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2기에 접어든 2018년 7월, 보유세는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 서 있습니다. 이유는 종부세가 미실현소득에 대한 과세에다, 거래세인 취득세와 달리 매년 내는 세금이라는 점, 그리고 자가소유 주택에 과세한다는 특징 때문입니다.
특히 1세대1주택의 고액주택거주자들에게 다주택자보다 유리한 차등적인 과세 혜택을 부여할지가 논란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의 해소에 대한 실마리는 종부세의 과세 근거와 목적을 명확히 밝히는 것입니다.
◆ 재산세 과세 근거 : 이익설
국가가 주택과 토지에 보유세를 부과하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먼저 미실현소득에 과세하는 보유세(재산세, 종부세)의 부과 근거는 보유세가 공공재의 교환이라는 이익설과 맥을 같이 합니다.
우리가 시장에서 재화를 구입하면 물건 값을 지불하듯이 국가가 제공한 공공재의 편익에 대해 지불한 돈이 보유세(재산세)입니다. 이를 테면 지역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가 건립한 공원, 체육시설등을 향유한 대가로 보유세(재산세)를 납부합니다. 보유세는 공공재의 편익에 대해 과세 한다는 의미로 응익세로 분류됩니다.
◆종부세 과세 근거
국가는 지방세인 재산세에 더해 국세인 종합부동산을 부과하고 있습니다.(이중과세조정을 위해 종부세세액에서 재산세 전액이 공제 됩니다.) 고액의 주택과 토지를 과세 대상으로 하는 종부세는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높이는데 과세 취지를 두고 있습니다.
종부세 과세를 통해 조세 부담의 형평성이 높아지는 이유는 종부세가 부동산의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미진한 소득세 기능을 보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① 불로소득 환수
부동산의 불로소득은 자본이득과 지대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자본이득은 토지가치가 상승하여 발생하게 됩니다. 주택가격이 치솟는 배경도 토지가치가 상승한 탓이 큽니다.
△ 지가 상승 요인은?
그런데 투기등으로 토지가치가 치솟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토지의 공급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재화의 경우, 수요가 증가할 때 공급이 늘어 가격 변동폭은 크지 않습니다. 반면 토지의 경우, 수요가 늘어도 토지 공급은 늘지 않습니다.
따라서 토지 가격은 토지 수요에 따라 결정되어, 투기수요가 발생할 때 토지 가격은 급등하게 됩니다. 이런 토지 가격의 급등은 다시 투기수요를 촉발하여 지가상승의 악순환을 야기합니다.
투기 외에도 토지 수요가 늘어 지가를 끌어올리는 것에 대한 설명력으로 ‘집적이익’이 있습니다.
한 지역에 특정 기능이 집적하게 되면 비용이 줄어들게 되는 것처럼, 편익시설의 집적은 주민들의 활동에 따른 비용을 감소시킵니다.
예를 들어 병원, 지하철, 공원, 쇼핑센터, 문화시설등에 접근성이 우월한 거주지는 주민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게 되어 삶의 후생을 높이며 개인 활동의 생산성을 높입니다.
이렇게 편익시설이 집적되어 개인 생산성을 높이는 지역은 소비자들 간에 획득 경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생산성이 높은 지역과 열등한 지역 간의 편익의 차이는 지대로 나타나고, 비싼 지대들은 자본화되어 지가를 끌어올립니다.
△집적이익을 창출하는 힘은? 지가를 끌어올린 동력은?
그런데 집적이익을 창출시키는 근본적인 힘은 무엇일까요?
이는 기본 공공서비스 및 공공시설들의 공급입니다. 관공서・ 공원・ 파출소・ 지하철・ 공원・ 체육시설등의 공공서비스가 지역에 공급될 경우, 뒤를 이어 영화관・ 쇼핑몰・ 병원등 민간 편익시설들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렇게 공공서비스 제공이 그 지역의 집적이익을 창출하는 동력이 됩니다.
예를 들어 잠실새내역 부근에 위치한 아파트들이 고가로 평가받게 된 배경도 집적 이익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33.73평형 엘스아파트는 7월 1일 기준으로 14억 2천만원과 16억3천만원 사이에 호가되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의 내부를 살펴보면 그곳은 흔히 볼 수 있는 30평대 아파트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도 매매가는 판교에 위치한 고가단독주택에 버금가는 가격입니다.
80~90년대만 해도 잠실동엔 5층의 주공 1,2,3,4단지와 15층의 5단지 아파트가 위치해 있었습니다. 5단지 아파트를 제외하고 1~4단지 아파트는 서민아파트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아파트 부근 입지 환경도 그다지 우수하지 않았습니다. 석촌 호수가 웅덩이처럼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고, 생활 편익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후반 주공 1~4단지 부지에 고층아파트가 세워지고, 이 지역이 부촌의 대명사로 불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고가 아파트를 태동시킨 씨앗은 잠실벌의 1988년 서울 올림픽 경기장들과 야구장등 공공시설의 건립이었습니다. 이후 서울 올림픽에 즈음하여 1980년 후반 석촌호수 주변에 호텔, 백화점, 놀이공원등이 세워지면서 유동인구가 증가합니다. 이에 따라 각종 편익시설들도 늘게 되고 곧 이어 재건축 아파트들이 세워집니다.
