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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양극화와 선거제도] 비례대표제 확대와 의원 정족수 확대가 양극화 완화에 기여



폭우가 쏟아지자 반지하는 화장실 변기의 오물이 거꾸로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반면 같은 시간에 저택의 푸른 잔디밭에 설치된 미제 텐트에는 물 한 방울 스며들지 않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이 같은 두 공간을 대비시키면서 양극화의 심각성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춥니다.


참담한 대비를 지켜보는 와중에, 그 격차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자연히 떠오릅니다.


이에 대한 답은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정치 제도와 정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집니다.   


 

◆ 양극화 해소와 약자들의 시장에서의 길항력


양극화는 강자가 약자를 압도하는 힘의 불균형을 말합니다. 즉 자본과 노동,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가난한 자 간의 힘의 불균형 상황으로 묘사됩니다. 


때문에 힘의 불균형을 균형으로 조정시키는 것이 양극화 해소에 대한 해법이 됩니다.


정치의 목표도 이와 같은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기여하는, 제대로 된 정치체제의 구축에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 체제에선  정치영역에서 다수의 약자가 소수의 강자와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노동이 자본과,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청년이 장년과,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과 정치의 장에서 동등한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최태욱)


이 같은 약자들에게 제공되는 시장에서의 길항력(countervailing power)은 악화되는 양극화와 소득불평등의 완화에 기여하게 됩니다.


때문에 제대로 된 정치체제 구축의 핵심은 어떻게 약자들에게 정책 및 제도를  통해  시장에서의 길항력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선거제도 개혁과 약자들의 대항력


이는 선거제도의 개혁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약자들의 시장에서의 대항력은 이들의 의사가 정책 결정과정에 제대로 투입되는 대의제 민주체제를 통해 형성되는데, 이러한 체제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선거제도, 즉 비례대표제 확대로부터 비롯된다는 지적입니다.


이 제도에선 이념적 또는 정책적으로 소수의 지지를 받는 정당들이 자체적으로 의석을 확보할 수 있어,  사회약자들을 위한 재정지출을 확대하는데 힘쓰게 됩니다. 그 결과 재정정책의 재분배 효과가 커지게 됩니다. .   



◆재정정책의 재분배 약화 원인은 선거제도와 관련 있어


우리나라의 재정정책의 재분배 효과가 OECD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도 이처럼 사회경제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정당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2011년 기준으로 OECD28개국들의  재정정책 이후 가처분 소득 기준의 평균지니계수(0.312)가 시장소득 지니계수(0.474)에 비해 0.162하락하였습니다.  지니계수 하락 폭인 지니갭은 백분율로 환산하면 34%인데, 이는 재정정책의 소득불평등 개선율이라 불립니다.


반면 한국은 소득불평등 개선율이 평균이하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OECD 28개국 중에서 가장 낮은 0.342의 지니계수를 나타냈지만, 가처분 소득 기준의 지니계수는 0.311로 나타나 28개국 중에서 16위로 높아졌습니다. 이는 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낮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소득불평등 개선율을 보면, 한국(9%)은 칠레(5%)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는 우리나라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의 유효성은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소득분배 개선효과가 작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소득재분배 기능과 관련하여 정부의 재정정책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소극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조세정책과 재정지출정책을 시행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2012년 기준으로 경제규모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10.4%)이 OECD회원국에 비해 낮은 수준(21.1%)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민)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GDP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규모는 OECD35개국 중 3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소득재분배를 위한 우리나라의 재정지출(법정재정지출과 추경등의 재량적 재정지출)이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나게 된 것은 현행의 승자독식의 다수제 선거제도가 양당체제를 고착화시켜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들의 출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구 대비 의원 수 증원


소외계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여 양극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은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고 인구 대비 의원정족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선거제도의 비례성이 높은 국가에서 소득불평등의 완화정도가 크게 나타나고, 인구 대비 의원수가 많은 국가에서도 같은 양상을 나타냈다는 연구는 주목할 만합니다. (최승문)


이 연구는 비례대표제 확대와 인구 대비 의원수의 증원은 다양한 계층의 고충을 대변해주는 정치인들이 많아지게 되어, 사회경제약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를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의원수 확대가 정치인과 국민사이의 거리를 가깝게 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구대비 의원 수가 많은 국가에서 국가 청렴도가 높아진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정치인 한명이 가지는 권력을 약화시켜 부패를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효과를 가져 오기 위해선, 비례대표 선출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또한 의원 정원 증대로 인한 비용증가는 의원의 구시대적 특권과 특혜를 줄이는 방향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 패스트트랙 지정은 不可逆적


소득의 양극화 및 분배 악화의 문제는  거시경제의 관점에서 인적자원을 고르게 활용하지 못하여 성장잠재력을 악화시킬 수 있고,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계층 간 갈등의 심화로 사회 불안정이 증대된다는 지적입니다. (정민)


이와 같은 소득 양극화의 원인은 제도·정책의 맹점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비례대표제 확대와 의원 정족수 확대로의 선거제도 개혁이 재정정책의 소득 재분배효과를 높여, 소득 양극화를 완화시키는데 기여합니다.


또한 해외국가들의  사례에 의하면, 비례대표제등의 확대로 정부지출이 늘어나지만 수입 또한 늘어나 선거구 크기의 증가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지는 않는다는 분석입니다. (최승문)


결국 선거법 개정의 패스트트랙 지정이 한국의 사회정책과 거시경제정책의 발전과 결부되어 있는  소득 양극화 완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부인 할 수 없어, 패스트트랙 지정은 不可逆적이며, 이의 철회는 反改革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최승문, “선거제도와 재정정책: 기존 논의와 향후 연구방향”
최태욱, “정당정치의 실종과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
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