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화 강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외환시장이 본격적인 달러 강세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달러강세는 일반적으로 상대 통화의 절하를 유도하지만, 상대 통화의 상승압력이 달러상승 압력보다 크다면 그 통화가 소폭 절상될 수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강세로 대부분의 통화는 달러대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나, 원화는 소폭절상 될 것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자금이탈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다.
◆ 달러 강세 배경
달러강세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내년 중반으로 전망되고 있는 미국 금리인상이다.
엘지경제연구소의 최문박 선임연구원은 이는 미국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됨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한다. 1분기 미국의 경기위축이 단기적인 현상이었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개선된 경기지표가 발표됨에 따라 금리인상의 기대가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연준의 매파의 입장이 부각되어 달러 강세를 촉발한 것이다. 지난 7월 엘런 연준의장은 “노동 시장이 당초 전망보다 빠르게 개선될 경우 정책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매파적 시그널을 던졌다.
또한 유로존 및 일본의 추가 통화완화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일본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8월 잭슨 홀 미팅에서 필요할 경우 내년 중 추가 통화완화에 나설 수 있음을 밝혔다. 유럽중앙은행도 지난 9월 유로존 디플레 우려에 대한 대응으로 추가적인 자산 확대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앞으로 미국 금리인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어, 달러강세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본격적인 미국 금리인상은 미국과 기타국과의 예상되는 경제여건 차별화에서 기인한다. 전문가들은 2016년 까지 미국과 주요 선진국의 성장률 격차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존 및 일본등이 당분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원/달러?
원화가 달러에 대비해 어떠한 방향성을 보일지가 우리나라 경제에 초미의 관심이다.
△ 원화 절상
최근 원화 역시 다른 통화와 마찬가지로, 단기에는 약세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는 금융부분의 대외개방도가 높은 탓이다. 향후 자본유출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원화 약세압력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 이후 중기적인 관점에서, 원화는 평균적으로 강세흐름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최문박 선임연구원은 지적한다. 이러한 인식에는 우선 국내경기가 내년 이후에도 회복세를 이어 갈 것으로 보여 미국과의 동조화 가능성이 나타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금리인상으로 자금 유출될 우려가 있지만, 원화약세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실물측면의 원화강세 압력을 상쇄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원화는 달러대비 소폭 절상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제로 진행된다면 수출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게 된다. 또한 해외 매출의 원화 환산액이 줄어들게 된다.
△원화 절하
일각에서는 디레버리징이 가속화되면 경기침체로 자금이탈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0월2일 ~ 8일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이어져 우리나라 주식자금이 큰 폭의 순 유출을 기록하였다. 8억3600만 달러가 순 유출되어 우리나라는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 1위를 기록하였다. 대만이 3억2400만 달러로 순유출 2위를 나타내었다.
하지만 다행히 신흥국의 채권에는 소폭의 순 투자를 보였다. 채권의 이탈은 외화 고갈의 우려뿐만 아니라, 채권매도로 가격하락에 의한 이자율 상승을 초래하게 된다. 이는 기업의 자본비용 증가를 의미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 인상을 본격화 할 경우 채권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이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게다가 연말에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내외 금리차(자국금리-미국금리)가 좁혀지게 되고, 채권의 순유출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디레버리징이 가속화되면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수년간 은행의 기업에 대한 대출과 최근 부동산 경기 부양정책으로 인한 가계대출이 대폭 증가하여, 향후 디레버리징이 우리나라의 경기부진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신용축소로 우리나라의 경제에 중장기적 불안이 부각되면, 채권자금의 대규모 유출과 원의 약세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 급격한 경기부양보다 자본의 유출가능성에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원화절상 원화절하를 막론하고, 자본의 유출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시나리오의 공통점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자금이 유출된다는 것이다. 원화가 평균적으로 달러대비 소폭 절상되어도, 자본유출은 발생하고 원화 약세 압력은 발생하게 된다.
즉 원화약세가 경상수지흑자로 상쇄되어 원화상승을 초래하든, 디레버지로 경기침체를 가져와 원화약세를 더욱 부추기든, 자본유출은 촉발되는 것이다.
이는 미국금리가 빠르게 오를 경우 다른 신흥국에 비해 금리가 낮은 원화 채권의 투자매력이 먼저 감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불안이 확대될 경우 우리나라의 채권은 결국 위험자산으로 분류되어 자본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위기감을 인식하고 미국의 금리상승이 실제 발생하기 전에 구체적인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경환장관은 자본유입 유출의 급격한 변동성 방지를 위해, 은행의 과도한 단기 달러차입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를 시사하였다.
현재 국내은행은 선물환 포지션한도가 자기자본의 30%, 외국은행의 한국지점은 150%이다.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포지션에 은행이 선물환 매수포지션으로 대응하고, 다시 은행은 헤지를 위해 현물에 매도포지션을 취하여 이를 위한 단기외화차입이 증가하는 현 상태에서, 은행의 선물환 매수포지션의 한도 축소는 단기외화차입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 오게 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이미 들어와 있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외화차입증가를 막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존자금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토빈세를 고려할 수 있다. 토빈세는 금융상품의 외환거래에 일정 비율의 거래세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거래세는 환전할 때 부과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금리 인상 시에 외국인 자금의 이탈도 일부 막을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토빈세에 대해 조건부 금융거래세를 제안한다. 외화자금변동이 클 경우 한시적으로 부과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외국인의 자금 변동액이 ‘외국인 자금 순유입의 평균 + 1.5×표준편차’일 경우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자금 유출 가능성의 빌미를 사전에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만약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는 내외 금리 차의 축소를 의미하게 되어, 채권자금의 이탈을 이끌게 된다. 또한 가계 부채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하고, 향후 우리나라의 중장기 경제에 격심한 침체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게 된다. 이는 고스란히 자금이탈을 촉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