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부상한 라틴아메리카의 좌파정부들이 우파 정당들에게 정권을 빼앗기며 퇴조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선 현재 극우 성향 정당인 사회자유당의 자이르 메시아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정권을 맡고 있습니다. 보우소나루대통령은 '브라질의 도널드 트럼프', '열대의 도널드 트럼프'라고 불릴 정도로 극우 정치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칠레에선 현재 좌파 성향의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을 이어 중도 우파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가 대통령입니다. 그는 억만장자로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라틴아메리카의 다수의 유권자들이 좌파 정부와 결별하고 우파 정당을 지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틴 아메리카 좌파 정부의 퇴보, 그 원인은? (이상현외)
우선 유권자들의 좌파정부에 대한 반감은 좌파정부의 평등 지향적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입니다.
과거 좌파정부의 부상은 극심한 빈부격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를 극복해 달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좌파정부의 정권획득으로 이어졌고, 좌파정부는 극빈층의 지원정책〔브라질 룰라정부의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베네수엘라의 미션(Misión), 아르헨티나의 헤페스 이 헤파스 데 오가르(Jefes y Jefas de Hogar)〕과 이들을 중산층으로 도약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지난 십여 년간 라틴아메리카에 누적된 빈부격차를 해소하는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에 대한 실례로, 브라질의 빈곤 인구는 룰라 취임 직전인 2002년 5748만 명에서 첫 번째 임기를 마친 2007년 4178만 명으로 감소하였고, 같은 시기 극빈층 인구는 2335만에서 1464만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러한 빈곤 개선은 교육과 복지를 연계하한 볼사 파밀리아의 역할이 컸다는 지적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아동의 학교 출석을 조건으로 복지 수당을 지급하는 조건부현금지급(Conditional Cash Transfer) 빈곤 타파 프로그램입니다.
2014년 발표된 IMF의 보고서도 라틴아메리카의 좌파정책의 긍정효과를 보고합니다. 라틴아메리카의 지니계수가 지난 수십 년 동안 3~4 포인트 감소하였는데, 이러한 지니계수의 감소가 빈부격차 해소를 위하여 고안된 다양한 정책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합니다.
결국 좌파경제정책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좌파정부에 등을 돌렸다는 설명은 사실과 다릅니다.
그렇다면 좌파정부는 왜 유권자들로부터 버림을 받았을까요?
유권자들의 좌파정부에 대한 거부에는 이성보다 감성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는 분석입니다. 좌파정책이 문제가 아니라, 이를 추진하는 정치 주체인 좌파 정당 혹은 좌파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겁니다.
룰라와 노동자당 정권의 성공에 힘입어, 2011년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노동자당 후보 지우마 호세프가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호세프 1기 정권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였으나, 2014년 간신히 재선에 성공한 호세 2기 정권은 시작부터 어려움에 직면하였습니다. 특히 인사 정책에 있어 야당 인사들에게도 포용력을 발휘했던 룰라와 달리, 소신과 원칙을 중시한 호세프는 연립 정권의 약화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브라질 석유공기업인 페트로라스 비리 스캔들에 대한 정치 불신이 호세프 정권과 노동자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습니다. 스캔들이 터진 그 시기에 페트로라스 이사회의장을 역임하였던 호세프 대통령은 2016년 8월 상원에서 탄핵안의 통과로, 13년간에 걸친 좌파 정권의 집권에 종말을 고하게 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게 됩니다.
칠레의 좌파정부의 몰락의 배경도 정책의 실패와 무관하였습니다. 좌파 정부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은 좌파 바첼레트 대통령 가족이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라틴아메리카의 좌파가 쇠퇴한 원인은 좌파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아니라 좌파 정치인들의 부정과 부패에 대한 분노라는 지적입니다. 이 점을 간파한 우파가 좌파정부보다 좀더 청렴하고 깨끗한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이끌었다는 겁니다.
◆ 시민의 역량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건 진보진영의 ‘서초동 집회’는 우리 시민의 변화의 역량을 드러내었다는 평가입니다. 시민들의 검찰 개혁의 외침은 검찰의 자체적 개혁을 낳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시민의 거시적 관심은 일본인의 미시적 생활양식에 대한 집중에 비교해 볼 때 더욱 긍정적입니다. 일본인의 의식에 침투해 있는 생활보수의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국가의 거시적 비전 형성에 적극 개입하는 시민들이 변화의 동력임을 세삼 깨닫게 합니다.
