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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기준금리 인하] 한국은행, 신뢰의 기로에 서서

오는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의  25bp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판단에 대한 주요 배경은 이주열총재의 제2기 최경환경제팀과의 정책공조이다.  

정부의  경기부양 41조+ α의 자금공급과 배당소득세율 하락등의 경기부양정책에  한은이 기준금리인하로 화답하여, 경기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경제주체들의 심리 개선으로 현재의 내수부진의 경제상황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기부양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 인하 근거 

한국은행은 물가전망을 종전 2.1%에서 1.9%로 내렸다. 하향조정 이유에 대해 “세월호 사고 영향 이후 소비 위축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단독으로 기준금리인하를 주장한 금통위 정해방위원은 “(세월호 참사등) 최근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현시점에서의 선제적인 경기대응이 필요하다고”라고 강조했다. 

이주열총재는 지난달 10일 기준금리 동결 후  “향후 성장경로는 하방 리스크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성장률 전망 하향은 세월호 이후 소비위축에 기인한다.”고 말하고,  “세월호 파급효과가 일반이 예상했던 것보다 크고 길게 갔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7월 경제심리지수(ESI : Economic Sentimetnt Index)는 92로 전월대비 2p하락하였다.  ESI는  4월 99, 5월은 97, 6월은 94를 기록하여, 연속 하락 추세이다. E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소비자심리지수(CSI)를 합성한 경제심리지수로, ESI가 100을 상회하면 민간의 경제심리가 과거평균보다 나은 수준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GDP갭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예상시점이 지난 전망에 비해   늦춰진 점도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마이너스 GDP갭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되고 있다. 


◆ 경기 순환적 요인 VS 구조적 요인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 할 정도의  급박한  경제 상황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리를 인하할 만큼 경기가 둔화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수가 침체되었지만 수출 호조이고 글로벌 경기도 회복세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총재도 경상수지 흑자에 대해선 “작년 수준 이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상수지가 GDP의 6%에 해당하는 수준이어서 통상기준에서 보면 높다”면서 “작년 3분기 이후 수입이 증가세이고 올해 2분기도 3%대의 증가세였다. 수입 증가가 낮은 것은 경기불황보다는 원자재가격 하락 때문”이다 라고 불황형 흑자라는 주장에 선을 그었다. 

또한 수출 호전이유에 대해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우리 제품의 비가격경쟁력이 높은데 따른 영향이 주된 요인”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현재의 경제상황이 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경기 순환적 요인으로 인한 것인지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실시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저물가 저성장과 같은 경제상황이 경기 순환적 요인의 영향으로 발생한다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 오지만, 가계부채등 구조적 요인의 결과라면 이는 부작용만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경제 상황하에서, 기준금리 하락으로 인한 전세가격 상승, 부동산 담보대출 증대등으로 가계부채가 증대하게 되면, 단기적 경기부양효과보다 중장기적으로 수습할 수 없는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에 대해 지난 달 금통위 본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올해 소비자물가지수 전망치인 1.9%를 포함하여  2년 반 동안의 1%대의 저 물가가 지속되는  요인으로 내수위축, 특히 인구구조의 변화, 가계부채의 증가, 부동산시장의 침체, 중산층의 감소, 소득양극화 심화 등에 따른 소비위축을 들 수 있다” 면서 현재의 경제상황을 구조적 요인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한 금통위원도  “지난 2년 동안 민간소비가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소비가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소비를 억제하는 구조적 요인은 저출산 등 인구구조 문제, 소득분배 문제, 소비의 핵심계층인 젊은층의 취업문제, 국민연금 등을 통한 강제저축, 가계 부채 문제 등”이라고 지적하였다. 

또 다른  위원은 세월호 사건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어 올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3.8%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럴 경우 통화당국의 경기부양은 과잉대응이 된다. 

이 위원은 미국의  자연재해에 대한 미 중앙은행의 대응을 언급하며 이러한 논거를 제시하였다. 그는 미국경제가 기상여건 악화 등 자연재해로  미 연준이 금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 전망치에 비해 하향조정(2.8∼3.0% → 2.1∼2.3%)하였으나 2015년 전망은 그대로 유지하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것은 미 연준이 이번 자연재해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일시적(temporary shock)이며 이에 따라 경제가 당초 성장경로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통화정책적 대응이 불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위원은 사람의 경험과 기억간의 차이를 지적하며, 세월호 사고에 대한 심리지표의 움직임이 실제 상황을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였다. 

즉 소비자심리지표의 하락은 소비심리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였음을 보여주고 있으나, 사람들은 실제상황에 비해 더 나쁜 기억을 토대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한편  한  금통위 위원은 가계부채 부실로 인한 복원력에도 우려를  제기하였다. 소득증가보다 더 빨리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충격이 발생하여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부동산의 추가 매각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다시 파급된다면 금융시스템이 감내할 만한 복원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현재 가계부채는 금융부문의 시스템리스크를 직접적으로 유발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은행수익률 약화와 비은행권 가계부채 등을 고려하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충격이 생각보다 클 수 있고, 거시경제의 복원력도 상당히 제약하는 수준에 근접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명하였다. 

또한 고소득층의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다.  소득이 높으므로 상환능력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고소득층은  높은 DTI로 그만큼 더 많은 주택담보대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원리금 상환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 설령 고소득층이더라도 주택을 계속 보유할 여력이 적어지게 되고 결국 주택매각과 이에 따른 주택가격의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기로에...

결국 이러한 금통위원들의 인식이 지난달과 동일하게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금리인하는 유보될 수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금리하락을 주장한 정해방금통위원처럼, 금통위위원들이 경기의 하방리스크 위험을  고집하게 된다면 기준금리 인하의 통화정책은 단행될 공산이 크다. 

경기순환적 요인보다 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현재의 경기침체에 무게를 두고 있는 다수의 전문가들은 섣부른 정부와의 정책공조로 한국은행의 신뢰성이 크게 손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럴 경우 한국은행의 독립성은 더욱 요원해지며 국민들의 지지를 획득하기는 더욱 힘들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