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3 (화)

  • 흐림동두천 -3.8℃
  • 구름많음강릉 5.3℃
  • 구름조금서울 -2.0℃
  • 구름많음대전 -0.5℃
  • 구름많음대구 5.4℃
  • 구름많음울산 5.7℃
  • 맑음광주 3.8℃
  • 연무부산 7.4℃
  • 구름조금고창 1.7℃
  • 구름많음제주 9.8℃
  • 구름많음강화 -4.9℃
  • 흐림보은 -1.3℃
  • 흐림금산 -0.1℃
  • 구름많음강진군 5.3℃
  • 흐림경주시 5.2℃
  • 구름많음거제 6.2℃
기상청 제공

영화

[Life & Movie]<피아니스트의 전설> 중용, 치우침없는 균형상태

- 본성과의 투쟁: 비겁과 무절제를 넘어


거친 파도로 인해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든 여객선 버지니아호에서, 피아노의 바퀴 고정 장치를 푼 나인틴헌드레드(1990)는 연회장을 이리저리 미끄러지면서, 왈츠를 연주합니다.


격랑도 마법 같은 그의 연주를 방해할 수 없습니다. 그는 어떠한 충격에도 평형상태를 유지하며 마음의 중심을 잡습니다.


1900년 1월 1일, 버지니아호 연회장의 피아노 위 상자 안에서 갓난아기로 발견된 나인틴헌드레드는 사람들의 마음을 즉흥 음악으로 표현해 낼 만큼 천재적 피아노 실력을 발휘합니다.


놀랍게도 그는 육지를 밟아 본 적이 없습니다. 


선상에서 단박에 그의 영혼을 사로잡은 한 여인을 찾아 육지로 떠나는 발걸음도 되돌립니다. 육지에서, 생활인으로, 사랑하는 여인과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건만, 그의 천재적 음악 감성이라면 거대한 부를 거머쥘 수 있건만, 이 모든 달콤한  기회조차 내려놓습니다.


결국 그는 단 한 번도 배에서 내리지 않은 채, 여객선 악단의 피아니스트로,  생활인이 아닌 美의 창조자로 바다위에서 살아갑니다. 그가 써내려 가는 삶의 책 등을 한 손으로 받치며, 비록 죽음이 그를 위협할지라도, 평생 균형을 유지해 갑니다.


그렇게 유혹하는 욕망의 지나침에도, 깨지기 쉬운 용기의 모자람에도 기울어 지지 않고 삶의 중심을 지켜나갑니다.  나인틴헌드레드야말로 탁월한 중용의 행위자입니다.



◆ 중용은 탁월한 품성상태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의 필수요소는 덕이며, 덕은 중용에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결국 행복은 중용에 달려있다는 겁니다.


중용적 행위를 하는 사람은 품성상태(hexis)의 탁월함으로 행하는 자를 말합니다. (김도형)

그는 성격, 기질, 성향에서 더 대립적인 것으로부터 멀어지며, 과녁의 중간을 맞추고자 합니다.


하지만 품성상태는 나쁘게 기울어지는 기질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의 품성상태가 유리의 그것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장미성)


기질이나 성격이 그러하듯이, 품성상태는 외부적 충격에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연약합니다. 그래서 품성에 심리적 압박이 가해질 때, 기질이 원래의 자리로 회복되지 못하고, 균형의 상태에서 이탈하는 경향을 보이기 쉽습니다.


예컨대 위기는 용기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 때 장벽과 맞서기보다 그 앞에 무릎 꿇기를 유혹하는 속삭임으로 인해 우리의 강고해 보이는 품성은 균열을 초래합니다. 이렇게 비겁이 용기의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과유불급과 무절제


무엇보다 우리의 품성은 절제의 감성을 망각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는 “즐거움으로 더 끌리기 마련이며...무절제로 더 끌리기 마련”(니코마코스 윤리학)이라고 지적합니다.


무절제는 過猶不及과 맥을 닿고 있습니다.


‘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라는 뜻의 과유불급은 밀물과 썰물의  때를 분별하지 못하는 경우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물이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밀물에서 열심히 노를 젓습니다.  흐름이 정점을 향하는 상승국면에서 ‘기회가 주어졌을 때 태만하지 않고 때를 놓치지 말라’는 교훈에 충실할 때,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썰물에 노를 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배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흐름이 정점을 지나 하강곡선을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승국면처럼 욕망이   과다하게 분출된다면,  손실은 明若觀火합니다. 그 결과는 물 빠지는 시점에 노를 젓과 다름없습니다. 


이처럼 물이 들어올 때와 빠져나갈 때의 분별 없이 하강국면에서 그 기세를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경우, 과유불급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제어의 페달을 놓아버린 결과 품성상태가 무절제로 기울게 됩니다.



◆ 본성과의 투쟁


탁월한 품성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는 “배를 저 물보라와 큰 파도 바깥으로 멀어지게 하라”(니코마코스 윤리학)라는 지침을 제시합니다.


우리가 본성의 힘에 의해 쉽게 기울어지는 것들로부터 반대방향으로 가려고 할 때, 중간(중용)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서 중간은 양극단 사이의 중간이나, 수학의 산술적 평균을 일컫지 않습니다.)


달리말해 비겁의 본성, 무절제의 본성과 끊임없이  투쟁할 때, 우리는 마음의 평형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장미성)


거친 파도로 격하게 흔들리는 선상에서 피아노 ‘매직왈츠’를 매끄럽게 연주해 내는 나인틴헌드레드의 탁월한 균형상태도 본성과의 투쟁에서 승리한 결과물일 것입니다. 


결국 부단한 훈련과 교육을 통해 본성과 싸워나갈 때, 내면의 자원은 축적되어, 우리관계의 중용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참고문헌>
장미성, “중용을 통해 본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의 특징”
김도형,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론에 관하여-중도론적 해석에 대한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