(아베 일본 총리는 한국인의 이 같은 의식구조를 간과하여, 한국인의 일본 상품의 불매운동을 일시적인 몸짓으로 생각한 듯 합니다. 한국인을 일본인과 동급의 미시적 생활 보수인으로 오판한 결과, 인바운드 관광의 활성화를 통해 소멸되는 지방의 존속을 도모하겠다는 정책 실현에 차질을 빚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총수요를 강하게 억제하는 소비세 인상까지 시행된 일본의 경제 상황을 놓고 볼 때, 우리의 소중한 이웃, 일본이 對한국 전략에 무리수를 둔 점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라틴 아메리카 좌파 정부의 교훈
이제 서초동 집회는 검찰 개혁을 통해 인권이 지켜지며, 권위가 재정립되는 수준을 넘어서기를 요구 받고 있습니다.
이는 정치체제의 신뢰회복에 국민이 나서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체제의 퇴조를 가져온 라틴 아메리카의 좌파정부들의 교훈에서처럼, 체제의 안정을 유도하는 근본적인 대안은 체제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국정국을 관통하고 있는 키 워드는 좌파진보진영이 도덕적 판단의 기반으로 삼은 ‘돌봄’과 ‘공정’입니다.
그런데 만약 좌파진보세력이 조국 사태로 촉발된 체제의 손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게 되면, 이는 좌파가 신봉해 온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을 스스로 무너뜨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그렇게 될 경우, 좌파진보는 도덕적 판단의 기반으로 무엇을 내세워야 할까요? 아마도 남게 되는 기준은 보수성향의 사람들의 판단 기준인 충성과 권위에 귀착되지 않을 까요? 충성을 통해 집단의 번영을 도모하고, 권위를 파괴하는 세력에 저항하여 위계적 공동체를 존속시키고자 애쓰지 않을까요? 이는 집단이 분파적 이성에 매몰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좌파 진보는 저항의 타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질문하지 않는 보수주의자’의 위치에서 기존의 권위만을 옹호하여 체제에 도전하는 세력에 저항하기보다, ‘체제 대안적인 진보주의자’를 포지셔닝하여 기존의 체제의 손상을 치유하고 오점을 비판하면서 최종적으로 불평등과 지배계급의 기득권에 저항하는 모습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좌파 진보는 모순을 발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통일을 빚어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숙명을 거역할 경우, 라틴아메리카의 좌파정부의 퇴조를 답습하게 될 개연성이 높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질서에 대한 비판과 부정을 통해 새로운 통일적 질서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기존의 체제를 넘어서지 못하고 과거의 전통에 회귀하는 소극적이고 방관자적인 태도는 단기적 효용을 가져 올수 있어도, 다시 촉발 될 위기에는 대응력을 상실하고 위기에 몰릴 공산이 큽니다.
때문에 기존 질서를 옹호하기 위해 문제시 되는 행위를 덮고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상황 속으로 이동시키고자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초월(transcendence) 전략’은 부정적 감정을 최소화하기보다 도리어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조국장관 일가의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중립적인 검찰과 공평한 사법부가 조속히 밝히도록, 깨어있는 시민은 이를 엄중히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좌파정부의 교훈은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불신이 체제의 퇴조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뢰의 회복은 진보좌파가 참 진보의 모습으로 거듭나는데 있습니다.
결국 좌파 진보주의자는 기존의 권위와 체제를 무비판적으로 옹호하기보다 그 체제의 개혁을 요구하고, 소수의 기득권을 보존하고 확대하려는 세력과 맞서며 다수의 이익과 평등을 위해 기득권에 저항할 때, 마침내 신뢰를 회복하고 그 순수성을 담보 받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조국 장관의 임기는 사실상 결정된 것과 다름 없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검찰 개혁이라는 소명을 품고 장관직을 맡은 조장관은 국회본회의에서 검찰 개혁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실상 소임을 다했다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조장관의 임기가 국회의 검찰 개혁 법안 통과와 연동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조국 정국으로부터 출구를 찾기 위해선, 국회의 검찰 개혁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방안이 최선입니다.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법안이 신속하게 법사위에서의 심사와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게 된다면, 조국 정국의 출구는 확보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때 역사적 소명을 담당한 조장관은 자유로운 몸이 되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참고문헌>
이상현, 박윤주,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치의 부상과 퇴조의 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