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선 국회의 자율권 논쟁이 뜨겁습니다. 국회는 의사나 내부규율 제정에 자율권을 보장받고 있다고 주장과 이러한 자율권은 제한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자율권 논쟁은 사법적극주의와 소극주의의 대립을 의미합니다.
◆정치영역자율우선의 원칙(priority of political territory autonomy principle)과 사법 소극주의
우리 헌법은 제64조에서 국회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즉 제 64조 제1항에서 ‘국회는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의사와 내부규율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국회의 자율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국회의 자율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에 폭 넓은 자율권을 가지므로 국회의 의사절차나 입법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그 국회의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이나 국회의 위상과 기능에 비추어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 자율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국회의 판단에 대하여 다른 국가기관이 개입하여 그 정당성을 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헌법재판소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헌재결 1997.7.16.,96헌라2)
이는 사법부가 합헌성 추정의 원칙과 권력분립주의 원리를 존중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동훈)
합헌성 추정의 원칙은 사법부가 한정해석을 내릴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합헌성에 의심이 될 만한 적용이 사실상 구체적으로 제기되지 아니한다면, 법해석에서 법규의 자구나 문장의 뜻을 엄격히 제한하여 해석하는 한정해석을 내릴 수 있다는 겁니다.
권력분립주의 원리는 특정 국가기관이 다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다른 국가기관의 영역에 함부로 권한과 기능을 유월하여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원리를 사법부에 적용해 볼 때, 사법부는 사법판단 이전에 ‘보충성의 원리’(subsidiarity principle)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규율하고 있는 규범이 존재하지 않아 규범적 근거가 적용되는 것이 모호할 때, 사법부의 정치개입은 자제되어야 하고 ‘정치영역 자율우선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법부가 합법성 추정의 원칙과 권력분립의 원칙을 지지한다면, 사법부는 사법소극주의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사법소극주의는 ‘입법부나 행정부의 결정에 개입하고 반대하기보다 사법부 자제의 원칙하에 다른 기관들의 의사나 결정을 존중하고 이에 동조하는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의 경향’을 지칭합니다.
이처럼 우리 헌법과 헌재판결은 사법소극주의, 사법자제의 원칙에 따라 국회자율권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 국회자율권의 제한, 사법적극주의
사법부는 원칙적으로 사법자제의 원칙을 지지하지만, 예외적으로 국회의 자율권 행사에 사법심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기도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 입법기관으로 국회의 지위, 기능에 비추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한편 법치주의의 원리상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기속을 받는 것이므로 국회의 자율권도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어야 하고 따라서 국회의 의사절차나 입법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는 경우에도 국회가 자율권을 가진다고는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제한적 심사를 긍정하고 있습니다. (헌재결 1997.4.16., 96헌라2)
일부 학자들도 “국회의 자율권은 헌법 및 법률에의 기속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이 한계를 일탈한 경우 헌법재판소등에 의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라는 사법심사의 긍정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입법절차나 의사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을 하고 있습니다.
사법심사의 긍정설은 사법부가 사법적극주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법적극주의는 ‘입법부나 행정부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판단하려는 사법철학’을 의미합니다.
◆ 사법적극주의가 지지되는 요건, 기본권 침해
사법부는 원칙적으로 국회자율을 존중하나 예외적으로 입법절차나 의사절차가 법률과 헌법의 기속의 한계를 일탈하였을 경우 자율권 행사에 사법심사가 가능합니다.
이에 덧붙여 사법적극주의가 허용되는 요건은 기본권 침해입니다. 심사내용이 국민의 기본권제한과 관련이 있는 경우 사법부는 적극적으로 입법부와 행정부의 행위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겁니다.
①헌법 제10조와 행복추구권
기본권의 개념은 헌법 제10조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10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인권이란 “인간 자신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전제되는 기본적 권리”를 말합니다.
이러한 인권은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가 존재해야 인간에게 기본적 인권이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이 실현되기 위해선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포함한 개인적 행복추구권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②법치국가
인간의 존엄이 실현되기 위해선 행복추구가 가능한 사회와 국가가 존재해야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이 보장되는 행복추구가 가능한 국가는 법치국가를 의미합니다.(허일태)
법치국가원칙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충분히 실현될 수 있도록 행동규범이 마련되는 원칙을 말합니다.
이는 권력남용의 위험성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해 제도적으로 방지되고, 국가의 작용이 예측가능하고 객관적인 절차적 요건에 따라 행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법치국가원리란 권력자에 의한 자의적 결정을 거부하고 예측가능성을 가진 법에 의해 공동체의 기본적인 질서가 형성되는 원리를 말합니다.
결국 이러한 법치국가원리의 성립이 인간의 행복추구권의 전제가 되는 것입니다.
③국회의 자율권 vs 사법적극주의
이러한 맥락에서, 사법적극주의는 지지를 받습니다.
사법적극주의는 ‘행정부나 입법부의 의사나 결정에 곧잘 반대를 제기하여 두 부에 의한 권력의 남용을 적극적으로 견제’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사법적극주의는 합리적이고 예견가능성을 가진 질서를 형성하여 법치주의를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옹호되고 있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사법심사에서 이중기준의 원리가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즉 사법부는 경제정책이나 사회복지처럼 국민의 인권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분야의 법률을 심사하는 경우에는 그 심사기준을 완화하여 입법권자의 의사를 존중합니다.
반면 인권과 기본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법률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위헌판단을 손쉽게 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국회의 자율권보다 사법적극주의의 입장을 우선시한다는 겁니다.
<참고문헌>
이동훈, “헌법 제64조 제4항의 해석과 헌법재판”
허일태,“인간존엄과 법치국가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