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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선샤인 온 리스>리뷰: 신선한 프롤로그, 담백한 전개, 화려한 피날레



영화의 시작은 긴장된 표정의 군인들이 전투지역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군가를 부르고 있다. 죽음의 공포를  떨쳐버리려는 듯 군가를 부르고 있다. “It could be tomorrow, or it coule be today/When the sky takes the soul/ the earth takes the clay.”

혹시 영화관을 잘 못 찾은 건 아닐까? 활기와 유머 넘치는 러브 로맨스 뮤지컬의 공식을  상상한 탓에, 이처럼 어둠과 두려움이 드리워진 전쟁영화의 장면과 로맨스뮤지컬의 사이에  쉽사리 연결핀을 놓지 못했다. 

하지만 이 프롤로그는  이 영화의 백미이며,  플롯의 전개를 암시하는 압축된 표현이다. 그래서 이 도입부는 낯설지만 신선하다. 


◆ 살아있는 생생한  러브스토리 

데이비와 알리는 아프가니스탄의 죽음의 전장에서 무사히 고향 에든버러로 돌아와 빛나고 활기찬 에든버러 거리를 걷는다. 알리는 데이비의 여동생 리즈와 결혼하여 안정된 관계를 맺고자 한다. 데이비는 간호사 리즈의 소개로 잉글랜드 출신 동료 이본과 사랑에 빠진다. 데이비의 부모는 25년의 결혼생활에도 여전히  서로를 믿고 사랑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들은 데이비의 부모의 25주년 파티에서 금이 가기 시작한다.  남편 로버트의  젊은 시절 불륜이 드러나, 노부부의 결혼생활은 위기에 처한다. 함께 같은 침대에서 아침에 눈을 뜨고자 했던 알리의 리즈에 대한 청혼은 리즈의 야심으로 수포로 돌아간다. 데이비와 이본의 관계도 데이비의 가족에 대한 애정과 충돌하며  삐걱거린다. 

일반적인 로맨스 뮤지컬에 등장하는 동화 속의 달콤한 사랑은 어느새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불타오르는 사랑은 돋보이는 사회적 성취를 위해 자리를 내어준다. 사랑과 믿음을 이야기하는 중에 배반을 저지른다. 

그 빛나는 사랑 내면에는 우울함과 어둠이 짙게 깔려있다. 넘치는 사랑도 실상 배반과 야심으로 쉽게 파괴된다는 현실을 잘 드러낸다. 

이처럼 영화의 도입부에  묘사된 전장에서의 긴장과 두려움은 바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아마도 우리네 사랑은 이러한 낭만적 동화적 사랑은 아니다.  배신과 야심이 사랑을 압도하는 일이 오히려  제대로의  본 모습일지 모른다.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목표를 포기하는 자기희생의 길을 걷는 러브스토리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날 것 그대로의 싱싱한 현실을 반영한다. 이러한 살아있는 사랑이야기가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올지 모른다. 


◆ 노래와 춤으로의 소통

굴곡이 있는 스토리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노래와 춤으로 보상받는다.   Proclaimers의 13개 곡을  이야기로 재현한 이 주크박스 뮤지컬은  노래와 춤으로 관객들의 감성에   행복과 환희를 가득 채운다. 
 
스코틀랜드 국립초상화미술관에서의 ‘Should Have Been Loved’, 발라드송 ‘Make My Heart Fly’등, 바에서의 ‘Let’s Get Married’등 흥겹고 사랑스런  노래와 춤은  관객들의 감동을 배가시키며,  가슴을 뜨겁게 적신다. 

피날레 곡인 ‘I’m Gonna be 500 Miles’ 에 맞춰 추는 플래시몸은 이 영화의 가장 화려한 볼거리이다.  장엄하고 역동적인  군무는 화합과 소통의 한 마당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 스코틀랜드의 독립

이 영화는 물론 정치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이 스코틀랜드 영화는 다음 달 스코틀랜드의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와 맞물려 정치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음 달 18일 스코틀랜드 거주 16세 이상 주민들이 참여하는 주민투표에서 투표자의 과반이 독립에 찬성하면 스코틀랜드는 분리 준비를 거쳐 2016년 3월 독립국가를 선언하게 된다.

이 영화는 스코틀랜드 출신 데이비와 잉글랜드 출신 이본과의 사랑과 갈등을 묘사하면서  은연중에 이 스코틀랜드의 독립에 관해서 이야기 한다.

영화에서는 런던으로 가기를  거부하던  데이비가 떠나는 이본을 에딘버러역에서 따라 잡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리고 데이비가  이본을 따라 잉글랜드로 가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며,  군중이  ‘I’m gonna be 500 miles’ 부르며 플래시몸을 펼친다. 

이처럼 영화는 간접적으로 스코틀랜드가 독립보다 United Kingdom에 잔류하기를  ‘I’m gonna be 500 miles’를 통해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잠에서 깰 때, 나는 당신 곁에서 잠을 깨는 남자가 되겠어요. 내가 외출할 때 나는 당신을 따라 가는 남자가 되겠어요.---나는 500마일을 걷고 또 500마일을 더 걸어 당신의 문 앞에서 쓰러지겠어요.”

 생생한 사랑의 모습과 감동적인 노래 그리고  환상적인 춤이 어우러지는 이 영화는 지나친 감성의 폭발에 호소하는  로맨틱 뮤지컬들과 결을 달리하고 있다. 기름기를 뺀  담백한 이 주크박스 뮤지컬은 <맘마미아>와는  또 다른 차원의 신선함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개봉 2014.09.03. 10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