커져가고 있다.  

치솟는 전세가격을 감당 못하는 임차인들이  퇴거당하거나, 전세에서 주거비부담이 커지는 반전세로 내려앉고 있다. 게다가 주거비 폭등으로 임차인들은  필수품 이외 교통비, 교육비, 의류비, 오락문화비등을 줄여,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은 임차인을 지속적인 주거 불안정으로 내몰고 있다. 그 이유는 전세 제도의 불안정성에서 비롯된다. 

주택가격에 따라 기대투자수익률이 결정되면,  이 수익률에 근거해서  전세보증금이 결정된다. 그리고 이 전세보증금이 높아지면 주택 투자는 증가하고, 반면 매매가대비 전세가격이 하락하면 주택에 대한 투자가 위축된다. 이는 투자의 변동성을 야기하고 경기의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계기가 된다.  

임차인은 이러한 전세가격의 지속적인 변동으로 늘 주거의 불안에 놓이게 된다. 마음 편히 쉴 공간이 불안정하다 보니, 필수품 이외의  소비는 사치에 가깝다.   

그러므로 주거불안정의  해법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닌,  정부의 손길이다.  정부가 전세와 월세의  변동 폭에 제약을 가하여 전세의 내재적인 가격 변동성을 통제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최근 도입된  기업형 임대주택 제도인 ‘뉴 스테이’ 정책도 장기 거주와 보증금 상한제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4년 혹은 8년의 장기 임대에 연 5% 임대료 상한이 적용되는 임대료 상한제도이다. 

정부는 ‘뉴 스테이정책은  2년 단위로 과도한 보증금 증액, 비자발적 퇴거 위험에 노출되는 사적 임대와 달리, 기업형 임대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 가능하다’는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장기 임대와 전월세 상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임대료 규제는 시장논리에 반한다는 주장에 대항하여, 시장과 전세제도의  불안정성을 치유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 임대료 규제 시행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  

임대료 규제 시행을  위해서는 어떠한 제도가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전세상한제를 실행하기 위해 △계약 갱신 청구권  △ 비교임대료(임대차 등록제)  △ 임대료 분쟁 조정기구등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 계약 갱신청구권 

주거불안정 해소의 첫 단계는 계약갱신청구권의 보장이다. 임차인은 현재 2년 단위로 내쫒기는  위험에 노출되고 있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주거권 확보가 시급하다. 

독일의 경우는 계약기간은 원칙적으로 무기한이다. 단 임대인과 그의 가족이 이사 오거나 철거하는 경우에 기간을 한정하여 계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계약갱신청구권이 임차인에게 주어진다면 임대료인상 폭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그러므로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상한제는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는 제도이다. 


◆ 비교 임대료 

임대료 상한제가 도입되기 위해,   임대료 인상 폭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임대료 혹은 최대임대료 설정이 필요하다.  비교 임대료 정보가 전월세 계약 당시 제공되어야 한다. 

예컨대 기준임대료를 비교임대료로 규정하고 이 기준금액에서 임대료를 가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혹은  비교임대료를  최대임대료로 설정하고 이 상한금액 내에서 임대료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 외국사례 

독일의 경우 비교임대료는 기준임대료이다. 임대료는 기준임대료에서 20%이상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비교임대료는  매 2년 마다 임대인 및 임차인의 이익대표 또는 자치단체가 작성한 임대료비교표, 임대료 정보은행의 자료, 최소 3개의 유사주택에 대한 임대료 현황이다.(독일 민법전 제588조a 제2항) 

독일은 임대료 폭리에 대한 처벌도 강력하다. 임대인이 비교임대료를  20%이상 초과하여 요구하는 경우, 경제형법 제5조의 질서위반죄에 해당되어 최대 5천유로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현저하게 초과할 경우에는 형법 제291조 제1항 임대료 폭리 죄에 해당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진다. 

영국의 경우는 비교임대료로 공정임대료(fair rent)가 있다. 공정임대료는 최대임대료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임대인은 이 공정임대료 내에서 임대료를 결정하게 된다.   

임대인 혹은 임차인은 임대료사정관(rent officer)에게 주택에 대한 공정임대료산정을 신청할 수 있고, 이 사정관은 이 주택의 공정임대료를 감정평가청(Valuation Office Agency: VOA)에 등록하게 된다. 

프랑스의 경우는 국가통계경제연구원이 비교기준 임대료 지수를 분기별로 발표하고 있다. 이 비교임대료지수(IRL)의 가중치는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분 60%, 건축비지수 20%, 주택의 유지 수선관련 비용 지수 20%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의 기존 임대료 상한제 발의안 – 임대차 등록제의 필요  

이처럼 우리나라가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한다면 이 비교임대료를 산정하는 작업이 사실상 핵심이 된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임대료상한제  법안(박영선의원 발의안)의 하나는 ‘연간 5%의 보편적 임대료 상한’ 규정이다. 

이 법안은 기존의 임대료를 기준으로 상승폭을 규정하고 있고, 정확히 비교임대료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독일처럼 유사 규모· 시설 등에 따른 비교임대료가 없다는 맹점이 있다. 

또한 이 법안은  임대료의 상승폭을 일률적으로 5%로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체적인 상한은 경제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기 힘들어, 탄력적인 전월세 상한제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소비자물가지수, 이자 제한법상의 최고 이자율등을 감안하여 연 5~20%등의 탄력적인 상승폭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에서 의원발의로 나온 임대료 상한제를 보자. 

이 법안에 따르면 해당지역을 ‘주택임대차 관리 지역’ 또는 ‘주택 임대차 신고지역’으로 지정 고시한다. 

