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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설득 수사학 ] 대통령 취임사의 바람직한 설득 수사 전략은?




오는 10일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의 핵심은 취임사입니다.
   
대통령의 취임사가 중요하게 인식되는 이유는 대통령 취임사가 대통령의 책무행위가 중심이 되는 책무텍스트이기 때문입니다. 이 텍스트를 통해, 국민은 취임하는 대통령이 무엇을 위해서 행위 하는 것(비전)인지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정책과제)에 대한 해답을 발견 할 수 있어서입니다. 

그런데 대통령 취임사에 나타나는 설득수사방식을 통해서 대통령의 의지와 정책 접근 방식등을 가늠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는 바람직한 대통령의 설득 방식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 설득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하는 능력으로서의 수사학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로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를 제시합니다. 에토스는 연사의 의지와 인품을, 파토스는 청중의 정서, 로고스는 메시지와 논거를 말합니다. 

에토스 전략에는 주어로 대통령이 자주 사용되고, 동사에 결합되는 어미 형태로 ‘겠습니다’ ‘되겠습니다’가 사용됩니다.  이를 테면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문재인 대통령취임사)등이 에토스 방식입니다. 이러한 표현들은 화자인 대통령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파토스 전략에는 주어로 ‘국민’이, 어미 형태로 ‘어야 합니다’가 자주 나타납니다. 예컨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합니다.”(노무현 대통령 취임사)등이 파토스 방식입니다. 이는 청중이 느끼는 심리상태를 강조한 표현입니다. 

로고스 전략에는 문장의 종결 어미로 ‘-입니다’의 형태가 쓰입니다. 추론하고 사유하는 능력이 강조되어, “한· 중· 일 3국에만 유럽연합의 네 배가 넘는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노 취임사)등의 사례가 발견됩니다. 


◆에토스 전략의 강조 :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에토스 전략이 높은 취임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입니다.  

예컨대 문대통령의 취임사에는 ‘대통령’의 어휘가 다른 대통령의 취임사와 비교하여 압도적인 빈도로 사용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총5회,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총4회 쓰인 것에 비해, 노의 취임사에는 ‘대통령’이 총34회 나타납니다. 

또한 의지를 나타내는 어미 ‘겠습니다’도 문의 취임사에 자주 등장합니다. 예컨대 ‘겠습니다’가 동사 ‘만들다’와 결합하여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되어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등의 사례가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문의 취임사에는 대통령의 바람직한 모습 또는 권력에 대한 의지를 뜻하는 ‘되겠습니다’가 자주 등장합니다.  

‘되겠습니다’는 동사 ‘되다’와 어미 ‘겠습니다’를  결합한 것으로,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등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되겠습니다’는 김의 취임사에는 전체 170문장 중 1문장 사용되어 전체문장의 0.59%의 비율을, 노의 취임사에는 전체 143 문장 중 19문장에서 사용되어 13.2%의 비율을 보였습니다. 문의 취임사에는 전체 108문장 가운데 13문장에서 사용되어 12%의 비율을 나타냈습니다. 


◆파토스 방식의 강조 :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사

취임사에서 파토스 수사 유형을 강조한 대통령은 노무현대통령입니다.  

노의 취임사에서 ‘-어야 합니다’문장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정직하고 성실한 대다수 국민이 보람을 느끼게 해드려야 합니다.”등의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노의 취임사에선 파토스 유형이 전체 문장 중 66.4%를 차지하였고, 에토스는 22.4%에 머물렀습니다. 반면 문의 취임사에선 파토스 유형이 25%, 에토스가 68.5%의 비율을 보였습니다.  

설득수사학에서 파토스는 메시지 전후로 확인되는 ‘청중의 마음 상태나 심리적 경향, 정서’를 말합니다. 

결국 파토스 전략을 강조하는 화자로서의 대통령은 국민의 정서적 감정적 표현을 대변하거나 국민의 정서와 동일시하고자 합니다. 


◆ 리더의 바람직한  설득방식

취임사에서 에토스적 수사가 화자인 대통령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면, 파토스적 방식은 청자인 국민과의 공감을 중시합니다. 

그런데 취임사에 등장하는 에토스 설득 방식은 리더의 정치철학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리더의 성향을 이익 지향적 리더와 가치 지향적 리더로 구분한다면, 문대통령은 후자에 가깝다고 평가됩니다. 

가치지향의 리더십은 흔히 역사의식의 리더십으로 불립니다. 예컨대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겠다.’는 등의 의식이 그것입니다. 

가치지향의 리더십은 변화를 위해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가치라는 충격이 바위같이 공고한 기존 질서를 깨뜨리고, 그 틈새가 시행착오를 거쳐 균형점에 이르는데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문대통령은 부패·기득권세력이라는 주류세력 교체를 내걸고  새로운 주류가 이끄는 역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적폐청산· 검찰개혁·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는 임금주도 성장· 임대차3법 입법등을 추진하였습니다. 

정치영역에선 기득권 세력의 힘을 해체시키는 검찰 개혁을 단행하였습니다. 

경제 분야에선 신고전학파의 관점인 주류경제학 대신 비주류경제학인 포스트 케인지안과 칼레츠키안 성장모델에 기대어 임금주도성장을 추진하였습니다. 

이처럼 문대통령의 개혁은 권력이 과도하게 편향된 기존 권력 질서를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습니다.  

반면 가치지향의 정치철학은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기도 합니다.  

가치지향을 역사관으로 이해할 때, 어떠한 역사를 만들 것인가는  사람의 세계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관과 역사관의 차이는 결국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경계를 설정하도록 하여, 공동체 내에서의 갈등과 대결을 초래합니다. 심지어 우리 아닌 그들은 경쟁대상이 아닌 절멸의 대상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또한 가치지향적 개혁은 카오스적인 상황을 빚기도 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감소,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세가격 폭등등이 그 예입니다. 

게다가 검수완박 법제화가 기득권세력이었던 검찰의 힘을 약화시키면서 오히려 진보 정치인들의 안위를 도모하고, 약자인 피해자들의 인권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점등도 또 다른 혼란의 실례입니다. 

이러한 카오스 현상의 발생은 실증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제약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의지와 가설을 바로 현장에 적용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에토스 방식의 장단점을 고려해 볼 때, 정치리더의 설득방식은 파토스방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파토스방식이 뜻하듯이, 화자의 의지의 실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청자인 국민의 심리상태를 이해하고, 그 감정과 동일시하는 것이 최고 리더가 추구해야 할 통치방식일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파토스 방식이 새로운 성장과 안정을 위한 또 다른 균형점을 찾는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이러한 파토스전략이 적극 사용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문헌>
김병홍, “대통령 취임사의 언어특성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