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0 (토)

  • 흐림동두천 19.2℃
  • 구름조금강릉 18.1℃
  • 흐림서울 21.1℃
  • 구름조금대전 23.0℃
  • 구름많음대구 23.3℃
  • 구름조금울산 19.8℃
  • 맑음광주 23.9℃
  • 흐림부산 20.1℃
  • 구름조금고창 22.6℃
  • 구름많음제주 21.4℃
  • 흐림강화 19.5℃
  • 구름조금보은 21.3℃
  • 구름조금금산 22.4℃
  • 구름많음강진군 23.4℃
  • 구름조금경주시 20.5℃
  • 구름많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정치

[능력주의 ②] 우리사회가 다짐할 가치체계는?

URL복사

“여우는 많은 것을 안다. 그러나 고슴도치는 큰 것 하나를 안다.”


미국의 철학자 드워킨(Ronald Dworkin)이 언급한 이 말은 一以貫之에 대한 설명입니다.  많은 것을 알지만 이것들을 하나로 꿰지 못하는 여우와 달리,  고슴도치는 가치들을 하나의 원리로 통합하여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가치들을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 하나로 이해하는 고슴도치적 태도에 대한 사례가 자유와 평등이 하나의 통일체로 작동하는 원리입니다.



◆자유주의적 평등론과 교육개혁


능력주의 사상을 담고 있는 자유주의는 타고난 재능과 여건을 마음껏 발휘하여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여기에 생산적인 노력이 더해져서 지위와 부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합니다. 이를 위해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도록 법적· 제도적· 관행적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능력주의는 파레토 균형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이끌어, 자본주의의 확대재생산에 기여합니다. 또한 개인의 상승욕구를 채워주게 되어, 계급의 유동성을 촉진시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주의는 가정의 문화자본등 여건이라는 우연변수가 성과를 좌우하는 불공정성을 초래하여,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즉 형식적 기회균등이 보장된 능력주의는, 신분사회의 계급을 자본주의의 계급으로 대체하였을 뿐, 오히려 계급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하였다는 겁니다. 실질적 기회균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한 응답은  ‘자원의 배분은 선택에 민감하고 여건에 둔감해야 한다.’라는 드워킨의 언명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를 경쟁에 대입해 본다면,  공정한 경쟁은 실질적 페어플레이에 따라 행해지는 경쟁이며,  그 실질성은  여건의 우월에 따라 경주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격차를  여건의 보완을 통해 수정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여건이 둔감해지는 자원배분은 국가를 소환합니다.  경주의 출발선에 나란히 설 수 있기 위해선, 국가만이 대세적으로 자연적 여건을 조정하여 여건을 개선시키는 효력을 발휘할 수 있어서입니다.


무엇보다 국가는 여건의 불평등 중 가장 나쁜 불평등인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데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와 여당이 교육개혁에 둔감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잠재력을 키우는 교육의 효과는 경제 성장률, 고용률등에 즉각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케인즈이론을 신봉하는 진보좌파 정부의 시각에선 교육에 투자하는 재정으로 도로나 건물 하나를 더 짓는 것이  성장률을 높이는 첩경이 됩니다. 반면 사람을 소중히 하는 진보진영의 가치는 사람의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과 조응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우수한 문화자본을 갖춘 가정을 학교가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국가가 교육기회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있는 유아와 아동들이 잠재력을 계발하여 생산적인 노력을 다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이들에게 실질적 교육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5~6세를 대상으로 하는 국공립 유아학교를 설립하고 학제를 개편하는 교육개혁에 나서는 것이 국가가 공정과 정의를 제대로 세우는 길이 될 것입니다.



◆자연적 사실에 의한 불평등과 조세 개혁


이렇게 실질적 기회균등이 이루어졌다 해도, 타고난 재능등 자연적 사실에 의해 불평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롤즈는 이러한 자연적 사실은 부정의한 것도 비도덕적인 것도 아니라며, 자연적 자질을 용인합니다.


문제점은 자연적 불평등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연적 사실로 인한 이득의 차등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부정의하다는 겁니다. (황경식)


방치로부터의 탈출은 천부적 재능을 활용하여 창출한 이득의 일부를 최소 수혜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기여하도록 국가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사회의 불평등은 용인 된다는 게 롤즈 정의론의 핵심입니다.


이득의 차등의 조정은 조세제도의 정비를 통해 가능합니다.


특히 소득세는 천부적 재능의 결과물이 명확히 나타난 세금으로, 이를 재분배하는 것이 운의 불평등성을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득세에서 개편이 필요한 분야는 종합소득세의 소득공제 항목입니다. 


고세율의 납세자가 높은 세율로 인해 저세율의 납세자보다 인적공제나 신용카드소득공제 혜택등을 많이 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도 없는데도, 세법은 인적공제· 신용카드 소득공제 항목등을 소득공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득공제항목을 모두 세액공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이럴 경우 저 세율 구간에 속하는 납세자는 결정세액이 0이하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 국민개세주의를 위해 최저한세 설정도 고려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가치체계 


우리사회가 다짐하고 수용해야 할 가치체계의 원리는 가치가 분열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자유주의와 평등을  이분법적 개념으로 이해하기보다, 이 둘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자유주의적 평등(liberal equality)’론이 우리사회가 수용해야할 고슴도치적 태도가 될 수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분열성을 극복하는 방안은 자연적 사실에 의해 작동되는 능력주의를 수용함과  동시에 운의 불평등으로 인한 결과를 보정하는 통합적 사고의 적극적 수용에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국가가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공정한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동시에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며, 나아가 자연적 사실로 인한 이득의 일부를 최소수혜자에게 제공하는 등의 일련의 가치체계가 우리사회에 확립될 때, 공동체 성원들은 통합적 가치에 대한 다짐을 새기면서, 개인의 꿈과 공동체의 연대를 함께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강정인, “계급과 평등:기회균등과 능력주의의 문제점 및 그 한계”
황경식, “분배정의의 이념과 사회구조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