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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소득주도성장]보수진영, 비실용적 정치공세 멈추어야

논쟁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선  견해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가져와야 합니다.  예컨대 ‘정치인 A씨의 머리카락 숫자가 몇 개인가’라는 논쟁은 무의미합니다. 사람마다 그 숫자를 달리 주장해도 그의 머리카락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논쟁에서 실용주의적 태도가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근래 정치권에서 뜨겁게 펼쳐지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를 둘러싼 논쟁에도  실용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보수진영은 소득주도 성장(임금주도성장)이 총수요를 줄이고 양극화를 부추기는 ‘망국적’ 정책으로 이해하고 있는 반면, 진보진영은 총수요를 늘리고 소득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책으로 수용합니다. 


하지만 임금주도 성장 논쟁은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다툼일 수 있습니다.  양진영이 임금주도성장에 대해 현격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각 진영이 생각하는 총수요논리회로를 각각 적용해도  이에 따른 정책 실행의 개별 결과들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어서입니다.



◆ 보수 진영, 소득주도성장에 왜 민감하게 반응하나?: ‘법인세 논쟁 시즌Ⅱ’


자유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망국적, 괴물, 한 놈만 팬다’라는 험악한 용어를 동원하며,  소득주도성장정책에 이례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보수의 품격을 스스로 무너뜨릴 정도로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격앙되게 대응하고 있는 겁니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이 그저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이는 소득주도 성장이 보수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영의 믿음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보수진영은 소득주도성장이  대기업들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강하게 믿고 있는 듯합니다. 때문에 소득주도성장논쟁이 과거 치열했던 ‘법인세 논쟁’을 떠올린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단위노동비용의 하락 → 경제성장


임금주도성장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임금이 수요의 원천인가 비용인가라는 점에 있습니다. 


보수 야당과 언론이 최저임금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소득주도 성장 폐기를 시도하고자 하는  배경엔, 임금인상은 비용이 되어 대기업의 이윤을 낮춘다는 믿음이 깔려있습니다.


달리말해 사실 소득주장을 폐기하라는 보수야당들과 보수언론들의 주장의 기저에는 임금인상이 성장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라는 신고전학파 이론이 놓여있습니다.  


주류경제학은 노동시장유연화등으로 인한 노동비용절감은 소비를 낮추는 부작용이 있지만, 기업의 이윤과 유보를 늘려 투자를  유도하고 수출을 늘린다고 주장합니다. 


이를테면 독일의 하르츠 개혁,  한국의 비정규직과 단시간근로 증가를 통한 단위노동비용하락은 기업의 수익성과 유보를 늘려 투자를 촉진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인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투자와 수출이 늘어 유효수요가 증가하여 균형소득이 증가합니다. 또한 증가한 유보는 연구개발등에 투자되어, 공급면에서 혁신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 노동소득분배율의 상승 → 총수요증가


반면 임금주도성장을 고안한 포스트 케인즈주의자들은 실질임금인상등으로 높아진 노동소득분배율이 소비를 늘려  총수요를 증가시킨다고 주장합니다.


임금주도성장은 신자유주의정책의 대안 전략으로 부상하였습니다. 포스트케인주의자들은 노동시장유연화, 임금인상억제, 사회지출억제, 세금삭감등 신자유주의의 정책들이 노동소득을 낮추어 과소소비를 초래하였고,  이러한 소비부족이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으로 진단합니다. (윤홍식)


이런 맥락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여 노동소득분배율을 개선하는 것이 경제 위기의 탈출이 됩니다.  노동자들의 소득증가는 소비를 늘려 총수요증가로 이어집니다. 또한 정부의 소득재분배를 통한 사회지출의 증가도 노동자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노동소득분배증가가 총수요를 높이는 경로


그럼 실질임금의 증가가 총수요증가를 담보할 수 있을까요? 포스트케인지안, 칼레츠기 모델은 실질임금의 증가가 투자와 수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총수요증가를 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 주장은 다수의 실증연구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①소비 (국내소비)
먼저 소비는 소득의 함수인데, 노동소득의 감소, 즉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은 소비의 감소로 연결됩니다. 


