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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실용주의] 한반도 비핵화 방식은 최선과 차선의 병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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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외교정책은 궁극적 가치와 실용적 접근의 병존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안보를 향상시키는 실질적 진전을 위해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이를 모색한다는,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된 것을 환영했다”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가치와 실용적 접근방식을 동시에 지향하고 있습니다. 즉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금시점에서 실용적인 접근방식을 추구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실용적인 접근이란 이론상 그리고 실제상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요? 


◆실용주의란?

(실용주의는 practical 또는 pragmatic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practical이란 말은 단기적 유용성을 강조하는 일상적인 태도를 뜻하고, pragmatic은 퍼스(C.S. Peirce), 제임스(W. James), 듀이(J. Dewey), 로티(R. Rorty)등이 발전시킨 미국 철학사조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집니다. 하지만 양자의 본질적 성격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 글에선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pragmatic의 논지에 기초하여 글을 전개합니다.) 

실용주의의 개념은 본래의 의미와 달리 인간의 욕망과 관련하여 이해되곤 하였습니다. 

즉 개인의 개별적 이익에 도움이 되거나 자본의 증식에 효과적인 방식,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효율성 극대화의 방식, 또는 목표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소수의 사람을 희생시켜도 무방하다는 결과주의의 방식으로 간주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는 의미의 유용성과 달리, 실용주의는 이상적인 가치에 호소하기보다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는데 집중하는 개선주의(amelioration)의  성향 또는 접근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실용주의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말이 다음과 같은 로티의 주장입니다. 

‘최선은 차선의 적이 될 수 있다’.(The best can be the enemy of the better.) 

여기서 최선은 궁극적 원리와 가치, 보편적인 진리를 말하고, 차선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도구, 지식을 뜻합니다. 

따라서 로티는  형이상학적·사변적 철학 대신 현재의 문제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 철학이 나아가야 할 지향이라고  지적합니다.   

다시 말해 미래의 정해진 진리와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보다 ‘지금’ ‘여기서’의 문제를 개선하는데 더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처럼 ‘현금 가치’를 추구하는 실용주의에선 목표하는 이상이 없다보니 변화의 끝은 없고 무한한 성장이 존재할 뿐입니다. 


◆ 현금가치 vs 궁극적 가치 

로티는 이처럼 ‘지금 여기서’의 현금가치가 궁극적 이상 및 가치와 적대적 충돌을 빚는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주장의 전제에는 성장의 꼭짓점은 없고 연속적인 변화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과제는 결과를 향하게 되고, 현실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이상과 진리를 꿈꾼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단기의 현금 가치와 장기의 궁극적 가치는 상호충돌하기 보다 병존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과정으로서의 성장을 말하는 실용주의 태도는 오늘의 삶을 더 낫게 하여, 내일을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궁극적인 이상적 가치에 도달하는데 도움을 주게 됩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최선과 차선을 동시에 추구해야

바이든 행정부가 지향하는 한반도 비핵화 방식도 궁극적 가치와 ‘지금 여기서’의 실용적 접근방식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고 이해되어집니다. 

여기서 한반도 비핵화의 실용적 접근법은  전통적 비핵화론, 즉 비핵화의 입구단계에서 비핵화의 최종단계를 포함하여 포괄적 합의를 추구하는 주장과 거리를 둡니다. 

이는 비핵화라는 최종목표는 추구하지만, 지금 여기서의 접근에선 ‘스몰 딜’이나 ‘제한적 딜’을 선호하는 접근방식입니다. 

이러한 입장은 단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의 방식과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단기적으로 북한의 핵확산을 감소시키는데 외교적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수용한 것입니다.  이는 북한이 핵보유국의 문턱을 넘어선 상황에서 핵군축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론과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지금 핵군축을 고려해야하는 이유는 당면한 과제가 북한 핵무력 고도화의 억제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북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전술 핵무기, 고체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핵잠수함, 군사정찰위성을 보유하고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핵 무력 고도화의 의지가 실제로 실현된다면, 한국과 미국은 핵잠수함과 전술핵무기들을 보유한 북한과 대면하는 위험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정성장)

때문에 지금 한반도 비핵화의 시급한 과제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핵감축을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북한이 핵프로그램의 동결을 약속하고 이를 실행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는 대북제재의 부분적 완화와 한미연합훈련의 잠정 중단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즉 이 단계에서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 개성공단 재가동, 북한의 정제유 수입 제한에 대한 제재 완화등이 거론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정성장) 

브루킹스연구소의 아이흔 선임연구원도 단계적· 실용적 북핵 접근 방식을 지지합니다.  

1단계 협정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증대의 제한(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영구 금지, 북한 전 지역에서의 모든 형태의 농축과 재처리 과정중단등)과 합리적 인센티브 (종전선언, 워싱턴과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인도적 지원, 특정 남북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제재 예외, 유엔제재 일부의 한시적 중지)의 교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합니다.   

결국 한반도 비핵화를 나아가는 과정에서,  단계적 등가 교환 방식이 현실적이고 실용적 접근방식으로 꼽힙니다.  


◆인권의 문제도  실용적 접근방식으로 다가가야

미국이 강조하는 인권의 문제도 중장기적인 실용적 접근방식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주주의, 법치, 인권은 미국의 국체에 해당하는 가치입니다.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밖 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 불가능한 현실에서, 미국이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북한은 협상 자체를 거부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북한은 미국의 북한 인권문제 거론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성장)   

따라서 ‘지금 여기서’의 현실적인 접근 방식이 요구됩니다. 이는 미국이 단기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정치적 자유보다 경제적· 사회적 자유의 증대에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예컨대 방역· 백신공급등을 비롯한 보건의료부문의 북미 또는 남북한 교류 협력사업을 통해, 북한 주민들은 활동의 자유를 보장받아, 경제적 자유와 사회적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북한도 국제적 보건의료 협력 사업에 긍정적으로 호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기적으로 북한은 예방사업에 주력하여 감염병을 차단하고 있지만, 장기화되면 이러한 사업은 기회비용이 너무 커집니다. 예방이 경제 회복을 상쇄시키기 때문입니다. (최은주)

게다가 북한은 현재 국경통제로 인해  자원제약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 이는 공급의 부족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급의 부족은 밀무역을 초래하고, 밀무역은 다시 방역문제를 초래하게 됩니다. 

이처럼 북한도 코로나 19-상황이 장기화되면 현재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힘들게 됩니다. 

결국 국제적 보건 교류협력의 장으로 나오는 것이 북한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최선과 차선은 적 아니 동반자

한반도 비핵화는 이제 실질적인 전략이 요구됩니다. 

이는 군사적 압박도, 지속적인 제재 압박을 통한 북한의 방치도, 그리고 당장의 인권압박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수용되기 힘듭니다.  

이제는 장기적 가치를 포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서’의 과제를 개선해 나가면서 궁극적 최선의 가치에 이르도록 하는 태도가 실현 가능한 접근 방식일 것입니다.  

이 때, 최선은 더 이상 차선의 적이 아니라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현금 가치를 추구하면서 이상적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여유와 아량이 한반도 비핵화에 요구되는 선행조건이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정성장,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와 한미의 전략적 협력 방향”
최은주, “코로나-19 장기화와 북한의 대응, 그리고 남북의료협력의 시사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