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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비례대표제] 우리 정치 시스템의 지향점은 배제 아닌 포괄, 포용의 정치 시스템 구축에 있어

우리의 공동체가 따뜻한 온기를 늘 품기 위해선,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사회의 냉기는 균열과 갈등으로부터 비롯되고, 이 같은 갈등과 균열의 해소는  포괄과 포용의 정치 시스템의 구현과 맞물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양당제 vs 다당제


한 사회에서 사회적 균열이 존재하면, 이 같은 이슈를 다룰 정치적 대리인, 즉 정당이 요구됩니다.


그런데 사회구조에 적합한 정당이 양당체제인지 다당제인지의 선택은 사회에서 제기되는 이슈의 특징으로 결정됩니다. 


만일 사회가 단지 한 차원의 이슈, 사회경제적 차원의 이슈에 집중한다면, 좌파정당과 우파정당의 양당체제가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좌-우 대결로부터, 문화-인종적 이슈・ 도시-농촌이슈・ 도덕-윤리적 이슈등 각론으로 논쟁이 펼쳐지는 경우, 다차원적 성격들을 반영할 정당들의 수가 강조됩니다.  


결국 하부구조로서의 다당제의 정착이 사회적 균열들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 다당제가 정착되기 위한 필요조건, 비례대표제


다당제가 정착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이에 조응하는  선거제도의 정립입니다.   달리 말해, 선거제도의 변화가 정당체제의 변화를 불러오게 됩니다.


선거제도의 유형에는 다수대표제(plurality majority system)와 비례대표제(proportional representation system)가 있습니다.


다수대표제는 승자독식모델로, 단순다수표 또는 과반수표를 획득한 후보만이 당선되어 승자가 되고, 다른 후보자는 그의 득표가 사장(死藏)된 채  패자가 됩니다.  때문에 다수대표제는 승자가 의회의석에서 과다 대표되고 패자가 과소대표되는 경향을 드러냅니다.  


비례대표제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는 선거제도입니다.  큰 정당을 과대 대표시키고 작은 정당을 과소 대표시키는 다수대표제와는 달리, 정당들의 득표율에 비례해서 그들에게 의회의석을 배분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소상공인 정당, 다문화정당등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는 세력들이 의회에 진출하게 됩니다,


따라서 선거제도의 하나인 비례대표제가 다당제를 정착시키는 하부구조로 자리하게 됩니다.


결국 사회적 균열을 정당체제의 형성으로 연결하는 매개가 선거제도인 셈입니다. 선거제도가 정치체제의 초석으로 간주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아가 군소정당들이 집행부 내각에 연정의 형태로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선거제도가 정당체제에 영향을 미치고, 정당체제가 권력구조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미국에서 비례대표제가 폐지된 이유와 그 시사점


미국에서는 현재 비례대표제가 실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1930년대 까지 상당히 널리 시행 되었던 지역적 비례대표제마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폐지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비례대표제가 인기를 얻는데 실패한 이유는 주류 기득권세력이었던 백인 토박이 미국인들이 새로운 이민자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유리한 비례대표제를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57년 신시내티 공화당 조직은 비례대표제가 블록투표를 보장한다는 비난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블록투표는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기준에 따라 투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캠페인은 ‘비례대표제가 유지되면 흑인이 차기 시장에 당선될 것이다’라는 식의 소문을 퍼뜨리면서, 비례대표제 폐지에 목표를 두었습니다.


그 결과 백인 선거구에서는 2대1의 차이로 비례대표제 폐지 쪽에 표를 던졌고, 흑인 선거구의 유권자들은 4대1의 표 차이로 비례대표제 유지를 지지했습니다.


미국의 비례대표제도의 폐지가 주는 시사점은  보수주의 세력의 힘이 너무 강력할 경우 비례대표제는 설 땅을 잃게 된다는 점입니다.



