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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Love actually ] 가치의 역설, 소비자 선택,관계경제학으로 바라본 러브 액츄얼리

 

 

다니엘 (아버지) : 너를 힘들게 하는게 뭐지?

샘(초등학생 아들) : 사랑에 빠졌어요.

다니엘 : 사랑 때문에 그러니?

샘 : 사랑만큼 힘이 드는게 어디 있나요 ? (worse than the total agony of being in love.사랑보다 더 큰 고통이 있나요? )

 

샘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가장 힘들고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샘에겐 세상에서   사랑의 가슴앓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아 어쩌란 말이냐 그 아픈 가슴을...

 

인연과 사랑의 여러 상황들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멜로의 고전이라 불리워지는 옴니버스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한 에피소드의 일부이다.
 
이외 사랑이라는 주제하에   가장 친한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마크의 고백, 아내의 존재를 무시하고  아리따운 젊은 부하직원의 유혹으로  마음이 흔들리는 해리의 일탈, 은퇴기에 접어든  록가수 빌리와 그의 매니저와의 우정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웃음과 아픔, 설렘과 배신, 우정과 이별로 그려지고 있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Love is all around.)’라는 명제 하에 구체적인 관계의 모습들이  실증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에피소드들의 관계가  미시경제학 속에서 어떻게 이해 될 수 있을까? 사랑에 경제이론의 메스를 들이댐으로서 그 낭만과 순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지만, 좀 더 생산적인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이 작업도 유의미하다 할 수 있겠다. 


 

#“당신은 나까지 바보로 만들었어. 내 인생을 헛되게 만들었어”

 

캐런과 해리는 누구나 선망하는 부부상이다. 캐런의 오빠는 영국의 수상이고, 해리는 기업의 대표이다. 사회적 지위와 부를 모두 지니고 있는 이 부부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금실 좋은  두 사람 사이에 미아라는 매력적인 젊은 여자가  틈을 벌려 놓는다. 

 

속절없이 그 팜므파탈에 마음이 동한  해리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유혹녀 미아에게는 목걸이를 , 조강지처 아내 캐런에게는 달랑 사진첩 하나를   선물하는 배신 행위를 저지른다. 해리의 마음이 딴 여자에게 가 있음을 안 캐런은 “당신은 나까지 바보로 만들었어”라고 부부의 연을 정리하고자 한다.
 부부의 한쪽이 이런 불륜을 저지르는 배신 행위를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애덤스미스는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모든 상품의 가치를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물은 사용가치가 큼에도 불구하고 교환가치는 작은반면에, 다이아몬드는 사용가치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교환가치가 큰 것을 지적하였다. 그는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라고 고민하였다.

 

사용가치는 총효용이고 교환가치는 상대가격이다. 즉 x재의 교환가치는 시장에서 x재 한단위와 교환되는 다른 재화의 수량이다.

 

이 의문에 대해 한계효용학파는 상품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총효용이아니라 마지막단계의 한계효용이라고 주장하였다. 재화 한 단위를 추가로 소비하여 증가하는  한계효용은  존재량이 많을수록 작고 소비량이 많아질수록 작아진다.

 

존재량이 풍부한 물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소비하고,  다이아몬드의 부존량은 물에 비하여 극히 작다. 일반인의 다이아몬드 소비량은 적다. 그러므로 다이아몬드 소비를 1캐럿증가 시킬 때의 한계효용은 아주 높게 되고, 물은결국 부존량이 많고 소비량이 많아 마지막 단계의 한계효용이 낮게 된다. 결국 물의 교환가치는 낮고 다이어몬드이 교환가치는 높게된다.

 

오래 동안 부부생활을 한 사람이 젊고 매력적인 여자를 만났다. 이 애인과의 데이트의 만족도는 자신의 배우자와의 그것에 비해 큰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 까닭은 위의 가치의 역설로 설명할 수 있다.

 

배우자와의 데이트는 오래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소비량이 많아 한계효용은 높지않다. 하지만 새로 만난 애인과의 데이트는 위의 다이아몬드와 같이 소비량이 적기 때문에 한계효용은 크게 된다. 이런 연유로 오랜 결혼생활을 해온 남편들이 종종 새로운 유혹에 곧잘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배우자와 애인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배우자의 죽음이 더 가슴 아프다고 한다. 이는 배우자와는 효용의 누적, 총효용이라는 정이 쌓여 있고, 애인은 누적된 총효용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므로 그 죽음으로 그 총효용의 상실을 경험하게 됨으로서 그 아내와의 사별의  슬픔은 그렇게 고통스러운 것이다.


 

# "To me, you are perfect. My wasted heart will love you."

 

 

 

 

마크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 피터의 아내 줄리엣을 안타깝게 그리워한다. 피터와 줄리엣의 결혼식 영상을 찍은 마크는  줄리엣의 얼굴만 나오도록 한다. 사랑하는 줄리엣의 모습만 보기위한 편집이었다.

 

마크는  지금은 사랑의 침묵의 고백도구로 널리 사용되는 ‘스케치북’을 한 장씩 넘기면서 그의 절절한 쥴리엣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To me, you are perfect. My wasted heart will love you.(내 마음이 아파도 너를 계속 사랑 할거야)" 그것도 피터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 와중에 그 현관 앞에서 말이다.  도대체 이런 마크의 행동이 상식적으로 온당한 걸까?

