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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Life & Movie]< 소공녀 > 셈하는 이성과 셈에 거스르는 이성과의 조화

목이 마른데 마시려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계산과정을 거친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목이 마르지만 지금 당장 물을 마시면 나중에 고통을 겪거나 병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입니다.


이러한 추론과정엔 셈하는 이성이 작용합니다.  가까운 쾌락과 미래의 고통을 비교하여, 고통의 무게가 쾌락의 무게를 초과하게 되면 당장의 쾌락을 택해서는 안 된다고 이성은 말합니다. 우리는 대체로 이러한 합리적 이성에 기대어 판단을 내립니다.



◆유니크한 미소


그런데 45,000원의 일당을 받는 가사도우미 미소는 ‘유니크’합니다. 이러한 도구적 이성에 친근감을 보이지 않습니다.


일과 후 12,000원짜리 위스키 한잔과 담배를 안식처로 삼고 있는 미소는 월세가 오르자 ‘고급 위스키 한잔 인가 아니면 단칸방인가?’를 두고 배타적인 선택에 내몰립니다.


‘고민할게 따로 있지?  위스키를 포기하고 그 돈으로 몸을 눕힐 단칸방을 지키는게 당연하지.’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캐리어에 그녀의 옷가지와 살림살이를 넣고, 대학 때 함께 활동한 밴드 멤버들의 집을 이리저리 기웃거립니다.  



◆ 합리적 모습들


미소의 주변 인물들의 행동은 상식적이고 예측 가능합니다.


미소의 남자 친구 한솔은 웹 툰 공모에 연이어 탈락하고, 변변찮은 월급 때문에 여자 친구와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구하지 못합니다. 그는 결국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돈벌이를 위해 사우디로 떠납니다. (이런 남자친구를 미소는 안식처로  사랑합니다.)


밴드의 멤버들의 삶과 생각도 현실적이고 상식적입니다. 결혼하고 은행대출로 집을 장만하였지만 20년이 지나야 자기 집이 된다는 후배, 자기 집에 들어오면 고생은 면한다고 자신과의 결혼을 강요하는 선배, 방 한 칸 못 구하고 자신의 집에 오랫동안 신세지는 미소를  나무라는 여자 선배,  이들의 삶의 방식과 생각은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셈하는 이성에 대한 반성


미소의 특이한 행동을 두고 논쟁을 벌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개인의 선호는 겹치지 않는 법이어서, 이를 두고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단칸방보다 위스키, 담배, 남자친구를 안식처로 더 선호하는  미소의 행동을 각자의 잣대로 재단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역도 참일 것입니다.


이 영화의 유니크함은 우리들의 합리성에 대한 깊은 뿌리의 발견일 것입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이어지는  ‘미소는 왜 그러지?’ 라는 부대낌들이 영화의 말미에 ‘내가 왜 그러지?’라는 당혹감으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이익의 극대라는  목표 하에,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셈하는 이성을 동원하고 있는 자신을 찾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결과론적 목적론적 측면과 셈하는 이성에 중독되어 있는 자아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집니다. 


때문에 셈하는 이성은 셈에 반하는 이성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됩니다.


플라톤은 영혼을  이성, 욕구, 기개로 삼분합니다. 여기서 이성은 추론적, 계산적 이성으로 욕구를 제어합니다. 기개 (thymos)는 욕구와 다른 것으로, 욕구에 압도당하는 자신을 반성하는 측면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기개는 목적중립적인  셈하는 이성과 달리, 전체 영혼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헤아리고 반성하는 능력을 강조합니다.



◆합리적 경제인의 가치에 조화를 반영하는 반성적 자아가 담긴 새로운 헌법 기대


'자유'  '창의'는  합리적 가치의 대표적 슬로건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욕구 충족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과도한 욕구실현에는 제한을 두어야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때문에 사람들 간의 ‘조화(調和)’ 또한 지지되어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합리적 경제인이 항상 지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한 사람의 희소한 자원의 획득은 또 다른 사람의 그 자원에 대한 접근을 막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복지를 추구하는 것 이외에도 다른 목표들과 가치들을 가질 수 있으며, 또한 일반적으로 갖고 있다.”라는 아마티아 센의 주장도 이러한 합리적 이성에 대한 반성적 자아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욕구를 지닌 반성적 자아(reflective human being with desires)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신의 이익의 극대화만을  고려하는 합리적 경제인에서  조화와 상생을 강조하는 상호적 자아로 대체하고자하는 우리의 노력은 우리가 사람으로 갖추어야 할 인간적 자아의 추구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성과 아울러 기개의 힘으로  욕구를 억제하는 다툼이 펼쳐져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제도화로 나타나야 합니다. 합리적 경제인의 가치에 조화를 반영하는 반성적 자아가 담긴 새로운 헌법은 변화된 상황과 시대에 대한 조응이 될 것입니다.