관리지역의 주택에는 영국의 공정임대료 성격의  ‘최고 가격’을 지정 고시하게 된다. 신고지역의 경우, 주택의 ‘권장가격’을 지정 고시한다. 임대인이 이 권장가격을 초과하여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는 경우, 임차인등은 시장군수 구청장에게 조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규임대차 계약의 경우는 독일의 유사 임대료 방식처럼 유사주택의  임대료를 기준으로 임대료의 상한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최고가격 성격의  공정임대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임대차 등록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임대인에게 임대료나 보증금의 등록의무를 부과하고, 시장· 군수· 구청장등 지방자치단체장이 등록사항을 기재하고 관리하게 된다. 

이처럼 임대차 등록제도는  비교임대료 산정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된다. 또한 임대차 등록은 빈틈없는 임대료 과세가 가능하게 되어, 재정의 확충에도 기여하게 된다.  


◆ 임대료 분쟁 조정기구 설립 

비교 임대료, 임대차등록제 등이 마련되었다면,  임차인과 임대인간의  임대료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임차인이 해당 공정임대료에 불만이 있을 경우, 계약일로부터 6월 이내에 임대료사정위원회(Rent Assessment Committee)에 임대료 재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



▣ 임대료 상한제 도입에 대한 우려 

△계약갱신권이 부여되면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간의 형평성 침해 가능성 존재? 

임대료규제가 시행되어 계약갱신권이 부여되면, 기존 임차인들은 임대료 상승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으나 신규 임차인들은 전셋집을 구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신규임차인들은 신혼부부가 상당수를 차지하게 된다. 이 경우는 민간임대주택의 공급이 아닌 공공임대주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년들의 만혼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므로, 국가가 신혼부부들의 주거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혼부부의 주거문제 해법은  정부가 이들에게  장기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또한 신규임차인들 중에는 분가하려는 가구등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는 유사임대료를 설정하여 이를 기준으로 임대료 상한을 결정하면 될 것이다. 


△ 제도 도입 전에  대거 전세가격 인상 

임대료상한제가 도입되면 임대인들이 제도 도입 전에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려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점이 제도 도입에 있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최근 기업형 임대주택도 최초 임대료 제한을 철폐하였다. 단 4년 혹은 8년 임대기간 동안 임대료 상승률을 연 5%로 제한하였다. 따라서 기업들이 임대료 상한제에  대응하여 최초임대료를  주변시세보다 크게 올릴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소급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이 부분을 정책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대두된다. 

특히 임대료 상한제는  단기간의 전세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함 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전세제도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단기에 다소간의 혼란이 발생하여도, 일단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장기적으로 주거복지 확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임대인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시킬  것이라는 우려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면 임대인들이 대거 전세를 월세로 돌릴 것이라는 우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급격한 월세화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보증금이나 전세금을 안고 주택을 구입한 경우에는 주택투자자들이 거액을 보증금을 돌려 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반전세 등의 계약은 증가할 가능성은 있으나, 전세에서 순수월세로 전환하는 속도는 더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적정임대료를 규정하고 임대인에게 전세임대인에 대한 세제상의 혜택등을 제공한다면 굳이 임대인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필요성은 줄어들게 된다. 


△ 임대료 상한제로 매매수요를 위축시킨다는 주장

임대료 상한제가 도입되면 전세가격이 안정되어 매매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저성장 저물가 현상의 타개의 해법으로 부동산 가격을 높여 자산 가치 상승을 꾀하는 정책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부의 효과로 소비와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대료 상한제는 단기간의 효과보다 장기를 내다보는 정책이다.  임차인의 현재 1, 2년간의 주거안정을 목표로 하지 않고 장기간의 주거안정을 도모하여, 궁극적으로 소비여력을 확보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주거비 경감으로 가처분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를 늘릴 수 있게 된다. 



▣ 임대인의 경제적 이익 보호 

임대인에 대한 징벌적 또는 과도한 희생을 담보로 임차인의 부담과 주거 불안증을 해결하고자 한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 규제는 약자인 임차인의 보호가 우선적인 목표이다. 하지만 임대인의 이익을 빼앗아 임차인에게 이전한다면 이는 사회형평성에 위배된다.  임차인의 이익뿐만 아니라 임대인의 이익도 고려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우선 주택임대수입의 일정액의 면세제도의 도입이다.  영국의 경우는 2010년 기준으로 주택임대수입이 연간 £4,250(약 700만원)이하일 경우 임대료에 과세를 하지 않는다. 

또 재산세의 일부를 면제 해 줄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임대료규제를 받는 주택의 임차인에 대해서 재산세의 일부를 감면해주고 있다. 


△간주임대료 부담완화 

현재 부부합산 3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이 보증금의 합계액이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간주임대료를 계산하고 있다. 

단 전용면적 85㎡이하로서 기준시가 3억원 이하인 소형주택은 2016년 12월31일까지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돼 간주임대료를 계산하지 않는다. 

간주임대료는 이중과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전세의 경우 월세수입을 포기하고 매매차익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구조이므로, 양도소득세가 과세되고 있는 마당에  간주임대료 과세는 실질적인 이중과세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임대인의 간주임대료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혹은 간주임대료산식에서 정기예금이자율을 낮추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임대료상한제가 실시된다면 간주임대료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개정세법이 나와야 할 것이다.  

독일은 최근  ‘임대차임 제동수단’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임대료 상승폭은  비교임대료의 20%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서 임차인 주거권을 한층 강화하여 ‘임대차임에 대한 합의는 3년간 동일지역에서 보편적인 임대차임의 10%를 상회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아, 임대차 법제를 개선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전세의 급격한 변동성을 완화하여 임차인의  주거복지를 실현하며,  주거비부담 감소를 통한  소비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주택 정책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