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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 시시포스의 절망 ] 민주당의 검찰개혁과 시시포스의 바위굴리기

-시시포스의 바위 굴리기, 승리아닌 절망이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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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신화의 인물인 시시포스(Sisyphus)는 알베르 카뮈의 영향 탓인지 인간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와 달리, 시시포스는 신의 섭리에 순종하지 않는 인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시시포스는 신들을 기만한 죄로 큰 바위를 가파른 언덕의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게 됩니다. 온 힘을 다해 바위를 정상에 올려놓는 순간 바위는  아래로 굴러 떨어집니다. 그러자 그는 아래로 내려와 처음부터 다시 바위를 정상으로 올립니다. 그리고 이 노동은  영원히  반복됩니다.  

카뮈가 보기엔, 그의 무한 반복의 노동은 형벌이 아닌 인간승리입니다. 이는  변화 불가능해 보이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반항이며, 절망을 뛰어넘고자 하는 인간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카뮈는 외칩니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하지만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지점을 향해 나아가는 무한의 노동은 인간의 영웅적 도전이라기보다  무의미한 저항으로 읽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바위를 정상에 안착시키기 위한 힘은 섭리와 순리인데, 인간의 불굴의 의지로 운명과 맞서는 것은 결국 무한의 형벌로 귀결된다는 겁니다. 

이처럼 시시포스의 무한 반복의 바위 굴리기가 진보를 향한 숙명이라기보다  이상향을 향한 운동을 가로막는 어리석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시시포스와 민주당

시시포스의 무한 저항은 현실세계에서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그 실례가  진보정당으로 평가되는 민주당의 개혁입법 과정의 모습들입니다.

민주당은 1단계 검찰개혁을 거쳐 검수완박의 검찰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검수완박 관련 법안이 법제화 된 후, 차별금지법안, 언론개혁관련법안이 줄줄이 법제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주당의 모습들은 바위를 정상으로 무한히 올리지 않으면 자신의  가치가 상실된다는 카뮈의 시시포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 운동에는 쉼과 여유를 찾기가 힘듭니다. 바위가 굴러 떨어질 때, 무작정 다시 올리는 ‘반항’만이 존재의 의미가 됩니다. 운동의 순리와 섭리는 이상향을 향한 운동에 악으로 간주되는 겁니다. 


◆ 피의자 중심주의 vs 피해자중심주의 

운동이 순리를 거스를 때 불거지는 문제는 사고의 편향성에 대한 우려 입니다. 운동의 목표가 일방의 목적으로 절대화되어, 타방의 가치가 무력화 될 수 있어서입니다.  

민주당의 검찰개혁과정도 이 같은 운동에 대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형사사법체계의 중요 법원칙의 하나는 억울한 피의자 보호 및 피해자 보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두 가치는 충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의자의 권리보호를 법해석의 지도 원리로 삼을 때, 피해자의 권리 보호는 상대적으로 잠식될 수 있고, 역으로 피해자중심주의만을 고집할 경우 피의자나 피고인은 가해자로 사전 결정 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권순민)

따라서 피의자는 무죄추정원칙에 의거하여 충분히 보호받아야 하고, 그 반대편인 피해자도 형사사법의 주변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당위성을 얻습니다. 


◆검찰개혁, 피의자 중심주의로 흘러

피의자 및 피해자의 권리 보호와 관련하여, 민주당의 검찰개혁법률과 법안은 양자의 권리 실현을 위한 노력 대신 피의자 보호 중심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검수완박의 핵심인 선거사범이나 공직자범죄등에 대한 검찰 수사 금지는 정치인 피의자를 보호하는 법률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검찰의 공직자범죄수사를 박탈한 법률은 정치인들의 셀프입법으로, 공직자 범죄등에 대한 수사 역량을 약화시키며, 그 피해는 결국 유권자 국민의 몫이 된다는 겁니다. (물론 민주당은 이 법률에 대해  범죄혐의가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의 과잉 수사를 막기 위한 조치로 평가합니다.) 

