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감의 변화는 들어감의 변화에 정해집니다. 달리말해 들어감이 없다면 나아가지도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내부의 자기돌봄은 외부를 향한 시선을 위한 선행조건입니다. 예컨대 더불어 잘 살아가는 세상 만들기로 나아가기 위해선, 자기돌봄·자기변형의 훈련이 구비되어져야 합니다.
즉 국가의 관직, 파당의 권력, 권력을 이용한 부의 축적, 적대하는 외부세력에 대한 변혁의 열정등 자기에게 속한 것에 대한 관심에 앞서, 파레시아스트의 직언과 자기성찰을 가지면서 자기 돌봄에 몰두하고 나서야 비로소, 내부를 향한 시선은 궁극적으로 외부를 향할 수 있는 조건과 자격을 갖추게 된다는 겁니다.
◆ 들어감보다 나아감에만 관심을 두어서야
하지만 교만한 나머지, 변화의 순서를 逆으로 바꾸어, 자기변형의 들어감을 소홀히 하고 외부개혁의 나아감에만 몰두할 때, 외부시선에 대한 개혁의 효과는 저항에 직면하거나 정돈되지 않은 내부 모순의 폭발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권력자들은 그간 내부의 자기변형을 외면한 채, 외부세력을 적폐로 규정하고 외부 모순의 청산에만 열을 올린 경향이 짙습니다.
대신 자신의 내부자들, 동조자들, 자신의 안녕에 기여한 자들에 대한 자기돌봄에는 눈감아 온 겁니다.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건의 발발도 정부여당의 정책 방향과 일치하는 동조자들인 公기업에 대한 자기돌봄을 외면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현 권력자들이 적대하는 외부에만 분노의 화염으로 응징했을 뿐, 자신과 자신의 동조자들의 곪은 자리를 도려내는 자기변형에는 하등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입니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X-비효율성
정권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 권력층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구조적 변형을 위한 자기돌봄을 추진할 것인가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습니다. 과연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는 현실에서 자기편의 하드웨어적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개혁을 밀고 나갈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밀려오는 겁니다.
공공기관들의 자기변형이 가능하든 어떻든, 이들 개혁은 시대적 과제로 부상합니다.
공공기관은 공공성 투명성 책임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하지만, 정부의 공공성과 사기업의 생산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공기업도 효율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2017년 공공기관의 총자본투자효율(부가가치액을 총자본으로 나누어 계산)의 평균은 6.7%로 이는 같은 기간 상장기업의 평균 18.55%의 1/3수준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공공기관의 이익률은 더욱 심각합니다. 2018년 주요 공공기관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1.2%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기업 6.63%의 1/5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처럼 공공기관은 공적인 서비스를 국민에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는커녕, 방만한 경영으로 경영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곧 정부부채(D3)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공기업이 직면한 조직의 운영과 관련된 비효율성을 라이벤슈타인은 X-비효율성이라 불렀습니다. 경쟁이 제한된 자연독점상황에서 혁신의 부재로 기술적으로 가능한 최소비용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을 X-비효율성이라 부르는데, 이는 정부의 운영과 관련된 비효율성의 문제를 다루는 개념입니다.
이처럼 다수의 공공기관은 자연독점 구조(손실은 불가피할지라도)하에서 외부적 내부적 경쟁유인이 적어 수지균형의 절박감이나, 일류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공적 책임성과 투명성이 희박한 현실에서 X-비효율성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의 원인과 해법
공기업이 이처럼 방만하게 운영되는 원인과 그 해법은 무엇일까요?
우선 이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정부형태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공기업의 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하여 운영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친 사람 중에서 주무기관의 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운영위원회는 기획재정부장관을 위원장으로 두며, 위원회의 일부 구성(11인 이내)은 다시 기재부장관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위촉합니다.
결국 이는 정파성이 강한 인물의 낙하산 인사와 결부될 수 있고, 경영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임원추천위원회와 운영위원회의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형태가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무관하지 않다면, 근본적 개혁은 정부형태의 변형으로 집중됩니다. 즉 현행 국회의원의 임기 종료 후 동시에, 현행 대통령제에서 이원집정부제로의 정부형태 변경이 대통령의 권력을 축소시키는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공기관의 비효율의 근본적 원인은 공기업의 연성예산제약과 관련됩니다.
공기업은 파산 걱정이 없는데, 어떤 형식으로든지 정부가 나중에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알고 있는 공기업 경영진과 직원들은 예산제약에 두려움 없이 비효율과 무책임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하드웨어적 개혁과 소프트웨어적 개혁이 요구됩니다.
우선 공기업 개혁의 제일의 목표로 공기업의 기능조정이 강조됩니다.
공기업이 꼭 담당해야 할 핵심기능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공기업의 기능을 조정하는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겁니다.
이는 공기업의 존립목적에 부합하는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를 위해 기업의 고유업무와 핵심역량과 연계되지 않는 회사는 민영화 또는 통폐합하고, 경쟁력이 없는 비핵심적 기능과 업무를 폐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 방송의 여권 편향성이 도마에 올라가는데, 이문제의 해결로 KBS2와 MBC의 민영화 추진이 요구됩니다.
또한 공기업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사업을 대상으로 민간이양이나 규제 완화등을 통해 경쟁을 촉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덧붙여 하드웨어적 개혁 뿐만 아니라 강성노조의 반발로 번번이 실패한 소프트웨어적 개혁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항입니다.
경영효율화를 위해 조직 및 인력은 기관 고유의 핵심기능 수행에 필요한 수준으로 감축 운영하고, 지방조직은 계층구조의 단순화 광역화등을 통해 대폭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성과연봉제의 도입, 총인건비가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차장· 과장급 이하로만 제한되는 임금피크제 도입, 민간 수행이 가능한 기능의 민간위탁추진등이 시급한 소프트웨어적 개혁에 속합니다.
◆ 외부에서 내부로 시선을 전환해야
나아감의 정도는 들어감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기 변형을 위한 자기돌봄과 연마는 외부개혁과 변형에 앞서 이루어져야 할 나아감의 선행조건입니다.
그러함에도 현 권력층은 자기돌봄을 소홀히 하였습니다. 이는 다시 정부여당에 대한 신뢰성의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적대적 외부 적폐청산과 경험적 증거(empirical evidence)가 미흡한 실험적 정책들의 도입이 자신의 안녕과 국가의 안정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는 현 권력층의 오만과 편견이 자기연마를 게을리 하게 한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하지만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외부에서 내부로 시선을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자신과 자신의 동조자들의 내부 변형이 하드웨어적으로 소프트웨어적으로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합니다.
이는 정부형태의 변형과 함께 각 기관 구성원들의 저항과 맞서 이루어져야 할 시대적 과제임에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