소득은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의 합입니다. 그런데 노동소득이 감소하고 자본소득이 증가할 경우, 전체 소비는 감소할 수 있습니다. 이는 노동소득의 한계소비성향이 자본소득의 한계소비성향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결국 노동소득의 상대적 위축이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②투자
투자는 가동률, 자본소득분배율과 실질이자율의 함수입니다. 기업이 노동비용을 줄여 이윤과 유보를 늘릴 경우 투자가 증가한다는 것이 신고전학파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노동소득분배율의 저하가 투자를 늘릴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제학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1997년 이후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은 주로 임금소득 하위 70%와 자영업자 소득이 낮아진 것과 관련 있습니다. 그런데 투자의 대부분은 대기업이 담당하고 있어, 노동소득분배율하락과 대기업의 투자와는 무관하다는 겁니다. (윤홍식)


특히 민간투자는 국가의 산업정책과 공공투자에 의해 유도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윤홍식) 이윤이 늘어 쌓인 유보가 투자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③수출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이 총수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논쟁의 핵심은  단위노동비용과 순수출간의 상관관계입니다.


주류경제학은 단위노동비용의 감소가 수출경쟁력을 높여 수출에 음(-)의 효과를 야기한다고 주장합니다.


독일의 하르츠개혁에서의 미니잡 증가와 파견근로증가에 따른 기업의  단위노동비용의 하락이  수출의 비용경쟁력을 강화하여 순수출을 증가시킨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서 노동소득분배율 하락, 자본소득분배율 증가가 순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노동집약적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에 덜 민감한 자본집약적 상품을 수출하는 국가는  수출에서 비용하락보다 품질을 높이는 비가격경쟁, 환율등을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독일의 수출증가에 하르츠 개혁에 의한  단위노동비용하락의 영향보다  환율효과가 지대하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④총수요
종합적으로, 실질임금의 하락과 기업소득의 증가가 자본소득분배율을 높이게 되면, 총수요는 감소하게 됩니다. 노동소득 분배율의 감소는 소비를 낮추고, 투자와 수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균형소득을 높이기 위해 노동소득분배율의 상승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국은 임금주도체제에 친자본적 분배 


 
앞의 소비 투자 수출이 총수요에 미치는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임금주도성장체체로 구분됩니다. 노동소득분배율의 상승이 소비를 높이고 투자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 총수요를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실제로 수출주도형 경제에 기초하여 분배정책이 친자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은 임금 주도체제임에도  자본소득분배율을 높이는 친자본적 분배정책이 펼쳐진 탓에, 경제는 불안정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누구의 소득을 높여야하나? (윤홍식)


한국의 경제체제가 임금주도체제로 구분되는 가운데, 임금과 사회지출은 총수요를 늘리는데 기여합니다.


그런데 누구의 소득을 높여야 총수요 진작에 도움이 될까요? 고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이 저소득층의 그것보다 낮다는 점은 이에 대한 답을 제공합니다. 이에 근거해 볼 때,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과 영세자영업자들의 소득을 높여야 소비가 늘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저소득층 소득을 높이기 위한 정책의 성공은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영세자영업자나 영세중소기업 고용주들의 인건비 인상부담을 완화하는데 달려 있다는 지적입니다. 

 


◆보수진영, 비실용적 정치공세 멈추어야


소득주도성장은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노동소득과 사회지출을  높여 총수요를 높이는 정책입니다. 


이제 글의 앞부분에 언급한 질문의 해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먼저 보수진영은 소득주도 성장(임금주도성장)이 총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노동소득분배율과 총수요간의 양(+)의 인과관계는  소득소득분배율 변동이 투자와 수출에  영향을 주지 않거나, 노동소득분배율증가가 소비에 미치는 양(+)의 효과가 투자・수출에 미치는 음(-)의 효과를 압도할 때 성립될 수 있는데, 다수의 실증분석들은 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그간 수출을 통해 쌓아 올린 막대한 유보는 설비투자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업무 무관한 자산에 다수 투자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수출에서 가격경쟁보다 비가격경쟁이 중요시되고 있어, 노동소득분배율의 증가와 수출 간의 상관관계는 유의하지 않습니다.


둘째로, 임금과 사회지출을 늘리는 소득주도성장이 대기업의 이익을 줄일 수 있다는  보수진영의 우려는 아예 검토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즉 노동소득분배율의 증가가 기업유보축적을 막아  대기업의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억제한다는 언급은 논쟁에서 각하됩니다.


이유는 임금주도성장과 소득재분배의 정책의 타깃은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자와 그들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이기 때문입니다.


달리말해 설사 임금증가가 투자와 수출을 줄인다는 신고전학파의 주장을 수용한다 해도, 이러한 임금증가는 대기업의 이익과  하등의 관련이 없습니다.  노동소득분배율의 증가는 저소득층들을 고용하는  고용주들과 관련 있는 사항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소득주도성장(임금주도성장)이  대기업들의 이익 변화의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면, 보수진영은 소득주도성장논쟁이 비실용적 정치공세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윤홍식(2018), “소득주도성장과 한국 복지 체제의 유산”
주상영(2017),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비판과 반비판”
강병구(2018), “소득주도성장과 조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