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유세 개편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일반 균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보유세의 변화는 경제 정의와 효율의 양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경제 정의만을 향한 추구가 자칫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경제 성장을 잠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세와 정의
조세체계 개선의 큰 틀은 국제 비교에서 뒤쳐지지 않는 국민 부담률(조세 부담률)과 그 구성요소간의 조화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낮은 국민 부담률과 왜곡된 조세 구성 비율이 경제 정의실현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과 조세부담률은 비교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2013년 OECD에서 출간한 Revenue Statistics 자료에 의하면, OECD 회원국과 한국의 평균 국민부담률은 각각 34.1%, 25.9%입니다. OECD 회원국과 한국의 조세 부담률은 각각 25.0%와 19.8%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국민부담률과 조세부담률은 회원국 중 체코, 일본, 멕시코, 미국등과 함께 낮은 수준에 위치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국민 부담률이 낮은 가운데, 일부 조세 구성은 경제 정의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재산과세(보유세, 상속증여세, 거래세등으로 구성)비중은 국제비교에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의 같은 자료에 의하면 GDP 대비 재산과세(Property Tax)의 부담률에서, 우리나라는 3.0%로 OECD회원국 평균 1.8%에 비해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34개국 회원국 중 영국(4.2%), 프랑스(3.7%), 캐나다(3.3%), 미국(3.0%)등이 한국과 함께 재산과세 부담률이 높은 국가에 속하였습니다.
총 세입액 대비 재산과세 부담률에서도 한국은 11.4%로 미국(13%), 영국(11.7%)등과 함께 상위권(OECD회원국 평균은 5.4%)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가 국민부담률이나 조세 부담률에서 낮은 수준이지만 재산과세 부담률에선 높은 수준을 보인 것은 부동산 거래세 비중이 OECD회원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OECD회원의 GDP대비 평균 부동산 거래세 비율은 0.4%인 반면, 한국의 그것은 1.9%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GDP대비 부동산 보유세 부담률은 0.8%로 OECD회원국 평균 부담률인 1%보다 낮았습니다. 영국과 미국의 GDP대비 보유세 부담률은 각각 3.3%, 2.9%로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총세입액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면에서도 우리나라(3.1%)는 미국 (12.6%), 영국(9.5%), OECD회원국 평균(3.3%)에 비해 낮았습니다.
부동산 자산이 주를 차지하는 비금융자산의 국민순자산에서의 비중에서, 우리나라는 65.7%로, 미국의 29.6%보다 현격히 높았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GDP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은 높을 것으로 예상될 수 있지만, 실제로 미국보다 더 낮은 수준입니다.
결국 우리나라의 조세체계는 국제비교에서 낮은 국민 부담률, 높은 GDP 대비 거래세 부담률, 낮은 보유세 부담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낮은 국민 부담률은 재정을 통한 낮은 재분배효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또한 낮은 보유세 부담률은 소득 불평등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조세체계의 총체적인 개선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 조세와 경제성장
그런데 조세 정의구현과 아울러, 조세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외면할 수 없는 측면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부동산 보유세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다면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먼저 실증분석에 의하면 보유세 인상은 단기간에 거시경제에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박준외) 보유세 인상 충격이 있을 경우 정부지출은 상승하는 반면 부동산 자산시장 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음의 富의 효과를 초래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민간지출은 최초에는 음의 영역에서 출발을 하나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음의 영역이란 보유세 인상이 단기적으로 부동산 자산을 소유한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를 통해 민간 소비를 감소시키고 건설 산업등의 투자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민간 지출이 상승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유세 인상이 거시경제에 긍정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누적된 보유세 인상과 이에 따른 富의 재분배 효과가 총수요를 높일 수 있어서입니다.
이 때문에 부동산 보유세인상은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의와 효율을 함께 고려
조세 개혁은 조세정의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형국에 놓여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조세정의만의 추구는 경제성장을 놓칠 우려를 내포하고 있고 그 역도 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의와 효율의 균형적인 조화가 요구됩니다. 달리 말해 보유세 인상으로 소득불평등등 불로소득의 폐해를 시정하고자 하는 공정경제구현의 한 측면과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경제성장의 또 다른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는 조세 개혁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조세 체계의 개선은 국제 수준으로의 조세부담률 인상의 비전하에, 그 구성면에서 보유세의 단계적 인상, 거래세의 조정, 여타 조세의 조정등을 통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재산과세 뿐만 아니라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조정, 부가가치세 세율 조정등을 함께 고려해야 일반 균형의 조세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참고문헌>
박준, 이태리 (2016), “부동산 보유세 변화의 거시경제 파급효과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