둘째로, 검찰개혁법안에는 일반 시민  피해자들의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의 미흡함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피해자보호의 문제점의 하나는 형사사법을 운영하는 종사자들의 오판이나 무관심입니다. (권순민) 

이와 관련해서 금태섭전의원은 “대부분의 평범한 시민들은 검찰보다 경찰을 접할 때가 더욱 많은데 경찰이 통제 받지 않았을 경우 적극적인 측면에서 보면 너무 강하게 수사를 해서 문제가 되고, 소극적인 측면에서 보면 일반 시민이 피해를 당했을 때 경찰이 뭉개거나 해서 피해를 입게 된다.”며 “경찰이 통제되지 않는 것이 검수완박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때문에 금전의원은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경찰이 99%의 수사권을 행사하는데 수사지휘와 사건종결 권한은 반드시 경찰이 아닌 검찰에 있어야 한다.”며 “이것이 세계적 추세이자 수사 기소권 분리의 견제 장치”라고 지적합니다.) 

셋째로,  검찰개혁법안은 약자· 취약계층 피해자들의 보호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범죄, 장애인· 노인· 아동학대 범죄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법안은 경찰이 불송치 결정에 대해서 고발인은 이의신청을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장애인학대 범죄등에서 피해자인 약자가 스스로 이의신청할 수 없을 때에도 공익신고자의 고발은 불가능하게 됩니다.  

게다가 경찰의 불송치에 이의 신청이 가능해도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가 허용되어, 이 조항도 피의자편향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이처럼 민주당의 검찰개혁법률과 법안은 입법의 초점을 권력 있는 피의자등의 권리보호에  맞춘 나머지,  일반시민· 약자· 취약계층등 피해자 보호는 휘발해 버렸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 피해자중심주의  탈각

민주당이 피해자를 소외시키는 행태는 의외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진보정당으로 평가받고 있는 민주당은 진보당답게 사회정의를 중요시하고 약자의 권리증진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생각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일련의 행태는 이런 기대를 저버리고 있습니다.  
 
출발은 좋았습니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피해자 중심적 접근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 한 정치인이 성추행에 휘말리자 민주당은 피해자를 피해자로 부르지 못하고  피해호소인이라 지칭하면서, 피해자중심주의에서 이탈해버렸습니다. 

마침내, 최근까지의 검찰 개혁과정에서 정치인 피의자 보호를 절대화하여 피해자중심주의에서 완전 탈각하였습니다. 

이처럼 민주당이 취약계층 보호 대신 기득권자 보호의 행태를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민주당은 집산주의자(광의의)들의 놀이터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의당의 행태도 민주당과 별반 차이 없어 보입니다. 차별금지법에 쏟는 에너지의 일부만이라도 일반시민의 권리보호에 힘쓴다면 그나마 정체성이라도 유지 될 텐데, 지금의 정의당은 노회찬의원 당시 정의당의 모습에서 탈각하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 로크의 경고

검찰 개혁관련 법제화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검찰 개혁이 시시포스의 형벌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울 뿐입니다. 

순리에 거슬러 바위를 언덕 정상으로 올려놓겠다는 강철 같은 의지는 결국 승리 아닌 무한 반복의 형벌을 낳을 수 있습니다. 즉  시시포스의 반항이 존재의 근거라는 그릇된 신념이 영원히 반복되는 절망으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정치사상가인 로크(John Locke)는 <통치론>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입법권은 “일정한 목적을 위해서만 활동할 수 있는 단지 신탁적 권력”이므로 입법부가 “그들에게 과해진 신탁에 반하여”행동하는 것이 발견 될 때 입법부를 폐지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권력은 국민들에게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수탁자는 위탁자의 이익을 위하여 신탁사무를 처리할 충실의무·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데, 만약 수탁자가 위탁인의 관리 처분에 따르지 않을 경우 위탁자는 수탁자 또는 그의 의사결정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민주당이 로크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하는 이유입니다. 


<참고문헌>
권순민(2021), “형사사법에서 ‘피해자중심’의 의미와 법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