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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자유 - 민주주의 ]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향하여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충돌
-정치엘리트와 시민이 함께 멍에를 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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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표방하고 있는 정치체제는 이견 없이 ‘자유민주주의’체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치가 진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의 답에는 의문부호가 찍힙니다. 

정치영역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달성이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대립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를 추구하면, 또 다른 하나를 소홀히 할 수 있어서입니다. 


◆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합으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의 구성인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생각보다 어울리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결혼생활에서 두 구성원이 조화보다 갈등을 보이듯이, 자유민주주의  두 구성도 그렇다는 겁니다. 

자유주의는 국가의 간섭에서 벗어나 간섭의 부재를 의미하는 자유에 근거합니다. 따라서 human right(인권)의 우선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인권 중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재산권의 보장등의 기본권도 자유주의에 기초한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유주의에서의 간섭의 부재인 자유는 개인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고 승자가 재화와 서비스를 독점하는 시장경제체제를 승인합니다. 

반면, 민주주의는 공화주의적 관점에 기초하여 popular sovereignty(인민주권)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율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국민의 국가 통치를 이루고자 합니다. 

또한 공화주의 사상에 근거한 민주주의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공동체의 안정과 구성원 간의 조화에 관심을 쏟게 합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인권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와 인민주권을 지향하는 민주주의는 심지어 길항관계에 놓여 있다는 지적에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개인의 간섭부재의 자유와 공동체 구성원들의 연대 사이에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 반자유적, 반민주적 정치 현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충돌은 심심찮게 정치현장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좌파진영에 속하는 민주당은 그 명칭에 걸맞게 자유주의보다 민주주의를 더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개인의 비지배의 자유에 관심을 두는 자유주의보다 국가의 개입과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연대성을 강조해 온 것입니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러한 공화주의 사상에 근거하여 임대차 3법을 법제화 하였습니다. 

반면 공동체의 안정만을 바란 나머지,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언론중재법의 도입을 시도하는 등, 개인의 반자유적 법률을 의도하였습니다.   그 법률에는 사상의 단일대오를 추구하는 전체주의적 향기가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민주당은 자유주의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민주권까지 부정하는 양상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검수완박을 법제화 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의 민주적 참여를 통한 공적이성(public reason)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행태로 밖에 해석되지 않아서입니다.  

그렇다고 우파진영의 국민의 힘이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당연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힘은 시민의 공적이성을 무시하는 반민주주적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 보인 윤석열 당선인의 의사소통 단절적 모습이 그것입니다. 

게다가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국민의 힘도 일부 인권에는 반인권적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2월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로 언론사 전체가 파산하게 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면, 공정성 문제는 자유롭게 풀어놔도 전혀 문제없다고 본다.”라며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도입 취지와 유사한 발언을 했습니다. 

결국 민주당이나 국민의 힘이나 반민주, 반자유의 행태는 오십보 백보입니다.  

이러한 현실정치의 모습은 자유민주주의의 지향은 현실정치의 영역이라기보다 이상적 정치의 영역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조 섞인 한숨이 절로 나오게 합니다.
  

◆ 하버마스의 토의정치



인권과 인민주권의 양립 불가능성이 현실정치에 발견된다 해도, 시민은 그 공존의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이 노력은 독일의 철학자이며 사회학자인 위르겐 하버마스(Habermas)의 ‘토의정치’에서 발견됩니다. 

여기서 토의정치는 표현의 자유에 근거하여  공식적·비공식적 공론장(public sphere)에서 펼쳐집니다. 

참여자들은 의사소통을 통해 자신의 이익관점에서 상호주관적 관점을 공유하게 되고, 이 상호이해에 기초하여 특수한 이해가 중립화됩니다. 그 결과 의사소통 주체들은 합리적인 동의에 이르게 되고, 그 합의(consensus)는 시민의 권리로 법제화 됩니다.  

이처럼 참여는 표현의 자유라는 인권의 보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고, 참여라는 인민주권은 다시 인권을 형성하게 됩니다. 따라서 인민주권의 전제는 인권이며, 인권의 전제는 인민주권이 되어, 양자가 서로를 전제하는 co-original(동근원적)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결국 하버마스에게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상호배타성이 아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존의 모습을 보입니다. 


◆ 함께 멍에를 메고

자유주의의 인권과 민주주의의 인민주권의 양면은 우리 정치가 동시에 지향해야 할 목표입니다. 

자유주의에만 경도된다면, 공동체 구성원 각각의 행복과 서로 간의 조화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또한 공화주의적 인민주권에만 매몰된다면, 사회는 개인의 천부적 자유를 통제하여 숨이 막히는 파놉티콘 사회로 전락될 수 있습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화가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민주당의 대선패배의 원인은 이 지점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심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따라서 민주당의 개혁 방향은 파놉티콘적 문화에서 탈출하여 그 옥문을 모두 열어 놓고  개인의 인권을 강조하는 문화로의 대전환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동시적 실현은 하버마스의 토의 정치의 도입으로부터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정치엘리트들이 공식 비공식적 공론장을 활성화하여, 자신의 의사결정 권한의 일부를 공론장에 참여하는 주체들에게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 때, 정치는 더 이상 정치엘리트들의 결단(determination)의 영역이 아닌 소통(communication)의 영역으로 전환됩니다. 이를 통해 이들은 고독하고 우월한 존재가 아닌, 상호적이고 신뢰받는 존재로 거듭나게 됩니다.  

결국 정치엘리트가 자신의 짐을 내려놓고 시민과 함께 멍에를 멜 때, 우리사회는 자유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정치적 이상을 향해 도약하게 될 것입니다.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마태복음 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