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대전의 로봇 사업자인 ㈜로봇은 영국에 거주하는 Bill에게 식당서빙용 로봇을 팔았다.
#2. 독일에 본점을 두고 있는 독일 카메라 회사가 한국 거주자인 김씨에게 카메라 렌즈를 판매하였다.
앞의 수출·수입 거래에서 부가가치세는 어떻게 징수 납부될까?
◆ 법인세의 과세범위 vs 부가가치세의 과세범위
법인세법의 과세 범위에 대해, 내국법인(본점이 한국에 있는 법인)은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예컨대 ㈜로봇의 영국법인이 영국에 사는 영국인에게 로봇을 판매했다면, ㈜로봇은 영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한국의 국세청에 납부해야 한다. 물론 ㈜로봇이 영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영국과세당국에 납부하면, 국세청은 이중과세조정을 위해 영국에 낸 외국납부세액을 공제해 준다.
반면 본점을 영국에 두고 있는 영국 회사의 한국법인은 한국에서 벌어들인 소득만을 한국의 국세청에 납부하면 된다.
이처럼 내국법인과 외국법인에 따라 법인세의 과세범위가 달라진다.
법인세의 과세범위와 달리, 부가가치세법의 경우 과세범위가 장소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예컨대 ㈜로봇의 영국법인이 영국에서 생산한 로봇을 영국인에게 판매하여도 ㈜로봇은 부가가치세를 한국의 국세청에 납부할 의무가 없다. 로봇의 공급 장소가 영국이기 때문이다.
결국 법인세의 과세범위는 본점이 어느 나라에 있는 가에 따라 달라지지만, 부가가치세의 과세범위는 장소기준(공급장소)이라는 단일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
◆수출 재화에 대한 부가가가치세
그런데 내국법인이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영국에 판매한다면, 부가가치세의 징수 납부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즉 수출재화의 경우, 부가가치세를 어떻게 과세해야 할까?
간단한 방법은 생산지국 과세 원칙(origin principle)이다. 내국법인이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였다면, 공급자인 내국법인이 수출 시점에 생산한 만큼 한국 부가가치세를 징수하여 한국국세청에 납부하는 것이다. 이 방식이 효율적 과세방식으로 보일 수 있다.
또 다른 과세 방식이 소비지국 과세원칙(destination principle)이다. 이는 수입국이 소비금액에 그 나라의 세율을 붙여 부가가치세를 징수하는 것이다. 이는 생산이 아닌 소비에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몇 단계의 ‘국경세 조정’(border tax adjustment)이 필요하다.
수출을 위해 생산지국 과세방식에 따라 한국의 부가가치세가 제품에 붙어 있는데, 소비지국에서 과세하기 위해선 생산지국에서 과세된 부가가치세가 환급되어야 한다.
예컨대 ㈜로봇이 한국에서 생산한 로봇을 영국에 수출할 경우, 로봇에 붙어 있는 한국 부가가치세가 제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매출에 0%의 세율이 부과된다. 이렇게 되면, 납부세액은 (-)이 된다. 매입세액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국세청은 ㈜로봇이 부담했던 매입세액을 수출되는 순간 다 돌려준다. 결국 ㈜로봇이 생산한 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국고수입은 0이 된다.
그리고 로봇이 영국에 도착하면, 영국의 과세당국은 수입한 로봇에 영국의 부가가치세율을 붙여 수입자에게 납부하도록 한다.
이처럼 소비지국과세원칙은 소비국에서 과세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즉 원산지국이 재화를 수출할 때 과세당국은 매출에 0%를 부과하고, 매입세액을 환급해 준다. 그리고 수입국은 수입한 재화에 대해 내국물품과 동일한 부가가치세율을 붙여 과세한다.
이 방식은 부가가치세의 기본원리인 소비에 과세한다는 원칙과 조응된다.
◆ 수입재화에 대한 부가가치세
수입재화에 대한 부가가치세 징수 납부와 관련하여, 핵심은 징수자는 누구이고 납세의무자는 누구인가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부가가치세법은 재화를 수입하는 자가 납세의무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부가가치세법 제3조)
부가가치세는 일반적으로 사업자인 공급자가 공급받는 자로부터 세금을 징수하여 국세청에 납부하게 된다. 징수 납세의무자는 공급자인 것이다.
그런데 수입재화의 경우, 징수 납세의무자는 외국공급자가 아니다.
앞의 사례를 든다면, 독일의 카메라 회사는 독일의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김 씨에게 징수하여 독일 과세당국에게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 이는 생산지국 과세원칙이다.
그렇다고 소비지국 과세 원칙에 따라, 독일 회사가 한국의 부가가치세법에 근거해서 김씨에게 징수하여 한국의 국세청에게 납부할 수도 없다.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간단한 방법은 수입재화가 관세선을 넘어올 때 과세하는 것이다. 즉 통관하는 과정에서 세관장이 관세와 함께 부가가치세를 징수하고 수입자가 납부하면, 수입재화의 징수납부는 쉽게 이루어진다.
이처럼 수입재화와 관련한 부가가치세는 세관장이 외국공급자 대신 세금을 징수하고, 수입자가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절차를 거친다.
수입재화의 과세와 관련하여 주의할 점은 납세의무자의 범위이다.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자는 사업자이다. 하지만 수입재화의 경우, 사업자든 최종소비자든 무관하게 수입자는 모두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진다.
사실 사업자인 수입업자는 납세의무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매입세액 공제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종소비자의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은 외국재화를 수입한 국내 소비자가 수입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과세당국에 자진 납부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입재화의 납세의무자는 모든 수입자이다.
◆ 소비지국 과세원칙의 장점
수입재화의 소비지국 과세원칙에 따른 국경세조정은 생산지국방식에 비해 절차가 복잡하다. 한마디로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소비지국 과세원칙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국내산업의 보호를 위한 것, 즉 대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이 미국에 제품을 수출한다고 가정할 때, 한국회사의 수출품이 미국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수출하는 물건에 대해 자국 세금부담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수출품에 미국세율이 붙게 되면, 수출품은 미국제품과 동등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수입하는 재화에 대해선 한국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수입재화에 한국세율보다 낮은 세율이 붙어 한국제품이 경쟁력을 잃을 우려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