◆비례대표제는 복지지출수준을 높이고 재분배에 의한 소득불평등을 감소시켜



사회의 균열들을 치유하는 다양한 사회세력들의  의회 진출을 촉진시키는 비례대표제는 사회복지를 증대시키고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실증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우선 반사실적 사고로, 역사적으로 비례대표제가 실시되었다면 사회복지의 후퇴를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970년대 영국의 복지 축소가 이에 대한 실례입니다. 전후 강력한 복지국가를 구축했던 영국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복지후퇴를 경험합니다. 이는 영국의 다수대표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산재보험제도(1897), 노인연금(1908), 건강보장과 실험보험(1911)등 20세기 초에 복지제도를 구축했던 영국이 1970년대 경제 불황기에 비례대표제를 선거제도로 채택하였다면, 영국의 복지체제는 그리 쉽게 축소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영국처럼 소선거구제에 기반 한 다수대표제에서, 정당은 일반적으로 자기 지역구에 편익이 한정된 분배정책을 선호합니다. 반면 비례대표제의 정치인은 국가적으로 시행되는 급여, 서비스등의 재분배정책에 관심을 둡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비례대표제하에서 국가단위의 보편적 복지의 대폭 축소등은 현실화되기 힘듭니다.  보편적 복지축소는 비례대표제에 기초한  다수당의 권력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가 비례대표제와 복지국가의 복지지출 및 소득재분배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 OECD의 32개 회원국가들을 대상으로 패널 회귀분석한 한 연구에 의하면, 선거제도의 당선결정방식(다수제/비례대표제)이 복지지출 비중과 소득재분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신동면)


이 연구는 다수제 선거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보다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에서 GDP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이 높으며, 복지국가의 재분배정책에 의한 소득 불평등 감소 규모도 크다는 결과를 제시하였습니다.  보편적 복지국가와 비례대표제는 서로 제도적 친화성을 갖는다고 지적합니다.


OECD 21개국에 대해 1996년부터 2007년까지의 관련 데이터들을 모아, 선거제도와 복지지출간의  상관관계를 실증 분석한 또 다른 연구에서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국가들이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GDP대비 총 복지지출 비중에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의룡)


이처럼  소득불평등 감소를 위한 재분배 정책은 다수제보다 비례제에서 더 적극적으로 수행되고 있습니다.



◆비례대표제가 복지친화적인 선거제도인 이유


비례대표제가 복지친화적인 선거제도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비례대표제가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시키고, 개별적인 지역이익보다 거시적인 공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수제 모형은 승자독식형 체제이며, 비례제의 합의제 모형은 권력분산형 체제라는 점도 비례대표제의 복지지향성을 설명하는 근거가 됩니다. 권력이 분산될수록 소수 집단의 의견을 반영해야 되므로 더 평등한 정책결과가 유도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해석은 인물투표를 촉진시키는 선거제도, 즉 다수대표제가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가설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문우진)


정당투표에 의거하고 있는 비례제와 달리, 다수제는 인물투표를 촉진하는 제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물투표 촉진제도는 후보와 특정 지지자들 간의 미시적 후원관계를 발전시키는 결과,  정치인들이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거시적 공공정책을  산출하고자 하는  동기를 억제시킵니다. 


또한 후보투표를 촉진하는 선거제도에서는  투표결정이 후보의 개인적인 특성에 좌우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유권자의 계층적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후보투표를 촉진하는 선거제도를 채택한 국가에서는 우파정당이 저소득층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좌파정당이 고소득층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보다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점들이 인물투표를 촉진시키는 선거제도(다수제)가 우파정당에게 유리하게 작동하여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이유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결국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도입은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키는데 기여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시스템의 방향성은 포괄의 정치, 포용의 정치 실현 


우리나라의 정치시스템의 방향성은 배제 아닌 포괄의 정치에 있다는 지적입니다. (최태욱)


이는 모든 시민들이 자유롭게 정치에 참여하여, 지배연합집단(winning coalition)이 누리는 승자독식의 현상을 타파하고, 그 결과 사회적 균열과 갈등이 해소되는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정치시스템의 지향점은 강자와 약자 모두가 정치시스템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는 포괄(포용)의 정치(politics of inclusion)의 구현에 있습니다. 


이를 위한 실천의 형태가, 복지지향적인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여, 다당제에 의한 합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다당제는 聯政의 권력구조를 낳습니다.


지배연합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반복지세력들의 저지를 뚫고 사회경제적 약자들인 친복지세력들이 제도화된 정치무대로 나서는 것이야 말로 포괄의  정치 실현의 전제가 됩니다.


이를 통해 정치세력 상호간의 의존과 협력이 이루어지는 권력구조, 즉 합의제 민주주의가 연정의 형태로 성립될 수 있습니다.


결국 포괄성과 포용성의 정치, 협의주의 정치에 사회적 약자들과 강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경제 거버넌스가 구현된다면, 우리의 공동체엔 늘 온기가 흐르며 촉촉이 물기가 적셔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참고문헌>

최태욱(2011), “복지국가 건설과 포괄정치의 작동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

신동면(2014), “선거제도가 공공사회복지지출과 소득재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정의룡(2015), “선거구 제도가 복지지출에 미치는 정책효과 분석:OECD국가들을 중심으로

문우진(2011), “정치정보, 정당, 선거제도와 소득불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