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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인사이드 르윈'리뷰] 세상이 내 노래를 들어주지 않아도...

 

If I had wings like Noah's dove
I'd fly the river to the one that I love
Fare thee well, my honey fare thee well

‘내가 노아의 비둘기처럼 날아갈 수 있다면
강 건너 내가 사랑하는 그에게 날아 갈 수 있을 텐데
잘있어요 내사랑, 잘있어요‘ (Fare thee well)

  

노아가 방주에서 날려 보낸 비둘기처럼 그는 훨훨 날아가 사랑하는 이에게 살포시 안길 수 없다. 세상은 강 저편에 있는 연인에게 다가가길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크가수 르윈이 그렇다. 그는  가스등카페에서 ‘Fare Thee Well’을 부른다. 르윈의 '님'은 세상의 멜로디와 융합하지 못하는  포크음악이다.  그는 그의 '님'을 붙들기엔  이제 지쳐버렸다. 살을 에는 찬바람이 코트 한벌조차 없는 그의 가슴을 후벼 판다.

 

그는 그의 영원한 ‘님’인 포크음악의 곁에 머물러야 할까? 아니면 이 노랫말처럼 포크음악과 작별을 고해야 할까?


 

# Inside Llewyn , 르윈의 내면에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음울하고 자조적인  포크 노래를  부르는 가수 르윈 데이비스. 세상은 그의 노랫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도  르윈은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자신이 노래에 누가 화음을 넣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그의 노래는 순수요 정갈함이다.

 

하지만 이제 그도 지쳤다.  도로로 튀어나온 고양이가 자신이 운전한 차에 치여  절룩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망신창이가 되어가는 자신을 돌아본다.

 

코트 한 벌 없이 재킷 한 겹으로 겨울 찬바람을 막아낸다,  신발 바닥이  갈라져 그 틈새로 물기가 스며들어 양말은 젖어 버린다. 하룻밤 몸을 누일 침대가 없어 이집 저집 기웃거리며 소파에 새우잠을 잔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걸까?

 

길가 옆에 영화포스터가 걸려있다. 영화제목은 ‘놀랄만한 여행 Incredible Journey’.  포스터의 주인공들은 고양이들이다. 그리고 ‘어떤 것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Nothing can stop them’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그의 ‘놀랄만하고 엄청난 이 여행’은  지속되어야 하는 것일까?

 

르윈은  노래부른다. 'Fare thee well'를 ...

 

 


 # 르윈에게 속삭이는 목소리.


르윈! 견딜만큼 견뎠어. 피를 흘리며 절룩이는 고양이가 바로 너라고~

 

따뜻하게 코트를 걸치라고.  그 코트가  없다면  넌 정말 얼어 죽을 수 있다고. 신발은 헤져 그러다가 발은 얼어버릴 수 있어.

 

순수와 꿈은 참 소중해. 하지만   절룩거리며 그렇게 살아내야 할까?

 

그러니 르윈. 이제 편하게 살아 봐,  땅을 보면서 말이야. 남들이 마차를 타고 서부를 가면 너도 가봐. 편승하란 말이야. 백조처럼 고고한 척하면서  남들을 속물이라 비아냥 대며 삐딱하게 살지마란 말야. 너만 백조야?

 

르윈! 땅을 보란 말이야. 고개 올려 하늘만  쳐다 보며 살다가, 뭐가 떨어지지? 너의 의식과  규칙은 쓸데없어. 하늘을 쳐다 본다고 힘을 얻고, 독수리 날개치며 올라갈 수 있을까? 다 거짓이고 허위야.

 

이제 따뜻하게 배를 채우면서, 소파를 침대 삼아 새우잠을 자는 대신 너의 침대에서 너의 집에서 안락의 삶을 살아봐. 이제 너도 재미있고 여유있게 살아보란 말이야.

 

어느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그 시덥잖은 노래 그만두란 말이야. 세상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란 말이야. 유쾌하고 흥겨운 노래 있잖아.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멋진 트리오를 구성하라고. 그리고 멋지게 화음을 넣으며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봐. 그럼 넌 금세 여유를 얻을 거야.

아니면 넌 항해사 자격증도 있잖아. 배를 타면 얼마나 좋아. 너도 제대로의 수입이 있을 테고 말이야.

 

여자를 임신시켜 놓고 부양능력이 없어, 애를 떼게 하는 한심하고 무능한 인간아. 이제 제대로 살아가면서 너의 아이를 키우며, 너의 여자와 너의 사랑스런 아이와 오순도손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흐뭇하지 않아?


 

# 르윈에게 속삭이는  또다른 목소리

 

'Fare thee well'을 부른 후,  르윈은  한 신사가  그를   밖에서 보자는 전갈을  받는다. 그가 어둑한 골목으로 나오자  정장을 한 그 신사는   다짜고짜 르윈을  구타한다. 그 신사는  흠씬 르윈을 두들겨 팬다,

 

그리고 떠나면서 말한다. “내 아내는 노래를 위해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