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체제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동력으로 시민의 정치참여가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시민사회 구성원의 민주주의가 정의, 공정을 한 단계 높이는 긍정의 힘을 발휘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모든 사회 구성원의 참여정치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전제는 논리상 거짓입니다. 그렇다면 이 전제가 참이 되기 위해선, 사회의 진보를 이끄는 바람직한 시민사회 구성원은 어떠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요?
◆ 발전의 선행조건은 능력보다 성향
퇴보와 진보의 분기점은 능력보다 성향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발전의 필수조건에는 능력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는 일반의 상식과 달리, 성향· 마음가짐· 태도등이 진보의 선행요구조건이라는 겁니다. (김태영)
능력에 앞서 성향이 더 나은 변화의 선행조건이 되는 것은 거짓된 전제에 대한 집착이 거짓의 결론을 유도하게 되고, 이러한 오류가 지적 발전의 벽을 쌓아 올리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논증은 이 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1) 모든 포유류는 육지에서 산다.
2) 모든 고래는 포유류이다.
---------------------------
3) 모든 고래는 육지에서 산다.
이 논증의 결론이 거짓인 것은 1번 전제가 틀렸기 때문입니다. 전제가 거짓인 경우, 틀린 결론이 도출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때문에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선 전제에 늘 의심을 품고 비판의 여지를 가지는 성향이 요구됩니다.
결국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는 자들도 자신의 견해를 독단적으로 고수한다면, 틀린 전제가 거짓의 결론을 초래하여 진보된 새로운 이론의 수용을 가로막게 됩니다. 이는 곧 발전의 정체를 의미합니다. 발전의 필수조건은 능력보다 성향이라는 점이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 바람직한 시민사회의 모습
바람직한 시민사회의 조건도 그 구성원의 성향 태도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시민이 늘 열린 자세로 자신이 수립한 전제를 스스로 비판하고 수정할 수 있을 때, 자신의 발전과 사회의 진보는 담보될 수 있습니다.
신념과 전제에 회의하는 이러한 태도는 비판적 사고 또는 합리적 사고라 불립니다.
영국의 과학 철학자 포퍼(Karl Popper)는 그의 저서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다음과 같이 비판적· 합리적 사고를 설명합니다.
“내가 잘못되었을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옳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노력하면 우리는 진리에 더욱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김태영)
포퍼는 이러한 태도를 ‘비판적 합리주의’(Critical Rationalism)라 칭하였습니다.
여기서 강조되는 말은 ‘우리’입니다. ‘나들’이 자신들의 견해에만 포위되지 않고, ‘나들’의 울타리의 문을 열어 ‘저들’의 더 나은 주장을 포용할 때, 나들과 저들이 어울리는 ‘우리’가 만들어집니다. 그 때 비로소 더 나은 이론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결국 바람직한 시민은 비판적 사고, 합리적 사고를 구비한 비판적 합리주의자들을 말합니다. 독단적인 전제를 배제하며, ‘습관· 고정관념· 편견· 폭력등에 대한 맹종 거부’ ‘자신의 견해의 비판적 성찰’ ‘유연성’등의 성향을 취하는 열린 자들을 일컫습니다. (김태영)
◆ 우리 공동체를 향하여
비판적 합리주의의 태도를 갖춘 시민들은 ‘저들’의 더 나은 이론을 기꺼이 수용하고, ‘나들’의 관점을 기꺼이 바꿉니다.
이러한 성향이 퇴보와 진보의 갈림길에서 진보의 길로 이끄는 동인이 됩니다. 즉 ‘나들’의 유보와 ‘저들’의 포용으로, 나와 저가 어울리는 ‘우리’가 더 나은 이론으로 무장된 사회를 함께 만들어갈 때, 사회는 더 나은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즉 유연한 마음가짐이 폐쇄된 조직들을, 너들과 나들이 함께 공존하는 통합과 화해의 열린 공동체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됩니다.
결국 사회 구성원들의 비판적 합리주의 성향이 현재의 균형점에 충격을 가하여, 정체된 균형점을 더 나은 새로운 균형점으로 이동시키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김태영, "칼포퍼의 비판적 합리주의에서 본 비판적 사고성향의 중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