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영화

[Life & Movie] < 집이야기 > 화해는 교환의 산물


필연과 꿈의 긴장은 그 둘 사이의 화해를 요구합니다.


마법의 열쇠로 어두컴컴한 필연이란 監獄의 자물쇠를 열고 그곳에서 탈출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빛나는 꿈의 城을 몽상할 뿐입니다.


열쇠공 진철이 그렇습니다.


닫힌 남의 집 문은 귀신같이 열어도, 자신의 답답한 현실로부터 탈출할 열쇠는 정작 쥐고 있지 못합니다.


그의 아내와 큰 딸은 집을 나갔습니다. 가족이 아파트에서 함께 오순도순 살아 보겠다는 꿈, 지구 반대편에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해보겠다는 소박한 꿈은 그저 꿈꾸기에 그칠 뿐입니다.


이러한 꿈과 현실간의 괴리가 가져오는 긴장은 어느새 진철에게 냉랭한 체념으로 전환됩니다.


그런데 진철의 폐쇄된 우리에  열쇠구멍 같은 크기로  한 줄기 빛이 스며듭니다.
 
신문사 편집 기자인 진철의 작은 딸 은서가 살던 집의 계약 만료로 새 집을 구하기 전까지 진철과 함께 살게 된 것입니다.


창 없는 방의 벽에 붙어 있는  환상적인 푸른 바다와 하늘이 그려진 달력 그림을 바라보며 몽상에 젖어 있던  진철의 마음에  봄날의 따뜻함이 다시 스며듭니다.


은서를 위해 복숭아 김치를 담그고 핑크색 수건을 준비합니다. 밤 늦게 퇴근하는 은서를 지하철역까지 마중 나갑니다.


이렇게 진철을 괴롭혔던 현실과 몽상사이의 갈등은 은서의 존재로 인해 서서히 화해로 전환 됩니다.


비록 아파트에서 살지 못해도, 지구 저편의 땅으로 여행을 떠나지 못해도, 삭막한 현실을 따뜻한 둥지로 전환시키는 에너지는 다름 아닌 감정의 교환의 힘입니다.



◆ 화해는 교환 충동의 결과



우리는 상상 속에서 그려진 이상을 현실 속에서 구현하고자 하지만, 이상과 경험된 현실 사이의 불일치를 경험합니다. 이는 종종 나태나 방종을 낳기도 합니다.


때문에 역동성의 회복을 위해  현실과 이상간의 화해가 요구됩니다. 


우선 화해는 과거의 것을 흘려보내고, 앞으로의 것을 갈망하는 태도를 전제로 합니다.


이미 엎질러진 것은 회수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즉 더 나은 미래와 갇힌 현실사이의 불일치가 낳은 감옥에서 벗어나게 하는 열쇠는 매몰원가를  향후 의사결정에 고려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과거 실패한 의사결정의 결과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난 후, 합리적 의사결정자는 교환의 충동이 생산력의 크기를 좌우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생산력의 증대는 교환의 가치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체제는 화폐-상품-자본의 순환으로 발전합니다. 화폐는 상품으로 전환되고, 상품은 판매되어 자본을 창출합니다.


이러한 순환과정을 통해 미래의 자본의 양은 잉여자본에 의해 직전 자본의 크기를 능가합니다. 이는 생산수단과 노동을 구입하기 위해 화폐가 희생되었고, 희생된 화폐가 그것보다 더 큰 자본을 창출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러한 교환의 충동이 잉여 자본의 증대를 가져옵니다. 교환이 없다면 생산력의 증대도 없습니다. 달리 말하면 희생의 대가가 없다면 화해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교환의 메커니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고집불통은 미래 자본증대를 포기하겠다는 절망과 좌절의 자세이며, 이는  음산한 방구석의 벽에 붙어있는  판타스틱한 바다를 바라보기만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과 다름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교환의 충동에 열정적으로 나설 때 잉여자본이 창출되고 생산력이 증가한다는 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