 

x재화와 y재화가 있는 시장에서의 소비자 선택이론은 한계효용의 비율(MUx/MUy)과 상대가격(Px/Py)이 일치할 때  균형이 성립된다고 한다.  즉 주관적 교환비율과 객관적교환비율이 일치할 때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이를테면 x재 사과의 만족도가 10(MUx=10)이고  y재 배의 만족도가 1(MUy=1)이면, 사과 하나를 얻기 위해 배 열개를 제공해 주어야한다.사과의 가치를 배의 개수로 표현하면 배10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배의 가격 Py는 1인데, 사과의 가격 Px는 무한대이다. 결국 사과 1개를 얻기 위해서는 배를 무한대로 공급해야한다,  그러므로 사과의 주관적 가치는 배열개의 가치이나 시장에서 요구하는 사과의 가격은 무한대이다. 그러므로    (MUx /MUy) <  (Px/Py)이므로 균형이 성립되지 않는다.

 

마크의 쥴리엣에 대한 사랑은 위와 같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쥴리엣에게 바칠 만큼 쥴리엣이 소중하다. 그만큼 주관적 교환비율이 높다. 그러나 쥴리엣의 객관적 교환비율은 거의 무한대이다. 쥴리엣에 대한 재산권이 친구 피터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MUx/MUy)<  (Px/Py) 이므로 균형이 성립되지 않게 된다.

 

 

이러니 마크의 심정과 행동이 조금이나마 헤아려진다. 쥴리엣에 대한 주관적 교환비율은 극도로 높으나, 쥴리엣의 객관적교환비율은 이 보다 더 높은 무한대라는 괴리감 앞에 좌절하게 된다. 그 좌절의 표출이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스케치북 고백’ 사건인 것이다. 


 

 

# “사랑만큼 힘이 더 드는게 어디 있나요?”

 

초등학생 샘은 세상의 모든 슬픔이 자신에게 쏟아져 오고 있다고 느낀다. 누구를 짝사랑하는  샘에게는 이는 agony, 고뇌요 고통이다. 샘은 이 가슴앓이를 어떻게 해결할까?

 

이의 해법은 신뢰에 바탕을 두는 공감-동의의 관계경제학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관계경제학은 시장의 가치교환에 반기를 든다. 모든경제현상은 가격으로 계산이 가능하다는 사고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대표적 관계교환은 신뢰의 교환이다.

 

신뢰교환의 사례는 스타벅스 커피이다. 스타벅스매장에서 한잔에 5000원을 주고 커피를 사마신다. 하지만 같은 질의 커피를 길거리 노점에서 2000원에 판다면  선뜻 구입할 수 있을까? 답은 아마도 no 일 것이다. 그 까닭은 그 노점의 커피에 대한 신뢰가 쌓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비슷한 사례가 삼성전자 핸드폰이다. 갤럭시는 타사의 제품보다 고가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명성가격이 덧붙여진 결과이지만, 제품의 신뢰의 가치가 부가된 것이다. 그러므로 고가임에도 제품의 신뢰의 가치를 믿고 소비자는 갤럭시를 구입하게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신뢰, 공감-동의를 구축하는 교환거래를 활성화 할 수 있을까? 이 에피소드에서 샘은 어떻게 여자친구의 관심을 모으고,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샘은 여자친구가 보컬로 활약하는  밴드의 일원이 되고자, 드럼연습에 몰두한다. 신뢰교환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샘은 일찍이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샘은 피나는 노력으로  당당히 그 밴드의 드러머가 되고, 여자친구의 신뢰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신뢰 교환의 대가가 그녀로부터의 달콤한 키스였다. 

 

샘의 교환은 시장가치의 근거한  효용과 비용의 비교라는 최적화의 소비자결정이론대신, 관계교환의 갈망을 우선 품고,  신뢰, 동의-수긍에 기초한 관계가 이루어지도록 그 과정를 밟아나간다. 이를 통해 신뢰에 의한 관계를 형성한다.그 결과 합리적으로 분업의 형태가 이루어지게된다.

 

러브액츄얼리는 다양한 질감을 가지는 사랑을 만나 볼 수 있다. 안타까운사랑이 있는가 하면(칼과 사라의 관계), 권력있는  계급의 힘으로  일방적으로 사랑의 시혜를 베푸는 듯한 모습이 전개되는 사랑이 있고 (수상과 식품담당비서와의 관계), 또한 상대의 가장 소중한 것을 이해하고 몸을 던져 이를 지켜주고자 하는 사랑스러운 관계도 있다.(작가와 가정부) 그리고 서로에게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經路의존성에 의한 신뢰의 관계가 형성된 경우도 있다. (록가수와 매니저)

 

이 모든 관계들은 다가가는 과정과 루트는 다르지만 목적은 동일하다.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다. 그 획득과정의 불합리함이 이곳저곳에 엿보이지만, 그들은 지금 순간에도 새로운 형태로 사랑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최고의 정점은 관계를 교환하는 것이다. 관계의 신뢰를 쌓아, 모든 신뢰의 누적이 결국은 세상의 가장 큰 상실이 될 정도로 사랑을 쌓아 두는 것이 우리가 이 세상에서 일구어야 할 일인 것이다. 

 

Love  actually is all around. And Love actually is trust-buil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