이런 맥락에서 2008년 주공 1단지 부지에 세워진 엘스아파트가 고가 아파트로 인식된 것은 서울 올림픽 경기장 건립을 발판으로 각종 편익시설들이 자리하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시설이 지역의 지대와 지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 것입니다.
△공공가치는 불로소득을 가져와
토지의 가치는 공공서비스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지가 상승과 관련하여 쉽게 망각되는 점은 기본 공공서비스는 그 지역 주민의 노력이 아닌, 사회구성원 전체의 희생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지하철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 공공 편익시설은 국민 모두의 기여인 세금에 의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상승한 지가처럼 사회전체의 노력에 의해서 창출된 가치는 공공가치(public value) 또는 우발이익(winfall)이라 불립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이 들어서게 되면 택지의 소유자는 아무런 개인적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얻습니다.
때문에 지가 상승을 초래한 공공가치는 불로소득의 일종으로 구분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공공가치가 개인에게 귀속된다면 빈부격차는 더욱더 심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고액주택에 종부세를 부과하여 공공가치를 환수하는 제도는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기보다 국민이 바친 세금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당연한 장치로 이해되는 이유입니다.
②소득세 기능 보완
종부세가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것은 누락된 소득에 과세 하여 소득세 기능을 보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누락 소득이란 귀속임대소득(imputed rent)을 말합니다. 자가점유자에 대한 귀속임대료는 타인에게 임대해 발생한 소득과 달리 비과세 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집에 발생하는 임대료인 귀속 임대소득이 어떻게 소득이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포괄소득(comprehensive income)이라는 개념이 인용됩니다. 여기서의 소득은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의 증가로 정의됩니다.
이 논리에 근거할 때, 귀속임대소득은 경제력을 높이는데 기여합니다. 예를 들어 갑과 을 두 사람은 동일하게 연 5,000만원의 근로소득을 올리고 있고, 모두 월세 100만원 수준의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갑은 월세 집에 살고 있고 을은 자가 주택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두 사람의 실질 경제력은 얼마일까요? 갑의 경제력은 연 소득 5,000만에서 연 임차료 1,200만원을 제외한 3,800만원입니다.
반면 자가 주택자인 을의 실질소득 5,000만원입니다. 소득의 실질 흐름은 근로소득 5,000만원, 1년치 자가 임대료 1,200만원, 1년치 자가 임차료 1,200으로 구성됩니다. 이는 을이 자신의 집을 A에게 임대하여 벌어들인 임대소득 1,200만원으로 B의 집을 임차하는 것과 실질이 같기 때문입니다.
갑과 을의 소득 흐름을 달리 표현하면, 갑의 소득은 5,000만원인 반면, 을의 소득은 근로소득 5,000만원과 절감되는 임차료 1,200만원을 합하여 6,200만원에 해당됩니다. 을은 소비할 수 있는 경제력이 갑보다 1,200만원 더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을의 소득인 자가임대료 1,200만원에 과세 할 때, 각 경제 주체들의 증가된 경제력은 제대로 평가될 수 있고 이에 따른 조세 형평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OECD 국가 중 네덜란드, 스위스, 룩셈부르크, 아이슬란드, 슬로베니아등은 주택의 귀속임대소득에 과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소득세는 자가임대료를 과세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어, 종부세가 미진한 소득세에 대한 보완의 기능을 담당하게 됩니다.
이런 논리에 수긍한다 해도, 미실현소득에 과세할 경우 납세가 쉽지 않다는 반발이 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은퇴한 노년층에 귀속임대료를 과세 할 경우,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세법은 연령별 공제와 보유기간별 공제를 통해 담세력이 제한된 납세자들에게 일부 ‘회로차단’의 성격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70세 이상의 납세자에게 세액의 30% 공제혜택을 부여하고 있고, 10년이상 거주자에겐 40% 공제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세 부담의 상한을 두어, 당해연도 세액이 전년도 세액의 100분의 150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액을 공제합니다.
◆종부세 과세가 가렴주구?
1세대 1주택을 포함하여 고액주택에 과세하는 근거는 명확합니다. 이는 공공서비스가 토지 가치를 증가시켜 불로소득을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노력이 아닌 국민들의 희생으로 증가한 가치에 대한 불로소득을 국가가 환수하여 국민들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종부세 과세의 명확한 근거가 됩니다.
또한 종부세는 1세대 1주택자의 귀속임대소득의 비과세에 대한 보완의 성격을 띠고 있어,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데 기여합니다. 게다가 담세력에 제한이 있는 노령층에 대한 배려로 세법은 공제혜택을 부여 하고 있습니다. 고액 1세대1주택의 종부세 과세가 정부의 苛斂誅求(가렴주구)의 과세방법으로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참고문헌>
이정전(2015), 「토지경제학」
전강수(2012), 「토지의 경제학 : 경제학자도 모르는 부동산의 비밀」
남기업외(2017), “부동산과 불평등 그리고 국토보유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