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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기식 사태] 문재인 정부의 정책 딜레마 : 정체성의 위기는 전진의 밑거름

# 내란이 발생한 나라가 있습니다. 어떤 한 정치인은 내란과 관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정치인이 내란죄를 짊어진다면 내란이 종식되고 다수의 인명이 구해집니다.


이때 그 나라의 정책담당자들은 고민에 빠집니다. 그 정치인으로 하여금 내란죄를 감당하도록 하는 것이 정책결정자들의 최적의 결정일까요? 아니면 억울한 정치인의 인권을 지켜주는 것이 바람직한 결정일까요?


공익 추구는 정책입안자들에겐 매력적이고 솔깃한 유혹이 됩니다.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이 정책 결정의 기준이 될 수 있기에, 결과론적인 관점에서의 입법과 정책은 정당성을 확보하는 옳은 결정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공리주의가 강조되어 공익을 강화하면 공익의 논리에 의해 소수자의 이익이 희생되거나 과정이 무시될 수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새로운 정체감의 탑재를  요구합니다. 



◆‘닫힌 사고 對(versus) 열린 사고’-결과가 전부가 아닐 수 있어


새로운 상황에 조응하는 유연한 정체감은 무엇일까요?  이는 ‘닫힌 사고 對(versus) 열린 사고’라는 두 가지 가치체계의 대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출대기업주도성장 vs 소득주도성장,  회계이익 vs 사회적가치,  개인의 이익만 추구 vs 배려와 공감, 기업의 이익극대화만 추구 vs 기업의 사회적 책임, 남북대결 vs 남북 화해, 결과 vs 과정 ”


앞의 두 가지 패러다임의 대비들은 자신이 속해있는 공동체의 빗장을 닫아놓느냐 열어놓느냐의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새 시대의 정체감은  자신의 공동체가 이웃 공동체와 함께 열린 공동체를 형성한다면 사회가 진보하고  발달할 수 있다는 열린 마음가짐입니다.


이는 결과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결과에 이르는 과정 또한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기꺼운 마음을  말합니다.


결국 목적(비록 공익적 목적일지라도)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것을 수단으로 소모하여도 무방하다는 공리주의적 사고체계는 이제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결과가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딜레마


김기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딜레마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개혁을 통한 공익 신장이라는 과제엔 문재인 정부의 절박함이 묻어나 있습니다.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폐해가  긴 호흡의 정책 추진이 불가능하고 단 기간에 레임덕이 나타난다는 점인데,  이런 제도의 특징은 개혁에 대한 시급성을 재촉합니다


김기식 전의원의 금융감독원장으로의 임명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집니다.  국회 정무위에서의 탁월한 업무능력에 강력한 개혁성향을 지닌 김원장이야말로 금융 개혁에 가장 부합한 인물이라는 점엔 이견이 없습니다. 금융계와 재벌들이 ‘임자’를 제대로 만난 것이지요


이러한 인선 기준은 공익성의 극대화에 초점을 둔 것으로, 결과주의에 집중한 것입니다. 

하지만 인선에서 깊이 고려되어지지 않은 점이 ‘문재인 정부는 무엇인가’라는 정체감에 대한 소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을 소중히 하며 과정을 중시하는 정체감입니다.


문제는  결과중심의 공익극대화는 과정중심, 사람중심의 사고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과에 매달리면 과정과 사람을 등한 시 할 수 있어, 두 가지 속성이 서로 충돌, 상쇄될 수 있습니다.


김기식 원장에 대한 논란의 발발은 이와 같은 정책 속성의 딜레마에 기인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법치의 차원을 넘어 기득권적 사고를 전환시킬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익성의 극대는 물론, 그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도 동시에 충족시킬 것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이중의 제약 하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운명을 안고 탄생하였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사람을 무시하고 공익극대화에 매달리면, 기득권층은 표리부동, 이율배반의 프레임으로 예리하게 공격합니다. 반면 사람과 과정을 중시하여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들은 무능한 정부라고 비난합니다. 


이처럼 사람 중심 정부는 둘 이상의 제약조건하에서 최적해를 구해야하는 고난도의 난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체성의 혼돈은 전진의 밑거름


이러한 숙명을 지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간혹 정체성의 해체를 보일 수 있습니다. 공익성에 대한 열정이 정체성을 손상시킬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정체감이 일시적으로 해체되는 것은 정체성의 위기에 빠졌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정체감이  일시적으로 해체되는 예로는  전장에서 전투불능에 빠진 군인, 출근 도중에 갑자기 사라진 회사원, 등굣길에 돌연히 가출한 학생등을 들 수 있습니다. 


정체성의 위기는 무익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위기란 회복되는가 아니면 나쁘게 되는가 하는 분기점으로, 전진인가 퇴행인가를 결정하는 순간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정체감의 위기를 극복하면, 계속성과 통합성을 지닌 진정한 정체성이 나타 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정체감은 정지가 아닌 과정(process), 명사가 아닌 동사라는 점이 강조됩니다.  의식 내부의 정체감과 사회가 요구하는 정체감이 통합되어 또 하나의 정체감을 형성하는 과정, 바로 이것이 정체감의 진수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정체감의 위기는 자책도, 비난의 근거도 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정체성의 혼돈은 공익을 향한 열정의 또 다른 측면으로 해석되며, 정체감의 본질을 향한 과정으로 이해되어집니다.  


 발달하는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정체성 혼란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잠재적인 능력을 개화시켜, 공익성과 정체성을 함께 발현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간다면, 개혁에 대한 저항을 뚫고 새 시대를 안착시키는데 국민의 응원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